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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베트남 '민간인 학살' 증언…"평화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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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베트남 '민간인 학살' 증언…"평화를 위해"

[언론 네트워크] 생존자 2명 대구서 증언…고엽제전우회 "왜곡" 반발

"새벽 4시 마을을 향해 폭격이 시작됐다. 바로 방공호에 가족과 숨었다. 총소리가 점점 집으로 가까워지더니 나중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한 군인이 방공호로 총을 들이밀고 나오라고 했다. 그는 얼룩덜룩한 옷을 입고 머리에는 철모를 썼다. 어깨에는 호랑이 마크가 있었다. 한국군인들이었다."

1966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베트남인 응우옌 떤 런(64)씨는 9일 대구에서 당시를 이 같이 증언했다. 그는 "방공호에 숨어도 무차별 총격과 방화 소리가 생생히 들렸다"며 "한 차례 총격이 지나면 비명과 신음, 울음소리가 이어졌다"고 했다.


특히 "방공호에 있다가 한국군인에게 들켜 논으로 끌려나왔을 때에는 이미 노인이나 어린이들을 포함한 마을 주민 여러명이 있었다"며 "한국군은 우리를 모여앉게 한 뒤 짧은 외침과 함께 우리에게 일제히 총을 쐈다. 그리고나서 주변을 보니 어떤 사람은 팔, 어떤 사람은 다리가 잘려나갔다"고 말했다.

또 "내 발꿈치에도 수류탄이 떨어져 몸에 파편이 튀었다"며 "그러나 죽지 않았기에 가족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집은 완전히 불타 무너졌고 어머니는 하반신이 없는 상태로 신음조차 못했으며 여동생은 머리를 다쳐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 비명을 질렀다"면서 "몇 시간 뒤 여동생의 비명소리는 어느 순간 멈췄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둘둘 말아 어디론가 옮겼다"고 했다.

이어 "여동생을 묻고 돌아오자 어머니도 숨을 멈추셨다"며 "나에게 한 마디 말도 남기지 못하고 영원히 떠났다"고 말했다. 응우옌 떤 런씨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다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증언은 계속 이어졌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내가 피해를 입은 동네에서만 모두 65명의 주민이 한국군에게 집단 학살당했다"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내가 한국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민간인 학살 생존자로 직접 겪은 진실을 여러분에게 전하고 그럼에도 평화를 주장하기 위해서"라며 "한국 사람에 대한 원한이나 증오심을 부추기러 온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직접 겪은 전쟁의 참상을 통해 다시는 이 같은 전쟁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면서 "한국인들이 과거 역사에 대해 진심으로 참회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 베트남전 피해자인 응우옌티탄 씨(왼쪽)와 응우옌떤런 씨(오른쪽)는 지난 7일 서울에서도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증언했다. ⓒ프레시안(최형락)

1968년 한국군 민간인 학살에서 생존한 응우옌 티 탄(57)씨도 "당시 겨우 8살의 나이로 나를 뺀 14살 오빠와 12살 언니, 5살 남동생 등 형제 3명이 모두 한국군에게 희생됐다"며 "총과 칼에 가족을 잃은 기억이 아직도 악몽처럼 선명하다"고 했다. 때문에 "40년만에 한국에 왔지만 여전히 한국인이 무섭다"면서 "호텔에서 잠도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선 것은 전쟁을 직접 겪은 당사자로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지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라며 "전쟁보다 평화와 사랑을 주장하기 위해 여러분 앞에 섰다"고 했다.

'평화박물관'은 9일 저녁 경북대학교 제4합동 강의실에서 '아시아 평화의 밤, 전쟁 피해자의 증언'을 주제로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에서 생존한 베트남인 응우옌 떤 런(64)씨와 응우옌 티 탄(57)씨의 '사랑만이 남는 세상' 강연을 열었다. 이날 통역은 구수정 박사(베트남 현대사), 사회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현대한국사)가 맡았으며, 후인 응옥 호치민시 전쟁증적박물관 관장도 패널로 자리했다. 강연에는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비롯해 시민 300여명이 참석했다.

▲ '아시아 평화의 밤, 전쟁 피해자의 증언'(2015.4.9.경북대) ⓒ평화뉴스(김영화)

그러나 강연에 앞서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 대구지부' 회원 2백여명은 오후 5시부터 강연장 밖에서 "강연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벌이며 반발했다. 대구고엽제전우회는 "생존자들의 증언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라며 "당시 월남 참전자들을 학살자로 매도하는 주최측은 종북 세력임에 틀림없다"고 비난했다. 때문에 이들 단체는 "강의 주제 변경"과 "기자들의 취재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으나 주최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저녁 7시 30분쯤 자진 해산했다.


이와 관련해 응우옌 티 탄(57)씨는 "40년만에 한국에 오면 당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나에게 와서 먼저 손을 잡아주고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았다. 서로 친구가 될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참전군인들이 저렇게 격렬하게 저항하는 것을 보니 마음 속 오래된 아픔이 다시 콕콕 쑤신다"고 했다.


한편 같은 내용의 강의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도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와 '대한민국 월남전 참전회' 등의 여러 군인단체가 항의해 결국 무산됐다. 같은 날 부산 행사장에서도 군인단체가 '강의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으나 다행히 차질 없이 진행됐다.

▲ '고엽제전우회 대구지부'의 "강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2015.4.9) ⓒ평화뉴스(김영화)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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