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80%가 일하다 다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15일 나왔다. 화상을 입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다친 이들의 30%는 사고 후에 아무 조치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 청년유니온 등은 이날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을 맞아 서울 신촌의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한국 공동행동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일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환경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하다 다친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30%는 '아무 조치도 매장에서 안 해줬다'"
537명의 패스트푸드 매장 노동자가 참여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0.6%(433명)가 "자신이나 동료가 일하다 다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겪었던 업무상 재해의 유형을 보면, "기름에 재료를 튀기다가" 다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29.5%가 이 경우를 겪었다.
이어 "불판에 재료를 굽다가" 다친 경우가 18.3%, "사용한 기름을 교체하다가"가 11.2%로 나타났다. "무거운 짐을 나르다가"(11.2%) 다치거나 "미끄러지거나"(9%)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다"(8%)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알바노조 등은 "패스트푸드 주방에는 200도에 달하는 기름과 그릴 등 각종 화기가 존재하는데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매장에서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아 바쁘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433명 가운데 28.6%는 "다친 후 매장에서 아무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응급조치를 하고 정도에 따라 병원으로 보내줬다"는 대답은 응답자의 66.7%였다.
알바노조 등은 "주관식 응답자의 많은 수가 '너무 바빠서 다쳐도 안 다친 척 하며 일했다'고 대답했다"며 "결국 이는 관리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적은 인력으로 최대의 이윤을 확보하고자 하는 본사 정책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눈에 기름 튀고, 팔목 그릴에 데이고, 코가 찢어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맥도날드에서 일하다 해고된 알바 노동자 이가현 씨가 맥도날드의 CEO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이가현 씨는 이 편지에서 "바쁘게 일하다보면 주문받는 소리, 패티 다 구워졌다고 울리는 부저소리 속에서 비명소리가 꼭 한두 번씩 들린다"며 "눈에 기름이 튄 알바 노동자, 그릴 판에 팔목을 데인 알바 노동자, 빨리 감자 튀김박스 가져오다 허리를 삐끗해 부딪쳐 넘어져 다치는 노동자, 심지어 높은 곳에 있는 식재료를 다루다가 기계가 떨어져 코가 찢어진 매니저도 봤다"고 주장했다.
한국행동에 나선 단체들은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속도, 효율, 통제 시스템이 패스트푸드 업체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의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조사에 응한 응답자의 평균시급은 5600원이었다. 현재 시급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전체의 72.3%로 매우 높았고, 본인들이 받기를 희망하는 시급은 7000원 수준이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이 일하는 회사는 맥도날드(208명), 롯데리아(136명), 버거킹(170명) 등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가 많았다. 연령대별 응답자 분포를 보면 10대(199명)와 20대(333명)가 압도적이었다.
지난해부터 국제식품연맹(IUF)이 시작한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은 올해로 두 번째다. 올해도 IUF는 전 세계 35개국 200여 개 도시에서 참여하는 공동행동을 조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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