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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창' 든 박근혜, MB까지 찌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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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우병우 창' 든 박근혜, MB까지 찌를까?

[분석] 법률 언어 아닌 정치 언어에 주목하라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하겠다."(지난 12일 이완구 총리 담화문)

"뿌리가 움켜주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무시무시하다. 이 말들이 함의하고 있는 바는 큰 틀에서 명확하다. 결코 '가지 치기'는 하지 않겠다. 그리고 '어떠한 대가', 어떠한 정치적 타격이 있더라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말 속에 시퍼런 날이 서 있다. 법률 언어가 아니고 정치 언어다. 상대가 정해져 있다는 암시이며, 기획의 느낌이 든다. 특히 발원지가 검찰총장이 아니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라는 점은 정무 기획의 뉘앙스를 더욱 진하게 한다. 수사는 단지 기술적인 문제로, 하위 파트에 불과하다.

누구를 향한 발언들일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는 크게 세 갈래다. 포스코, 경남기업, 그리고 일부 대기업 수사다. 포스코 수사는 비자금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경남기업 수사는 자원 외교 비리와 맞닿아 있다. 대기업 수사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진해왔던 기획 사정으로 일종의 '관행' 분위기를 풍긴다.

주목되는 것은 포스코 수사와 자원 외교 비리 수사다. 수사는 아직 최종 목표 지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것도 친박 핵심 그룹에서다. 포스코, 자원 외교 비리, 둘 다 이명박 정권과 연결 고리가 있다.

여당 사무총장을 지낸 친박 핵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24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 이른바 '기획 사정'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국민이 5년마다 정권을 바꾼다는 것은, 그동안 했던 정책의 노선을 바꾸고 방향을 바꾸는 것 못지 않게 그동안 있었던 많은 적폐를 드러내야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어 "이 문제(부패 척결)를 실현하기로 처음에 대통이 되실 때부터 말했다"면서 "이것은 당연히 해야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포철(포스코의 옛 이름)이 MB정권과 관계가 있고 없고를 떠나, 수조 원이 도대체 어디로 가고 (왜) 포철의 경쟁력이 떨어져 있느냐에 관한 것은 국민적인 관심사"라며 "그걸 살펴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정권의 적폐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말로 들린다.

▲당선인 시절의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또 다시 난무하는 이름들, 이상득·박영준

검찰 수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공통점은 거론되는 핵심 인물, 핵심 기업들이 모두 이명박 정권 인사들과 관련이 깊다는 점이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형으로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이상득 전 의원과 이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의 이름이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의 시작과 끝, 곧 핵심이라고 봐도 무방한 인사들이다.

이상득·박영준, 두 인사는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 선임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된다. 그리고 지금 포스코 수사의 칼 끝은 정 전 회장을 향하고 있다. 정 전 회장, 그리고 정동화 전 부회장은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건설 베트남 법인, 그리고 포스코 합작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를 비롯해 이들과 협력업체 관계인 일부 기업들을 매개로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비자금 조성의 핵심 고리로 거론되는 협력 업체는 흥우산업(베트남 비자금 의혹)과 동양종합건설(인도네시아 비자금 의혹)이다.

흥우산업 이철승 회장은 건설협회 부산시회 회장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정관계에 발이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우산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0월 해외건설업 면허를 취득했고, 2009년부터 포스코의 베트남 사업과 관련해 각종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현재 이 회장은 이상득·박영준 등 핵심 인사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일면식도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동양종합건설의 경우,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합작 법인인 크라카타우포스코제철소 건설에 뛰어들어, 경험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제철소 건설을 수주받는 기염을 토했다. 영남지역 유력 언론사 사주로 정관계에 발이 넓은 동양동합건설 A회장이 정준양 전 회장과 이명박 정부 실세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포항에 적을 둔 기업인 동양종합건설은 포항, 부산 등의 지역에서도 포스코 관련 공사를 대거 수주, '특수 관계' 의혹에 불을 지핀다. A회장은 현 정부 인사들과도 인맥이 탄탄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포스코의 '특혜 합병' 의혹을 받고 있는 성진지오텍의 전정도 회장도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차관 등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기업 수사는 그간 국회에서 진행된 자원외교 비리 의혹과 맞닿아 있다. 특히 300억 원 이상 지원받은 성공불융자금 가운데 용처가 불분명한 부분이 주목된다. 성공불융자금을 빼돌려 목적 외에 다른 곳에 사용했거나, 비자금 조성에 이용했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경남기업과 이명박 정부의 관계도 특별하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성완종 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에 참여했던 이력 등이 거론된다. 이날 <한겨레>는 이상득 전 의원이 경남기업 관련 청탁건으로 신한은행에 외압을 넣은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등에 검찰 수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포스코 역시, 자원 개발 관련 비리 의혹과 연관이 깊다. 정 전 회장 재임 기간 계열사 인수합병(M&A)으로 투입한 자금 중 5조 원대에 달하는 액수가 자원 개발과 관련이 있다. 특히 정 전 회장 재임 시절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개발과 관련이 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로이힐 광산, 성진지오텍, 포뉴텍 등 계열사들도 에너지 관련 업체들이다.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차관이 추진한 아프리카 철광석, 볼리비아 리튬광산 개발에도 포스코의 자금이 들어가 있다.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차관이 한창 자원 개발에 매진 중이던 2010년, 당시 '비주류'였던 박 대통령의 한 측근 의원은 "이상득 의원, 박영준 차관이 해외 자원 개발을 한다고 하면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소문이 좋지 않다. 해외 투자 사업은 비자금을 조성하기에 매우 용이하다"는 말을 했던 적이 있다. 당시에도 친박계에서는 'MB그룹'의 자원외교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자원 외교 비리에 '사정 정국'의 바람이 몰아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을 지도 모른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기획?사정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검찰 수사는 현재 문어발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자금 조성 부분을 밝혀내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물론 검찰 수사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 세력들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은 가늠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사정 정국 조성은, 공직 사회에 충격 요법을 주고, 여론을 등에 업음으로써 정권의 '개혁' 조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 현재 난마처럼 얽힌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 정권의 핵심 과제 추진을 위한 동력 확보용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여의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1년 남짓 남은 2016년 총선의 공천권이다. 현재 여권 친박 주류의 '정치 밑천'은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박 대통령과 친박 그룹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비주류에 뺏긴 이후, 설상가상으로 '정윤회 문건 파동'을 겪으며 크게 휘청였다. 이대로 가면 내년 공천권을 비주류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김무성, 유승민 투톱 체제를 떠받들고 있는 구(舊)친이계 인사들의 약진은 도드라진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비주류 인사들이 대거 지방정부에 진출했다. 차기 대권 후보 '포스트'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부산의 서병수, 인천의 유정복 시장 정도만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심지어 대구에서는 'NLL 파동' 등 대야 공세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친박계 서상기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고, 구친이계인 권영진 시장이 부상하는 뼈아픈 패배를 경험해야 했다.

한 친박계 인사는 당시 "친박계의 '영남권 우위' 사수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표현했다. 이번 사정 정국이 이명박 정권을 겨냥하는 데에는 비주류의 힘을 빼려는 여권 주류의 정무 기획이 반영돼 있다는 일각의 관측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검찰 등에서 흘린 것으로 보이는 '이상득 전 의원 경남기업 비호설' 등을 보더라도 언론을 통한 사정 기관의, 일종의 '망신주기' 행태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생명=공천'이다. 사정의 칼날이 자칫 비주류의 심기를 건드리는 수준까지 갈 경우, 즉, 비주류가 정치 생명에 위협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사정의 방향이 또렸해질 경우, 여권 내에서는 '전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라는 이 총리의 발언은 특히 주목된다. 정무적 감각이 빼어난 정치인인 이 총리가, 친박 그룹의 '정치적 손해'를 감수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것은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 생명'까지 건넬 정도는 아니다. 공천은 제로섬 게임이다. 역대 정권에서 제 '정치 생명'을 다른 이에게 불어넣어 준 '미담'은 정당사에 없다.

이번 박근혜 정부의 대대적 사정 드라이브에 정무 기획이 녹아 있다는 정황은 또 있다. 박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우병우 민정수석이 이번 사건의 실질적 지휘자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수사와 별개로, 포스코 비리 관련 현 정부와의 연계설을 '차단'하는 것은 우 수석의 업무와 직결돼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올해 2월 있었던 검찰 인사를 주목한다. 이른바 '우병우 라인'이 요직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대형 비리 수사를 주로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최윤수 3차장은 대표적인 '우병우 라인'으로 꼽힌다. 포스코 수사와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맡고 있는 특수부 핵심에도 우 수석과 가까운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홍문종 의원 등 친박 핵심 그룹을 비롯해 청와대와 정부는 "정무 기획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기획설'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들어내야 할 "뿌리를 움켜쥐고 있는" 모종의 '목표', 그것이 존재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실루엣은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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