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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이 임종 앞둔 환자 CT까지 찍다니…"

"지금도 과잉 검사하는데 전직원 성과급제라니요?"

마비 증상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환자 김모 씨는 입원 첫날인 지난 16일 밤 12시에 MRI를 찍었다. 예약하고 11시간 동안 기다렸다는 김 씨는 새벽에 검사한 데 대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다른 환자들은 며칠씩 대기하는데, 교수님이 응급 환자라고 당일에 찍을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자리가 없으니까 밤에도 (검사를) 하겠지요."

서울대병원의 검사실은 24시간 돌아간다. 낮에는 외래 환자 검사 일정이 잡혀있다 보니, 입원 환자 검사는 밤 12시 이후로 밀린다. 새벽 2시, 4시에도 자고 있는 환자를 깨워서 검사실로 보내기도 한다. 환자들은 다른 대기 환자가 워낙 많으니 고분고분 따른다.

직원들은 새벽에 환자를 깨워서 검사하게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간호사 ㄱ 씨는 "중환자실은 새벽 5시~6시 반 사이에 고정으로 응급 CT를 찍는다"며 "보호자들이 밤새 '콜'을 대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자의 동의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지, 중환자나 의식 없는 환자에 대한 친절함이나 배려가 없다"고 속상해 했다.

"전 직원 성과급제, 의료 질 떨어뜨릴 것"


검사실은 왜 이렇게 붐빌까. '환자 쏠림 현상' 탓도 있지만, '과잉 검진' 탓이 더 크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서울대병원은 2013년 8월부터 12월까지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수익 창출에 심혈을 기울였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가 공개한 내부 자료를 보면, 서울대병원 측은 비상 경영 극복을 위해 '진료부서 의료 수익 증대(74억 원)'와 '지원부서 배정 예산 절감(88억 원)'을 단행한 끝에, 수익 162억 원을 냈다.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서울대병원분회는 "서울대병원의 환자 1인당 진료비 지출은 2010년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서울대병원의 의료 수익 증가는 환자 검사, 처치를 늘리는 방식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수천억 건물 올리는 서울대병원, '저질 의료재료' 논란)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대병원분회는 병원 측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전 직원 성과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서울대병원이 10년 전 공공병원 최초로 의사 성과급제를 도입하면서 문제가 돼 왔는데, 직원 성과급제까지 도입하면 공공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서울대병원이 제시한 취업규칙 변경안의 '성과능력급 결정 계약서'.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임종 직전 환자도 CT 찍어…양심 사라질까 두려워"


실제로 직원들은 검사가 과잉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어린이 병동에서 간호운영기능직으로 일하는 ㄴ 씨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입원 환자 피검사 샘플이 50~60개가 들어왔다면, 요즘은 기본이 120개"라며 "몇몇 항목만 필요한 환자에게 굳이 7만~8만 원 드는 종합 피검사를 한다"고 했다.

간호사 ㄷ 씨는 "임종 직전 환자에게 새벽 3~4시에 CT를 찍자고 할 때도 있다"며 "무의미한 검사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두 시간 뒤에 돌아가실 게 저희 눈에 보이는데, 보호자에게 '혹시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 한 번 찍어보자'고 해요. 임종이 임박하면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하고 가족이 환자분과 함께할 시간을 드리는 게 맞을 수도 있거든요. 결국 그 환자는 CT를 찍고 바로 돌아가셨는데, 끝까지 환자를 포기할 수 없는 가족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 같아서 죄책감을 느꼈어요."

ㄷ 씨는 "지금은 '무슨 검사를 그렇게 많이 하나. 이건 아닌데…'라고 속으로 생각하기라도 했지만, 앞으로 직원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그런 윤리를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고 무뎌질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 서울대병원이 2013년 8월 경영을 선포했을 당시 시민단체와 서울대병원분회는 반발했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공공병원 잡는 '공공기관 방만 경영 정상화 대책'

서울대병원 측은 "취업 규칙 바꾸려는 계획은 정부의 '공공기관 방만 경영 정상화' 정책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억울함을 표했다. (☞관련 기사 : "방만 경영 정상화?…'불법' 사주하는 정부")

교육부는 지난해 국립대병원을 포함해 국내 15개 공공병원에 '경영평가 편람'을 제시한 바 있다. 이 편람은 '보수 및 복리후생', '총인건비 인상률', '노사관리', '재무예산관리' 등 항목을 제시함으로써 공공병원에 '방만 경영 정상화'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정부 정책을 안 따르면 임금도 동결되고, 인력 충원도 어려울 뿐 아니라, 정부 예산 지원도 못 받는 등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며 "300개 공공기관 중에 정부 정책을 안 따른 곳이 10개 국립대병원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르면서도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근무평가가 좋은 사람들에게 성과가급을 지급할 것이지만, 실제로 받는 사람은 100명 중에 한두 명이고 성과급 규모도 3~5% 정도로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가 늘어나 환자 편의가 줄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대기 환자가 워낙 많아서 MRI를 찍으려면 기본 2~3주는 기다려야 하기에 주말과 야간에 검사를 돌릴 수밖에 없다"며 "과잉 검사를 그렇게 했다면 애초에 적자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립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양심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강압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성과급제 도입을 철회하라"며 오는 23일 파업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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