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장관의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에 대해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후보들이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표와 당 대변인, 당사자인 서울 관악을 지역구의 정태호 후보까지 나섰다. 정 후보는 선거 한 달 앞임에도 지역구에서 국회까지 달려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당 대표 및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 전 장관에 대한 배신감에 더해, 현재 새정치연합 내 주류인 이른바 '친노' 세력과 정 전 장관 간의 구원(舊怨)까지 얽힌 것으로 보인다.
정태호 "정동영, 원래 비상식적 판단 하는 분"
정 후보의 어조는 극도로 강경했다. 정 후보는 30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내신 분께서 야권 분열의 주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4.29 보선은) 국민은 안중에 없고 스스로의 이익만 쫓는 기회주의 정치세력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정 전 장관을 비난했다. 정 후보는 "정 전 장관은 개인의 영달을 국민의 이름으로 포장하지 말라"며 "두 번의 탈당과 전주, 동작, 또 전주, 강남을 거쳐 관악까지. 이것이 정 전 장관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라고 정 전 장관의 정치 이력을 들어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구태정치의 전형", "국민 뜻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특히 그는 정 전 장관의 출마를 예상했는지 묻자 "상식적 정치인이라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며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하며 정 전 의원을 잘 아는데, 늘 비상식적 결정을 하는 것을 경험했다"고까지 했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 당청 간의 불화를 언급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나 정 후보 모두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요직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른바 '청와대 출신 친노'로 분류된다. 정 전 장관은 2007년 대선후보로 나설 때를 전후해 열린우리당 해체를 주장하는 등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들고 나오면서 이들과 불화를 겪었었다.
한편 정 후보는 새정치연합 당 내 경선에서 맞붙었던 김희철 전 의원과의 공조가 잘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경선이 박빙이어서 김 전 의원이 많은 아쉬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결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과 정의당과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세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며 "정의당 분들은 원래 정 전 장관을 비판적으로 보지 않느냐"고 과거 열린우리당과 국민참여당 간의 갈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불리하게 된 상황…분열이란 말 들을 만해"
앞서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그것이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무엇을 위한 선택인지 안타깝다"며 "정 후보의 출마로 관악 선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한 바 있다. 문 대표는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야권 분열이라는 말을 했다'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그런 말을 들을 만하다"며 "(정 전 장관의 출마가) 국민들 마음에 맞는 것인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도 했다.
문 대표는 "관악의 야권 지지자들이, (새정치연합에) 불리하게 된 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대적 집결을 해 주실 것을 믿는다"며 정 전 장관과 후보단일화를 놓고 논의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연합은 김영록 수석대변인 공식 논평을 통해서도 "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야권 분열에 앞장서고 나선 점은 우리 국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개탄스러운 처사"라고 강한 어조로 힐난했다. 새정치연합은 "정 전 장관의 출마는 어렵게 살려가고 있는 정권교체의 불씨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고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가리는 매우 무책임한 출마"라고 비난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