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대통령령(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25일 서울 곳곳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한 뒤,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4.16 가족협의회'와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이날 오후 6시 시민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세월호 특별법 대통령령 폐기 촉구 범국민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가 열리기 전에는 시민 3000여 명이 서울 청량리역 광장, 성신여대입구역, 홍익대학교 정문 앞, 용산역 광장 네 군데에서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까지 추모 행진을 하고, 오후 5시~5시 30분께 광화문 광장에 도착해 국화를 헌화했다.
단원고 2학년 7반 고(故) 전찬호 군의 아버지인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전명선 위원장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정의의 발걸음을 한 발, 한 발 내딛는 시민 여러분의 목소리가 있는데, 왜 청와대에서는 답을 못 듣는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전 위원장은 "우리가 목소리를 내자마자, 정부와 경찰은 '안전'을 위해서 철옹성 같은 철벽을 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16일, 18일 철저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힘없는 피해자 가족들, 1년 동안 지치고 오로지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찬 어머니를 상대로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한 정부의 경찰들을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며 "자식 같은, 조카 같은 경찰들 앞에서 어머니들 스스로 본인의 옷으로 가리고 인도에서 소변을 보게 하는 패륜적인 행태를 일삼는 이 정부의 공권력을 보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 위원장은 "오는 27일 (외국 순방을 간) 박근혜 대통령이 돌아오면, 우리는 대통령에게 이 쓰레기 같은 시행령을 폐기하고, 제대로 진상을 규명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대한민국 국민이 더는 저희처럼 가슴 아파하고 슬퍼하지 않게, 우리 후손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위해 함께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오는 5월 1일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 답을 들을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며 "안전한 사회와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청량리에서 행진했다는 한 학부모는 "처음에 300명 정도에서 시작했는데, 점점 늘어나 마지막에는 500~600명 정도 걸어왔다"며 "1년이 지나면 잊힐 줄 알았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같이 걸어오신 분이 '위에서 흐르는 물에서 구린내가 나고 똥 덩어리가 흘러내려 오면 똥만 건져 올릴 것이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 왜 냄새가 나는지 끝까지 알아내자'고 했다"면서 "여기 계신 분들 모두 구린내의 진원지를 파악하고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파헤치자"고 말했다.
마포구 성산동에서 9세, 4세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한 시민은 "그동안 이런 집회에 많이 참여하지 못했고, 오더라도 보채는 아이 핑계를 대고 일찍 돌아서야 했다"며 "오늘 홍대 정문에서 두 시간 동안 걸어오면서 저희 아이보다 훨씬 어린아이를 다독이며 안고 업고 오시는 엄마들을 보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은 안 했지만,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가르쳤다"며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끝까지 동참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의 한 개원 의사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하기보다 돈벌이, 이윤을 먼저 생각했기에 빚어진 참사"라며 "의료계에서도 환자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병원의 돈벌이, 정부의 이익을 위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자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면서 "아직 물속에 있는 귀한 생명의 시신을 빨리 건져야 한다. 이윤보다 안전과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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