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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가의 대표적 '외교관 가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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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가의 대표적 '외교관 가문들'

[차이나 프리즘] 지배층의 사적 인맥, 중국에서는

'청와대 문건유출'로 인해 온 나라가 또 한바탕 소란스럽다. 우리 국민이 이번 '문건유출' 사건을 통해 궁금해하는 것은 누가 누구와 사적으로 얼마나 가까운가, 누구에게 조언을 받고 있는가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국정을 운영에 필요하고 공적 업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고 그 누구의 지혜라도 빌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수준을 넘어서 누구와 가깝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로 인해 국정에 개입하려 했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문제라고 느낀다. 이는 국민이 위임하지 않는 권력과 권한을 행사하려 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소란과 관련한 복잡한 이야기를 다 걷어 낸다면 결국 남는 것은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고, 그 관계 속에서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지배 엘리트들' 내의 인적 연결망과 연관된 문제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흔히 엘리트 간 관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 그 사회가 어떻게 작동되고 어떤 정치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척도라고 한다. 한 사회에서 주요 문제를 결정하는 엘리트가 만일 폐쇄적인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면 능력 있는 다른 사람이 공적 업무에 진입을 막게 된다. 그 엘리트 집단과 외부와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한 나라의 정책의 다루고 있는 관료나 정치인의 네트워크가 폐쇄적이라면 공정한 경쟁을 통한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해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가 안고 있는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과 같이 일당에 의해 지배되는 국가에서는 엘리트 집단 내의 사적인 관계가 항상 문제가 되곤 한다. 물론 공산당이나 정부 내에 정부관원이나 당원의 부정과 부패를 감찰하는 '기율검사위원회'나 '감찰' 같은 제도를 두어 이를 예방하고 처벌하고는 있다. 그러나 공산당과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야당이 존재하지 않고 시민과 언론의 감시가 제한되어 있어 내부 단속만으로는 정부와 집권당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꽌시"(關係)에 의해 작동되는 사회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의 "꽌시"를 우리나라에서는 '인맥'이라 할 수도 있고, 좀 더 광의적으로 표현한다면 '사회연결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인의 "꽌시"에는 인맥이나 네트워크로 표현할 수 없는 상호 간 강한 신뢰와 유대감이 존재하며 일종의 자기 정체성 같은 것이 있다.

중국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 "친구 한 명이 늘어나면 길 하나가 생긴다"(多一个朋友, 多一条路)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고 이를 잘 활용하면 자신의 출세와 전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의 "꽌시"는 문화이며 일종의 제도인 것이다. 중국 정관계는 무척이나 복잡다단하게 얽힌 인맥들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외교 엘리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러 성격의 연줄이나 인맥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은 역시 혈연이나 혼연에 의해 형성된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외교가에는 어떤 혈연과 혼연 연결망이 존재하는가? 중국 외교부 고위인사 중에는 아버지와 아들(딸) 외교관, 남편과 아내 외교관, 장인과 사위 외교관이 많다. 아버지와 아들(딸)이 대를 이어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른바 '외교관 가문'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먼저 중국인민공화국 개국에 공헌한 군인이었고 원수(元帥)까지 승진했던 전 국무원 부총리 겸 외교부장을 지낸 천이(陳毅) 가문이다. 주언라이(周恩来)를 뒤를 이어 중국 외교부 부장으로 취임한 천이는 근 14년간이나 중국외교 수장을 맡아 냉전 시기 중국외교를 책임졌던 외교 관료로 미안마와 네팔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등과의 중요한 국경협상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다.

그의 아들인 천하오쑤(陳昊蘇)는 비록 직업 외교관은 아니었지만 후진타오 시기 중국대외우호협회 회장을 맡아 중국의 민간외교를 진두지휘했고 그의 사위는 현재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을 맡고 있는 전 외교부 부부장이었던 왕광야(王光亞)이다. 천이의 딸이자 왕광야의 부인인 천산산(陳姍姍) 역시 직업외교관으로서 에스토니아 대사를 지낸 바 있다.

천하오쑤의 뒤를 이어 현재 중국대외우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리샤오린(李小林) 역시 이른바 '태자당'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녀는 전 중국국가주석과 중국정협주석을 지낸 이센넨(李先念)의 딸이다. 현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 중 한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리샤오린은 최근 악화된 중·일 관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일본을 방문해 일본의 주요 정치인들을 만나는 등 민간 차원에서 대일본 외교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그 밖에 중국 외교가에서 결혼을 통해 '외교관 가문'을 형성한 사례로는 후진타오 시기 외교부 장관과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지낸 다이빙궈(戴秉國)가 있다. 다이빙궈의 장인인 황전(黃鎭)은 전 외교부 부부장과 미국과의 수교 이전 주미 연락처 주임을 지낸 직업외교관으로 1970년대 미·중 수교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직업외교관이었다.

현 중국외교부 부장인 왕이(王毅) 역시 외교관 가문 출신으로 그의 장인이 제네바대표부 대표를 지낸 첸자동(錢嘉東)이다. 전 중국외교부 부장이었으며 현재에는 중국 공공외교협회 회장으로 있는 리자오싱(李肇星) 역시 장인이 네덜란드 대사를 지냈던 친리전(秦力眞)으로 중국의 유명한 '외교관 가문' 중 하나이다.

부부가 같이 외교관인 '외교관 가정'도 많다. 현재 중국외교의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교담당 국무위원인 양제츠를 비롯해 대외연락부 부부장을 거쳐 현재 유엔대사로 있는 류제이(劉結一) 역시 부부가 모두 직업외교관이다. 미국대사를 거쳐 현 외교부 부부장으로 있는 장예수이(張業遂)와 전 한반도전담대사를 지낸 천나이칭(陳乃淸) 부부, 전 한국대사인 우다웨이와 일본대사관 교류처 참사를 지낸 마오야핑(毛婭平) 부부 등도 중국 외교가에서 유명한 외교관 부부들이다.

이와 같이 중국외교부는 중국의 다른 부처에 비해 혈연과 결혼으로 형성된 인적 연결망이 비교적 광범위하게 구축되어 있다. 국내 근무와 해외 근무를 번갈아 가며 해야 하는 외교공무원의 특성상 같은 외교관끼리 결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인맥은 좋은 가문 출신의 외교관이 외교부 내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이는 곧 더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더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물론 모두 공식적인 직책을 갖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무수히 많은 "꽌시"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역시 중국외교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엘리트 간 연결망의 특징은 곧 그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문건유출' 사건을 둘러쌓고 드러나고 있는 권력엘리트 내의 연결망이 곧 현재 한국 정치의 민낯을 보여주는 거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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