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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내 아이들 저녁밥은 못 차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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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내 아이들 저녁밥은 못 차려줘요"

[언론네트워크] 사회복지사, 하루 4시간 연장근로는 기본…공휴일근무는 필수

사회복지사가 피곤하다. 날개 없는 천사라 불리며 장애인, 여성, 아동·청소년, 노인, 빈곤계층 등 사회적 약자 옆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회복지사. 사회를 밝게 하는 소금같은 존재로만 여겨졌던 그들이 지쳐간다.

'저녁이 없는 삶, 호봉이 없는 삶'. 사회복지사들이 말문을 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회복지사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주당 80시간 가까이 일하며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간애에 바탕한 전문직 봉사자인가. 아니면 우리사회의 정부와 공동체가 해야 할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인가? 사회복지사업법 제 11조제1항은 사회복지사에 대해 "사회복지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사협회는 사회복지사를 영문으로 "Social Worker"로 표기했다. 그동안 쉽게 꺼내지 않았던 사회복지사들의 수다를 들어봤다.

▲야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모습. 사회복지사들은 자신들의 삶을 '저녁 없는 삶'이라고 말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사회복지사들은 월 40시간에서 90시간 까지 연장근로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인뉴스(육성준)

1남 1녀를 둔 두 아이의 엄마인 김 모(43) 씨. 그는 현재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경력 9년의 사회복지사다.

김 씨가 일하고 있는 '장애인 보호작업장'은 장애인에게 직업 훈련을 받게 하고, 나아가 일할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해 장애인이 노동을 통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운영비와 사회복지사에 대한 인건비는 정부에서 지원하며 장애인에 대한 인건비는 별도로 지원하지 않는다.

김 씨의 소속은 장애인보호작업장 위탁을 받은 도내 모 사회복지법인이다. 그가 이곳에서 수행하는 업무는 작업장내에서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게 보조해주는 역할과 행정적 사무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김 씨의 공식적인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퇴근 시간은 저녁 6시다. 하지만 한 달 동안 그가 공식적인 출퇴근 시간을 지켜본 것은 4~5일에 불과하다.

김 씨에 따르면 출근하자마자 오전 시간 내내 임가공 작업장에서 그들과 같이 일을 한다. 오후에는 판매 영업장과 임가공 작업장을 번갈아 오가며 업무를 수행한다.

장애인들이 수행하는 작업이 단순 반복적인 노동이지만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고 작업이 안전하게 진행될수 있도록 누군가가 안내하고 보조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장을 비워 둘 수 없다.

장애인들이 퇴근하고 나서야 김 씨에게 행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오후 6시 부터가 사무실 책상에 앉아 또 다른 업무를 보지만 이 조차도 순조롭지 않다.

장애인들의 급여를 마련하기 위해선 그들이 채우지 못한 생산량은 고스란히 김 씨와 같은 종사자들의 몫이 된다. 이런 부분은 휴일근로로 이어진다. 김 씨는 "생활 이용시설의 경우 프로그램만 진행하면 되지만 우리는 매출에 대해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래야만 장애인 분들에게 일정한 급여를 줄수 있다. 주말에도 외부행사가 있으면 직원들아 나가서 보호작업장에서 생산한 상품을 홍보하러 나간다. 보통 격주로 나간다"고 밝혔다.

김 씨는 자신과 동료들은 현재 월 70시간 정도 연장 근로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월 40시간 이상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외 수당 등 법정 수당을 받지 못한다. 그는 연차 휴가도 있지만 1년에 3일 정도 이외에는 사용해 본적도 없다고 밝혔다.

한 사람이 빠지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빈자리를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고등학생인 아들과 중3인 딸을 둔 어머니다. 그는 이 일을 시작한 뒤로는 아이들 저녁을 챙겨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이들이 알아서 먹거나 기다리다 굶고 자던가 둘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김 씨는 "이용시설보다는 임금이 조금 더 높은 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 알아서 먹거나 굶고 자거나

대학을 졸업한 뒤 24세부터 청소년보호쉼터에서 일한 안 모(30)씨. 그는 약 6년 동안 수행했던 청소년보호쉼터 일을 결혼과 동시에 그만두었다고 밝혔다. 안 씨는 그 이유를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청소년보호쉼터 업무의 특성이 결혼과 도저히 양립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보호쉼터는 가출 청소년에 대해 일시‧단기‧장기 보호하는 역할과 각종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안 씨는 "24세때 쉼터에 입사했을 때 정말로 열의가 강했지만 막상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며 "나는 의욕이 넘치는데 아이들은 의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쉼터 업무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을 자기 시간이 없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365일 24시간 운영된다. 단, 한 순간도 쉼터를 비울 수 없다. 그래서 내 시간이 없다. 당연히 친구들과 약속도 못했다"며 "주말이나 명절, 설날이나 크리스마스도 쉬는 날이 없었다. 아이들이 쉼터에 한명이라도 있으면 우리는 아이들 보호를 해야할 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4명의 직원이 교대로 12명의 아이들 24시간 돌본다고 말했다.

안 씨는 "처음에는 나쁜 아이들이 온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겪어보면 그런 것이 아니었다"며 "부모의 이혼이나 가정폭력 등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가정폭력에 노출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아이를 내 보내야 할 때 정말 힘들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과는 별개로 안 씨가 일한 근무환경은 장애인보호작업장 보다도 훨씬 더 열악했다. 안 씨는 "예전에 노동 시간을 따져 봤는데 한주에 80~90시간 정도 일했다. 더 되는 때도 있었고 이를 월로 환산해도 160시간 정도를 연장 근무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차 휴가나 시간외 수당 같은 경우 받지 못하다 일을 그만두기 최근 전에야 월 30만원 정도 수당이 지급 됐다"고 말했다.

"결혼 포기 했습니다"

안 씨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인건비는 1년차나 5년차나 상관없이 연간 2000여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며 "장시간 일하고 쉼터에 24시간 매여 있는데 어떻게 결혼할수 있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청소년 관련 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박 모(36‧남)씨. 그는 대뜸 자신이 결혼을 포기했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특성상 상담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면 행정적인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해 야간에 일을 하기도 하고 집으로 일을 가져간다"며 "하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없다. 도저히 연재 받는 임금으로는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내 나이가 36세다. 현재 받고 있는 급여를 보면 누가 나보고 결혼하자고 선뜻 나서 겠는가"라며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인뉴스=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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