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호' 아저씨를 기억하는 도시는 지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호' 아저씨를 기억하는 도시는 지금…"

[온 가족 세계여행기] 무질서 속에 숨은 질서, 호치민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가 시선을 잡는다. 간간이 횡단보도 표시와 로터리가 있을 뿐 어디에도 없는 신호등은 사람과 차의 위치를 뒤바꿔 버렸다. 사람들은 차도를 아주 천천히 마치 잠시 차도의 임시 구조물이 된 양 섰다 가다를 반복하며 건너가고 오토바이는 그 사이를 요리저리 피해 다닌다. 처음엔 양쪽에서 왔다 갔다 하는 오토바이들로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들었으나 한걸음 내딛으며 차도 안으로 들어가자 이상하리만큼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여행을 떠나기 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현지에 오면 그들의 생활과 급속히 동화되는 것처럼. 무질서한 듯 오토바이와 차량이 한데 섞여 끊이지 않는 경적소리와 짙은 매연이 도시를 가득 메우는데도, 왠지 모든 흐름이 순조롭다. 차이와 다름을 실감하는 지점이다. 무질서하지만 자연스럽고 거칠지만 소박하고 누추하지만 친근함이 있다. 이렇게 호치민의 하루가 지나간다.
▲ 호치민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가온가람이 가족

호치민이란 도시이름은 베트남 독립을 이끈 혁명가이자 대통령인 호치민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호치민은 베트남의 아버지이자 친근한 '호' 아저씨로 불리며 도시 곳곳에 동상과 초상화가 걸려있을 정도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로부터 베트남의 독립을 이루고 남북 베트남의 통일을 위해 강한 지도력을 발휘했지만, 그의 실제 성격은 친절하면서 소박하고 검소했다고 한다. 이런 성격은 마지막 유언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데,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자신보다는 국민을 위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유언과는 반대로 그의 시신은 미이라로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다음은 유언 전문이다.

"내가 죽은 후에 웅장한 장례식으로 인민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내 시신은 화장시키고, 재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도자기 상자에 담아 하나는 북부에, 하나는 중부에, 하나는 남부에 뿌려다오. 무덤에는 비석도 동상도 세우지 말라. 다만 단순하고 넓으며 튼튼한 통풍이 잘 되는 집을 세워 방문객들을 쉬어가게 하는 것이 좋겠다. 방문객마다 추모의 뜻으로 한두 그루씩 나무를 심게 하라. 세월이 지나면 나무들은 숲을 이룰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를 보면 된다.
여행기에 구태여 도시이름의 유래와 그 사람의 유언까지 첨부하는 이유는 하나의 사회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역사에 기반 하여 구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이 어떤 인물을 존경하는지, 그 사회가 어떤 행동을 높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사회의 모습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듯이 단편적이더라도 그 사회의 유래와 역사를 알면 우리와 다른 그들의 생활이 차이로 이해되고 다름으로 인정되어 그곳을 스쳐지나가는 여행자의 겸손한 자세를 가질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역사적 배경을 모두 알고 여행을 떠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유명한 유적지를 둘러본다 해도 그들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그저 하나의 건물이나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여행을 하면서도 항상 마음 한편에 씁쓸함이 남았는데, 그들의 사회를 오로지 본성에만 의지해서 봐야하는 한계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여행기를 쓰면서 그들의 역사를 찾아보고 또 감동을 주는 인물들을 되새기며 다시 새로운 여행을 떠난 듯 즐거움이 있다.

호치민의 시내를 이리저리 배회하며 둘러본다. 100년 가까이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 아시아의 파리로 불리는 베트남은 곳곳에 프랑스식 건물들이 즐비하다. 시내에는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서 인민위원회 청사, 벤탄 시장, BITEXCO FINANCIAL TOWER.

호치민의 랜드 마크인 BITEXCO FINANCIAL TOWER 스카이라운지에 올라갔다. 사이공 강을 끼고 있는 거대도시 호치민이 한눈에 들어온다. 베트남은 북부의 하노이가 실제 수도이지만, 남부의 호치민은 인구․경제규모 면에서 실질적인 최고의 상업도시다. 그럼에도 아직 전철이 없을 만큼 개발이 더디다. 한참 개발열풍이 불며 사이공강 남쪽을 금융특구로 만들 계획이라는데 베트남 특성상 진행이 빠르진 않다고 한다. 물질의 풍요가 행복과 동일하지 않듯 우리나라의 개발열풍처럼 사는 사람을 몰아내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며 속도감을 낼 양이면 차라리 더디게 개발하는 게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베트남의 국가 전체 삶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미소된장국을 연상시키는 메콩 델타

호치민에서 버스로 약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메콩델타를 간다. 가는 동안 양쪽에 펼쳐진 곡창지대는 1년에 3모작이 가능해서 왜 베트남의 안남미가 유명한지를 실감하게 한다. 메콩에서의 주요 교통수단은 배다. 배를 타고 가는 길의 코코넛 정글은 그야말로 코코넛 나무로 숲을 이루고 있어 그 사이로 배가 지나가면 코코넛 가지가 타닥타닥 탁탁탁 배에 부딪히며 마치 탐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착각에 빠진다. 진흙 속 뿌리를 내리고 있는 코코넛과 뿌연 흙탕물은 큰아이의 표현에 의하면 한 국자 퍼 먹고 싶은 미소된장국 같다.

▲ 메콩강의 코코넛 정글. ⓒ가온가람이 가족

한낮의 기온이 38도를 웃돌고 습해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갖가지 종류의 열대과일은 쏟아지는 땀에 영양분을 보충하듯 다채롭다. 지나는 길에 만난 한국인 아저씨는 우리 가족의 일 년간 세계여행이라는 이런 방랑을 신기해하기만 한다.

우린 다행히 첫 여행지에서 친구를 만났다. 긴 여행의 처음 여행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우리에게 잘 곳 정하기, 휴대폰 유심 사기, 쇼핑하기 등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고 호치민의 맛 집도 데려가 주고 나짱으로 이동하는 기차표도 끊어준다. 이런 친구의 보살핌으로 첫 여행지에서 현지적응이라는 두려움은 어느새 자신감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고맙다 친구야.
우리는 베트남 남부에서 중부를 지나 북부까지 가는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고민했다. 저가형 비행기, 기차, 버스 등. 가장 처음 고른 교통수단은 기차다. 주로 도시 간 이동은 밤에 이루어지는데, 침대칸은 이동과 잠자리라는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게 해주며, 가족만 탈 수 있어서 안전하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싼 가격이 흠이다. 다만 기차의 종착역이 하노인데 우린 나짱에서 내려야하니 여간 긴장을 한 게 아니다. 못 내릴까봐! 그러나 정차 역에 오니 승무원이 친절히 깨워주었다. 괜히 알람 맞추고 승무원한테 물어보고 잠도 설쳤다. 이런 작은 어긋남이 여행 안으로 들어올 때 참여행의 맛을 느끼게 되듯이 여행의 묘미는 어긋남에 있는데도 매번 버릇처럼 규격화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베트남의 하와이로 불리는 해변 좋은 나짱

아시아에서 제일 길다는 케이블카가 나짱과 빈펄 섬을 연결하고 있는데 빈펄 섬은 섬 자체를 놀이공원으로 꾸며놓은 곳으로 해변의 모래가 마치 인절미 떡에 뿌리는 콩고물처럼 부드러운 곳이다. 해변의 깨끗함과 예쁘게 꾸며놓은 신기한 자연경관은 본토와도 꽤 다른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해질녘 석양을 바라보며 마신 칵테일 한잔은 맛보다는 분위기를 먹고 있었다. 본토와 다른 느낌의 해변과 나무, 그리고 놀이공원과 아쿠아 월드를 방불케 하는 수족관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도 하고 흥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다만 케이블카부터 입장료가 청구되어 섬전체가 사유화되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꽤나 비싼 입장료는 현지 사람들의 접근을 어렵게 하여, 정작 수려한 경관을 가진 그곳 사람들이 소외되는 듯 씁쓸함이 남았다.

우리는 여행준비로 피곤한 심신에 휴식을 주기위해 끝없이 펼쳐진 나짱 해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서 온종일 자거나 선탠을 하거나 책을 보며 그야말로 마냥 쉬고 있다. 이들 틈에서 우리도 마냥 쉬어 본다. 진정한 휴식의 느낌이다. 다음날 근처의 이름난 머드베스도 들러본다. 우리는 진흙이 얼굴에라도 묻을까 깔끔을 떠는데 외국인들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진흙으로 덮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는 양 수선스럽다. 조용히 앉아 진흙목욕을 하는 우리와 달리 하하 호호 깔깔 까르르 진흙덩어리가 날아다니며. 우리가 이상한 건지 저 사람들이 이상한 건지 갸우뚱.

머드베스의 하루가 자유로움이라면 해변의 하루는 편안함이다. 다른 여행객들은 여행 중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며칠이고 마냥 머문다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여유까지는 장착하지 못했다. 일정을 이유로 버스표를 이유로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며 나짱을 떠났다.

(다음에는 베트남 중부, 북부편이 연재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가온가람이 가족 세계여행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