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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할 줄 아는 아베...단 미국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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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할 줄 아는 아베...단 미국에만?

'위안부' 문제 사과는커녕, "일본 덕에 아시아 발전" 강조

일본 총리 최초로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가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에 대한 미안함을 표했지만, 정작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도움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29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희망의 동맹으로'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미국과 일본이 제2차 세계 대전 때는 전쟁을 치렀지만 지금은 동맹 관계가 됐다며 이를 "역사의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의 동맹을 강화해야 하며 이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진주만을 기습했던 사건을 언급하면서 "나는 이들 젊은 미국인들의 잃어버린 꿈과 미래를 생각했다. 역사는 냉혹하다. 깊은 뉘우침으로 얼마 동안 묵념하며 서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과 일본 국민을 대신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숨진 모든 미국인의 영혼에 깊은 경의와 함께 영원한 애도를 보낸다"며 진주만 공습을 사과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전후 미국이 일본을 지원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70년 전 일본은 잿더미였지만 미국 시민들이 매달 아이들을 위한 우유와 따뜻한 스웨터는 물론 2036마리의 염소까지 보내줬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전후 세계의 평화와 안전은 미국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며 미국이 일본의 재건을 지원해즌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 29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연설한 이후 손을 흔들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아래). 뒤쪽은 상원의장 조 바이든 부통령(왼쪽)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 ⓒAP=연합뉴스

이와 더불어 아베 총리는 지난 27일(현지 시각) 개정된 미·일 방위 협력 지침을 언급하면서 집단 자위권 행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올여름까지 안전 보장 관련 법안을 꼭 정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일 동맹이 공고화될 것이며 지역의 평화를 위한 확실한 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사과한 아베, 아시아에는 "우리가 발전 지원해준 것"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군의 피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의 발언을 한 아베 총리는 전쟁의 피해자인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는 전혀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한국과 대만(타이완), 아세안, 중국 등의 경제 발전을 언급하면서 "일본이 이들의 발전을 지원하는 데 자본과 기술을 쏟았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우리는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의 마음으로 전후를 시작했다. 우리의 행위가 아시아 국가의 국민에게 고통을 주었다"며 "역대 총리들에 의해 표현된 입장을 계승하겠다"고 말했지만, 역대 총리의 어떤 입장을 계승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무력 분쟁은 늘 여성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든다. 우리 시대에, 결국 여성들이 인권 학대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실현해야 한다"면서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아베 총리의 이런 발언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그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27일 하버드 대학교 강연과 28일 미·일 정상 회담 등 공개적인 발언을 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성과 사죄의 뜻은 밝히지 않은 채 "가슴이 아프다", "깊은 고통을 느낀다" 등 모호한 태도를 이어갔다.

아베 총리의 연설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지난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역사적 책무를 촉구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민주당 마이크 혼다 의원은 연설 직후 성명을 통해 "아베 총리가 오늘 연설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중 제국주의 일본 군대가 조직적으로 저지른 만행, 이른바 '위안부' 범죄에 대해 사과하지 않음으로써 책임을 계속 회피했는데 이는 충격적인 동시에 아주 부끄러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 의원은 "아베 총리가 이전 총리들의 입장을 승계한다고 하면서도 위안부 문제, 특히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본회의장 갤러리에서 연설을 지켜보는데도 직접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30일 오후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아베 총리의 연설에 유감을 표명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 이번 아베 일본 총리 연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통해 주변국들과의 참된 화해와 협력을 이룰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인식도 진정한 사과도 없었음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일본은 식민지배 및 침략의 역사,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참혹한 인권유린 사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주변국들과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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