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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죽겠다"는 할머니, 쫓아내려는 청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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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죽겠다"는 할머니, 쫓아내려는 청주시

제2의 홍준표?…청주시노인병원, 폐쇄 위기

"난 죽을 때까지 여기 있을 사람이우. 말이 노인병원이지 호텔이여. 병원 같지가 않아. 다 친절하고 나무랄 데 없어. 다 만점이여. 우리 아들은 엄마 모신다고 하는데, '너희는 너희끼리 행복하게 살고, 난 그냥 여기 있는 게 편하다' 했지요."

9일 충북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 만난 이수연(81) 할머니는 한참 동안 병원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 할머니 주변으로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여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이모(85) 할머니가 "아무것도 모르는 늙은이라도 우리도 여기 좋은 건 안다. 이런 병원이 어디 있나?"라고 거들었다.

그 말을 받아 "여기 오면 다들 안 나가려고 한다"는 설명을 덧붙이던 이수연 할머니가 잠시 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런데 여기가 없어진디야?"

노조 때문에 공공병원 폐쇄?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공공병원이다. 2009년 청주시가 국비 100억 원, 시비 57억 원 등 총 157억 원을 들여 지었다. 하지만 청주시가 '노사 갈등에 따른 폐원'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오면서,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가 빚어질 조짐이 보인다. (☞관련 기사 : 의료 민영화? 우리 병원은 얼마나 망가졌느냐면…)

청주시가 민간 병원장에게 운영을 위탁하면서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는 그간 병원장 배임 논란, 노사 분규가 끊이지 않았다. 직원들의 실질 임금을 삭감하고, 본인 연봉은 1000만 원 더 올려 3억 원으로 책정했던 한수환 병원장은 '경영 적자'를 이유로 지난 3월 18일 위탁 철회를 선언했다. (☞관련 기사 : 청주시노인병원 폐쇄 위기, 또 노조 탓?)

▲ 국비 100억 원과 시비 57억 원이 투입돼 지어진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프레시안(김윤나영)


그러자 윤재길 청주시 부시장은 지난 3월 24일 "노사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직영은 시민의 세금을 헛되이 쓰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새로운 수탁자가 없으면 민간 영역에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는 상황을 고려해 병원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주시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 입원한 환자 150여 명을 다른 민간 노인병원으로 보낼 방침이다. 윤 부시장은 "현재 청주시에 13개 민간 노인병원의 1995개 병상 가운데 600개 병상이 비어 있어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폐쇄하더라도 환자 수용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싼 간병비, 의료 취약 계층 30% 입원…'착한 병원'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거동을 못하는 80대 노모를 모시는 ㄴ 씨는 "(이승훈) 청주시장 어머니를 여기에 모셨다면 그런 말이 나왔겠느냐"며 "청주시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이 민간 병원과 다른 점으로는 '저렴한 간병비'와 '기초생활수급자 등 의료 취약 계층이 전체 입원 환자의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이 꼽힌다.

ㄴ 씨는 "어머니가 기초생활수급자이고 여기가 공공병원이어서 간병비로 하루 1만1000원을 내고 있는데, 다른 민간 병원은 공동 간병을 해도 2만 원 이상 받는다"며 "(병원을 폐쇄하면) 시에서는 간병비 차액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내부 모습. ⓒ프레시안(김윤나영)

권옥자 의료연대본부 충북지부 청주시노인전문병원분회(이하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 분회장은 "청주시가 건물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간병비를 올리려면 시의 승인을 받도록 해놨다"며 "처음에는 간병비가 없었는데, 이마저 청주시가 한 달에 55만~60만 원으로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승훈 청주시장은 지난해 10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조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민간 병원이 많은데, 공공 병원을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 나라면 안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권 분회장은 "청주시에서 의료 공공성 모델을 만들고, 공공병원을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주시는 오는 20일 하루 위탁 희망자 접수를 받고, 오는 5월께 2차 공모를 한 뒤 그래도 희망자가 나서지 않으면 병원 폐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무작정 폐원한다고 보지는 않고, 일단 새로운 수탁자 모집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을 폐쇄할 경우 건물 활용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노인 복지와 관련해 (국비 100억 원을) 지급받아서 건물 활용도 그쪽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시가 임의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고, 보건복지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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