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법은 아직 살아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경준 씨의 귀국에 대한 소견을 묻자 내놓은 대답이다.
강원도를 방문하고 있는 이 후보는 15일 "법을 담당하는 정부조직에서 공정하게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은 법에 맡겨야 한다"고도 했다. 김경준 씨의 송환에 '정치공작'이라는 혐의를 덧씌우려는 한나라당 전반의 기류와 맞닿아 있는 발언이다.
'위장전입'-'위장채용'의 당사자가…
물론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이 '준법'과 '법치'를 강조하는 것이 책잡힐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후보의 '화려한' 정치경력을 찬찬히 뜯어보면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온갖 불법·탈법·편법 의혹으로 인한 구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명박 후보다. 이 후보가 자녀들 문제로 고개를 숙인 것만 벌써 두 번째다.
처음은 위장전입 문제였다. 당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이 후보 측은 "가증스러운 이명박 죽이기 공작"이라고 반박했다가 결국 이 후보 본인이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자녀교육 문제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는 궁색한 변명도 곁들였다.
최근에는 자녀들의 '위장채용 및 탈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후보는 "꼼꼼히 챙기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런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서 매우 송구스럽다"며 사실상 의혹을 시인했다. 자식들에게 지급한 임금을 '경비'로 처리하면서 내지 않은 세금 4300만 원도 서둘러 납부했다.
속된 말로 '걸리지 않았으면' 내지 않았을 세금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세금을 냈으니 문제 없다"는 식의 발상을 온 세상에 드러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지난 경선과정부터 도곡동 땅 의혹, BBK 의혹, 뉴타운 대박 의혹, 상암 DMC 의혹, 서울시장 권한 남용 의혹 등 굵직한 비리의혹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왔다. 위증교사와 범인도피에 연루됐다는 주장까지 나왔었다. 그의 주변은 늘 흙탕물이었다.
"일을 하다보면 그릇도 깰 수 있다"더니…
요즘 '이명박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홍준표 의원이 지난 10월 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홍 의원은 "기업을 오래 한 사람이 기업을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하겠느냐"면서 "그것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이 후보를 두둔했다.
그는 "1992년 정치에 들어오고 난 뒤 과연 그 사람이 정치적인 권력을 이용해 치부를 하거나 정치적인 위치를 이용해 나쁜 짓을 한 것이 있느냐가 판단기준이 되는 게 맞다"고도 했다.
이 후보 본인도 지난 경선 기간 내내 "일을 하다 보면 그릇도 깰 수 있고, 손도 베일 수 있다"는 소위 '그릇론'으로 숱한 의혹들을 타고 넘으며 '한나라당 대표선수'의 타이틀을 거머 쥐었다.
물론 이 후보는 기업가 출신이다. 이 후보에 대한 기대심리가 '청렴결백한 도덕성'보다는 '경제적 성과'에 있다는 분석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나 홍 의원의 '잣대'를 두고 봐도 최근까지 자녀를 자신의 회사에 두고 월급을 준 것은 수백억 원 대 자산가로서 치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위장전입'은 '기업활동'과는 상관 없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대한민국의 법은 살아 있다"는 발언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
이 후보는 혹시 한나라당 경선승리로 스스로가 '깨끗한 정치인', '법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대단한 착각이다. 자신이 필요할 때만 '법'을 찾는 대통령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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