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개발 원조(ODA)'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여전히 생소한 단어지만 한국국제협력단(KOIKA)이라는 기관의 단어를 생각하면 어렴풋이 젊은 청년들이 어려운 나라에 가서 봉사하고, 학교와 보건소를 지어주는 활동을 떠올릴 것이다. 근래 들어 이런 활동들은 청년들 사이에서 소위 스펙 쌓기의 주요 코스로 인식되면서 청년들의 나눔, 봉사활동쯤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ODA라는 수박의 둥근 모양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그 수박의 속은 어떨까?
한국의 ODA라는 수박을 한번 갈라보자. 과거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였다. 그리고 적어도 현재까지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전환한 유일한 국가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은 독특한 원조 구조를 가지에 되었는데, 유상과 무상이라는 이분화된 체제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외교부와 기획재정부가 각각 담당하면서 국제 개발 협력의 분절화에 대한 지적인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을 조정하기 위해 2006년 국무총리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설치되었다. 더 효율적이고 투명한 ODA를 기대했지만 실질적으로 분절화의 개선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오히려 인도적 차원의 외교, 세계의 빈곤 완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일환이었던 ODA는 친 정권화되고, 정권을 홍보하거나 또 다른 거래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와 녹색 ODA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는 이미 ODA 사업과 연계하면서 국제 개발 협력의 원칙을 위배했음이 밝혀진 바 있다. 2012년, 'ODA 왓치'와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실이 발간한 <이명박 정부 ODA 정책 평가와 차기 정부에 대한 제언>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했다. 자원 외교를 위해 ODA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자원 개발 전략을 설명하며 진출 전략으로 'ODA 지원'과 '패키지형 자원 개발'을 꼽고 있다. 또 동남아·대양주에 대해서는 'ODA 지원'과 '자원협력위원회 지속 개최'가 진출 전략으로 한데 묶여 있다." "정부의 '6대 광물 개발 지원 전략'에서 미래 대비 전략 투자국 중 상당수가 한국의 26개 중점 협력 대상국과 일치하는데…." (☞관련 기사 : '자원 외교'와 '한국형 홍보'에 묻힌 ODA의 본래 취지, 빈곤 퇴치)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집권 당시 한국의 ODA는 모두 '녹색 ODA'라는 이름을 표방했다. 4대강 사업과 흡사한 수변 지역 개발 사업들이 등장했고, 기존 사업들은 녹색으로 포장됐다. 지금은 어떤가? 어느새 '녹색 ODA'라는 단어는 '새마을 ODA'로 바뀌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제 사회가 공감하고 지켜나가는 국제 개발 협력 본연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참외도 수박이 되는 거짓말
한국은 개발 협력, ODA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중점 협력국을 선정하여 국가 협력 전략(CPS : Country Partnership Strategy)을 수립하고 있다. 지금은 2차 중점 협력국 재조정 단계에 있는데, 지난 24일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통해 2차 공적 ODA 중점 협력국 명단을 서면 심의해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적 ODA 추진 실태>에서 한국의 중점 협력국 26개국 중 12개 국가의 선정이 부적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그 선정 과정도 관계 부처로부터 주요 국가 우선순위를 제출받아 선정한 것이었다. ODA를 자원 외교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부처나 고위급 인사의 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개선이 되지 않은 채 똑같은 과정을 통해 중점 협력국을 재조정하고 있다.
시민 사회는 관련하여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명단을 서면으로 확정하는 것에 대해 반발했다. 특히 국제 개발 협력을 자원 외교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정부의 주요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활용할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점 협력국을 선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점 협력국은 부처 간 의견이 취합되지 않아 선정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감사원이 지적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해 시민 사회의 의견을 취합하는 등의 노력은 없다. 실제 사업도 마찬가지다. 녹색 ODA든 새마을 ODA든 중요한 것은 포장지가 아닌 내용이다.
많은 선진국들이 이미 그들이 경험한 지속 가능하지 못한 개발 방식에서 이탈하고 있다. 한국도 후쿠시마 이후 탈핵이나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의 국제 개발 협력 방식은 여전히 구태의연한 대규모 개발 방식 혹은 단순히 건물을 지어주는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 단체,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도 부족하다. 적절하게 그 사업에 대해 평가받는 과정도 없다.
중점 협력국을 바꾸고 이름만 새마을 ODA로 바꿀 것이 아니라 국제 개발 협력의 진정한 목적을 살리면서 더 지속 가능한 방식이 무엇인지 어떻게 제대로 협력해 나갈지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한다. 한국은 참외를 팔면서 수박이라고 우기는 거짓말은 그만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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