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는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소임을 다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 총리는 이임식을 끝내고 장·차관 및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촬영이 끝난 후 이 총리는 눈물을 보이며 총리실 직원들에게 손을 흔든 후 차에 올라탔다.
이 총리의 이임사 발언만 놓고 보면, 사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역공을 펴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런 저런 구설수를 차단하기 위해 이런 이임식 방법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범죄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과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이 총리와 청와대의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는 이 총리의 이임식에 대한 방송 생중계를 불허했다.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이 총리의 이임식과 같은 대형 이벤트가 보통 생중계 됐었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총리의 사퇴 모습, 고개 숙이는 모습 등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것은 청와대 입장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날 새벽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이례적인 상황의 연속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병세를 상세하게 브리핑하는 한편, 청와대는 2~3일간 공식 일정이 없음을 사실상 못박았다. 병환 중에 박 대통령은 이 총리 사표 수리를 발표했다.
지난 2월 17일 취임한 이 총리는 공식적으로 70일 만에 낙마했다. 이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힌 시점인 지난 20일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헌정 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여야는 현재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이 총리 사퇴 및 측근의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에 대해 정치권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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