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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의 눈물…"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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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의 눈물…"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세월호 1주기] ②'기억의 벽' 제작 한창…"인양-진상규명 전에는 떠날 수 없다"

제주를 향하던 여객선이 침몰해 300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세월호 참사가 오는 16일이면 1주기를 맞는다. 정부와 국회는 참사 이후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각종 안전대책을 쏟아냈다. 정부는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만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안전체감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월호 유족들은 침몰사고 원인규명과 조속한 인양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1년전 단원고 학생들이 당도하고자 했던 곳은 제주였다. <제주의소리>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여객선 안전운항을 점검하고 진도 팽목항을 찾아 유족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세월호 참사1년' 제주서 여객선 직접 타보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진도 팽목항의 눈물
③ "전날까지 통화했는데"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지난 10일 찾은 팽목항의 모습. 방파제에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9인의 사진이 걸려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2014년 4월16일. 이날의 하루 전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너희들을 꼭 안고 절대로 아무데도 보내지 않을 거야. 정말 미안하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지난 10일 진도 팽목항. 맹골수도 바다를 향해 노란색 리본들이 휘날렸다. 그 옆에 노란색 천으로 만들어진 세월호 모형이 흰색 상여 위에 올려져 있었다.

인천에서 제주를 향하던 476명의 사람들. 이중 172명은 목숨을 구했지만 295명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나머지 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수학여행에 나선 단원고 학생들, 도시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귀농하던 일가족, 환갑을 맞아 여행을 떠나던 초등학교 동창들, 저마다 부푼 꿈을 안고 떠나던 제주 방문길이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후 1년이 지났지만 팽목항은 여전히 그날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진도 남쪽 팽목마을 곳곳에 세월호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거리마다 노란 리본이 나부꼈다.

▲ 전남 진도 팽목마을 팽목항에 마련된 분향소. 지난 1월15일 설치된 분향소에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사진이 걸려있다. 이중 24명은 제주도민이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9인의 액자에는 노란 종이가 걸려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지난 10일 찾은 팽목항의 모습. 합동분향소 외벽에 노란 리본을 그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팽목항 방파제 170여m 구간에서는 문학인들과 한국 작가회의, 세월호 피해자 가족대책협의회가 함께 진행중인 '기억의 벽' 제작이 한창이었다.


기억의 벽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팽목항에 조성하는 설치물이다. 전국 각지에서 가로세로 15cm의 타일에 메시지를 담아 팽목항 방파제 벽면에 붙이는 작업이다.

제주에서는 3월14일 자발적으로 나선 어린이와 시민들이 400여장의 타일을 완성했다. 인천과 서울, 안산, 진도 등 전국 각지에서 팽목항으로 보내진 물량은 6000여장에 달했다.

한국작가회의 대전지회 유하정(42.여)씨는 "전국의 마음을 하나하나 담아서 오래 기억하는 의미로 기억의 벽 조성작업을 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동참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방파제 옆 공터에는 임시 숙소가 조성돼 있었다.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집과 분향소, 안내소, 세탁실과 빨래건조대, 식당을 보자 이곳이 그들의 생활 터전임을 알 수 있었다.

숙소는 지난해 11월 진도체육관에 있던 유가족들이 자리를 옮기며 만들어졌다. 진도군과 전라남도가 컨테이너 등 시설물을 제공한 이후 전국 각지에서 후원이 이어졌다.

올해 1월에는 광주에서 컨테이너로 특수제작한 분향소를 지원해 운영하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10일 분향소 외벽에는 노란리본 문양을 페인트로 칠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 진도 팽목항 방파제 170m 구간에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기억의 벽' 제작작업이 한창이다. ⓒ제주의소리(김정호)

▲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된 타일. 3월 제주에서 제작된 400여장의 타일이 진도 팽목항 벽면을 채우고 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 진도 팽목항 방파제 벽면에 설치중인 '기억의 벽' 타일들. 제주를 포함한 인천, 서울, 인도, 안산 등 전국 각지에서 만들어진 6000여장의 타일이 팽목항을 채우고 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에는 세월호 인양을 위한 서명이 진행중이었다. 추모를 위해 분향소에 들어서자 세로 7줄로 빼곡히 자리잡은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사진이 한눈에 들어왔다.


실종자 9명의 액자는 사진없이 유족들의 글귀가 적힌 노란색 종이가 붙여져 있다. 검은색 단상에는 국화꽃과 함께 과일과 사발면, 쿠키, 음료수, 토끼 인형, 과자 등이 놓여져 있었다.

때마침 일반시민들이 헌화와 분향을 하며 분향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곧이어 전북도의회 김광수 의장과 각 상임위원장 등 30여명이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분향소에는 전국 각지에서 하루 100여명의 사람들이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세월호 추모 1주기를 앞두고 최근에는 이틀사이 800여명의 추모객이 찾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유족은 "여기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성지 같은 곳이다. 지역과 종교를 넘어 여러 곳에서 지원이 이뤄졌다"며 "제주도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월호에 대한 완전한 진상규명과 인양이 있을 때까지 이곳을 떠날 수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하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 세월호 1주기를 맞아 팽목항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 ⓒ제주의소리(김정호)

▲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지난 10일 찾은 팽목항의 모습. 팽목항 방파제에 노란리본이 휘날리고 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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