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14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무총리에 대한 의혹이 종일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은 빨리 국무총리부터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으로, 집권 여당이 현직 국무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강력 촉구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특검 가능성에 대해서도 "야당이 요구하면 언제든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힌 후 "국무총리 본인께서도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고 한 만큼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국무총리부터 수사해줄 것을 검찰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총리직을 유지하고 수사를 받는 것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무총리는 검찰로부터 수사 상황을 보고받지 않지만, 법무부장관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휘라인의 최고위 인사를 수사해야 하는 모순에 처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이 얘기하는 (국무총리의) 직무 정지는 법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없는 일"이라면서 "총리는 계속 직을 유지하든, 그만두든 둘 중 하나이므로 일단 그 문제는 최고위에서 입장 정리를 못 했다"고 말했다. 총리 사퇴와 관련된 얘기 역시 회의 석상에서 오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 원내대표는 "오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서 김무성 대표가 긴급 최고위를 소집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한 후 "특검에 대해선 이렇게 의견을 정리했다. 검찰이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철저하게 수사해서 그 결과를 국민에게 발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야당이 특검 요구한다면 저희는 언제든 특검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당장 특검을 주장하지 않는 이유는 특검이 수사 시작할 때까지 한 달, 길면 2달 시간 걸리기 때문에 일단 검찰 수사를 다시 한 번 촉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검에 대해 지도부 의견이 갈린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유 원내대표는 "일부 있었다. 특검을 당장 주장하자는 얘기도 있었고, 아까 설명한 대로 본회의 의결되고 특검 추천위 거쳐 임명하고 특검보 꾸리고 수사를 착수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리기 때문에. 그래서 일단 검찰 수사 최대한 빨리 해달라고 하고 특검은 저희가 언제든지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거듭 설명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결정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야기한 바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이 같은 입장을 결정한 것은, 사실상 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의미가 있는 것으로도 읽힌다. 명시적으로 이 총리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이 총리를 압박한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입장 정리로 당·청 관계 역시 얼어붙을 전망이다.
이 총리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결정 직후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총리부터 수사 받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총리직을 하느냐 안하느냐 문제는 대통령의 임명, 국회 인준을 받지 않았느냐. 저도 총리 이전에 국회의원이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명예가 있다"며 "한 분(성 전 회장)의 근거없는 메모, 진술 한 마디로 막중한 총리직을 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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