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장 가까우면서 경제를 비롯해 인적 교류가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한 곳이 산둥성(山东省)이다. 이곳은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GS칼텍스, 롯데식품, SK에너지 등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으며 10만여 명의 한국인들이 지금 거주하고 지역이기도 하다.
경제규모 면에서 산둥성은 광동성(广东省), 장쑤성(江蘇省) 다음으로 세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거의 1조 달러(중국 전체는 약 10조 달러)에 육박하는 연간 GDP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IMF가 최근 발표한 2014년 세계 각국의 GDP 순위와 비교해 보면 16위 정도의 경제력이다. 참고로 한국은 1.4조 달러로 14위, 네덜란드가 8800억 달러로 17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적 규모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현 시진핑(習近平) 집권 시기에 산둥성 출신의 많은 고위 정치 엘리트들이 중국 정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중국공산당의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공산당 내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다고 한다면 곧 중국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에서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은 중국국가 권력의 최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는 그룹이다. 지난 2012년 11월 시진핑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새롭게 정위원 205명과 후보위원 171명을 선출했는데. 정위원 205명 중 산둥성 출신이 무려 30명이나 선출되었고 이들 중 3명이 중앙정치국 위원을 맡고 있다. 산둥성이 중국 전체 31개 성 중 가장 많은 중앙위원을 배출한 것이다. 산둥성 출신 인사들, 그리고 이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산둥성 출신 중앙위원회 30명의 정위원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인민해방군 장성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국군 최고위직 중 하나인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인 쉬치량(许其亮)을 비롯해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웨이펑허(魏凤和),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인 치젠궈(戚建国), 군사과학원 원장 류청쥔(刘成军), 인민해방군 총장비부 정치위원인 왕홍야오(王洪尧), 중국인민무장경찰대 정치위원인 쑨쓰징(孙思敬), 란저우군구 사령원인 류웨쥔(刘粤军) 등 7명이 산둥성 출신이다. 쉬치량과 류청쥔은 공군출신이며, 웨펑허과 쑨쓰징은 중국미사일부대인 제2포병 출신이고 나머지 세 사람은 육군 출신이다. 이들 중 현역에서 군부대를 통솔하고 있는 사람은 류웨쥔이 유일하다.
또 다른 특징 하나는 지난 후진타오(胡錦濤) 시기 약진이 이루어졌던 공청단(共靑團) 출신이 7명이나 중앙위원에 발탁되었다는 점인데, 중국 교통운수부 부장 양좐탕(杨传堂), 국토자원부 부장 캉따밍(姜大明) 등 부장 2명을 비롯해, 간수성 당서기인 왕싼윈(王三运), 구이저우성 당서기 자오커즈(赵克志) 등 성 당서기 2명, 그리고 전국정협 부주석 장칭리(张庆黎)과 당교교장 멍쉐농(孟学农), 사법부 부장 우아이잉(吴爱英)등이 산둥성 출신이다. 이들 공청단 출신 정치엘리트들은 정부와 당 관료로서 중앙과 지방에서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사례가 많이 나타난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산둥성 출신 정치엘리트 중 우리나라에도 가장 많이 알려진 인물이 바로 왕후닝(王沪宁)일 것이다. 중국의 "살아있는 제갈량"이라 불리고 있는 왕후닝은 시진핑의 외교브레인으로서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 : 육상과 해상에서의 경제 실크로드 건설)라는 시진핑의 외교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산둥성 라이저우(莱州) 출신으로 상하이의 푸단대학 국제정치학과 교수를 거쳐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기 내내 국가정책을 연구하는 정책연구실에서 활동하였으며 현재 정책연구실 주임으로서 시진핑의 외교전략을 입안해 오고 있다. 그는 중국공산당 최고위직인 정치국위원 중 한 명이다.
산둥성 출신 중 차세대 정치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인물로는 쑨정차이(孙政才)와 쑤수린(苏树林)이 있다. 올해 52세인 쑨정차이는 현재 충칭시 당서기로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으로 어수선했던 충칭시를 맡아 잘 관리해 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둥성 롱청(荣成) 출신인 그는 현 란저우군구 사령원인 류웨쥔, 국토자원부 부장인 캉다밍과 동향으로써 중국농업대학을 졸업하고 중국 농림과학원 연구원으로 있다가 관계로 뛰어 들었다. 이후 그는 43세에 농업부 부장으로 임명되었고, 3년 후에는 지린성(吉林省) 당서기 등을 거치면서 행정경력을 쌓았다. 그는 중국 차세대 지도자로 예상되는 인물로도 꼽히고 있어 향후 산둥성 출신 국가주석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한 명의 주목받는 산둥성 출신 차세대 정치인인 현 푸젠성(福建省) 성장 쑤수린은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이사장과 회장 등을 걸친 에너지경제전문가로서 쑨정차이보다 한 살 많은 53세이다.
산둥출신 고위정치엘리트 30걸 중 유일한 여성인 우아이잉은 산둥성 창러(昌乐) 출신으로 오랫동안 산둥성에서 당 관료와 행정 관료로 성장한 인물이다. 중국 최대의 여성단체인 중화전국부녀연합회 산둥성 주임으로 활동하였으며, 산둥성 부서기와 사법부 부부장을 거쳐 현재 사법부 부장으로 재직 중인데, 중국 최초의 사법부 여성 부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산둥성 출신 중 중국 금융계의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주석 상푸린(尚福林)이라는 인물 또한 주목해야 한다. 상푸린은 산둥성 지난(济南) 출신으로 서남재경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인민은행에서 미생으로부터 시작해 중국 은행계를 관리감독하는 지위까지 오른 인물인데, 중국농업은행 행장, 중국증권감독위 주석 등을 거친 금융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산둥성 정치엘리트 네트워크를 분석해본 결과 이들 내에서 이른바 '마당발'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란저우군구 사령원인 류웨쥔과 사법부 부장인 우아이잉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류웨쥔은 인민해방군 인맥과 고향인 롱청 인맥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아이잉은 산둥대학 인맥과 공청단 인맥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산둥성 출신 고위정치엘리트 네트워크는 크게 보면 인민해방군과 공청단 인맥이 좌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산둥성은 공자가 태어난 중국 유교의 고향이며, 춘추시대 관중(管仲)이 활약했던 부국강병과 실용주의가 면면히 내려오는 지역이다. 공자가 예와 인으로써 정치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덕치의 정신과 부국강병을 통해 강대국을 꿈꿨던 관중의 실용주의 정치문화가 여전히 현재 산둥인에게 여전히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렇게 정치를 중심으로 당면한 국가의 문제를 풀려고 했던 정신은 현대 중국을 이끌어 가는 산둥 출신 정치엘리트들에게도 큰 자산이 됐고 그런 산둥성의 특별한 문화적 요소가 현재에도 많은 정치지도자들을 배출하고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서상민 교수는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에서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서도 '차이나 프리즘'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