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어깨 통증으로 정밀 검진을 받는다.
LA 다저스 감독 돈 매팅리는 23일 인터뷰를 통해 류현진이 LA로 돌아가 구단 주치의와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19일 어깨 통증으로 주사 치료를 받은 뒤 4일 만에 진행된 캐치볼 훈련 과정에서 다시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세 차례나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긴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빨리 돌아올 수 있었지만, 부상으로 인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2014년 10월,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진행된 귀국 기자회견에서 류현진은 4일 휴식 후 등판 간격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한 적이 있다. 4일 휴식과 5일 휴식은 하루 차이지만, 선수들이 느끼는 몸의 상태는 어마어마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이어 류현진은 "여전히 5일 휴식 후 등판을 선호하나, 내가 맞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어깨나 팔꿈치 부상이 속출하는 이유 중 하나는 4일 휴식 후 등판 때문이다. 투수의 부상은 구단 입장에서도 손해다. 아구계 전체가 부상을 방지하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적의 등판 간격은 '5일 휴식 후 등판'이라고 밝혔다.
MLB가 선발 투수 5인 로테이션(4일 휴식 후 등판)을 고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25인 로스터 체제이기 때문이다.
25인 로스터 체제에서 선발 투수 한 명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12명으로 구성된 투수진 중에서 선발 투수를 한 명 늘리면, 구원 투수 6명이 약 500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이는 구원 투수 한 명당 80이닝 넘게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선발 투수를 한 명 늘리면 구원 투수 6명이 혹사당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하루 더 쉰 선발 투수가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지리라는 확실한 보장이 없는 이상, 25인 로스터 체제에서는 한 구단이 시즌 내내 6인 로테이션을 유지하기 힘들다.
MLB는 1914년부터 25인 로스터 체제였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선발 로테이션은 초기의 3인 로테이션에서 5인 로테이션으로 확대되었지만, 25인 로스터 체제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로스터의 확대와 6인 로테이션에 대해 미국 아구계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기가 왔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해가 갈수록 토미 존 수술을 받는 투수가 늘어나고 있다. 1998년까지는 연간 10명 남짓의 선수가 토미 존 수술을 받았지만, 2012년에는 88명(마이너리그 포함)의 선수가 같은 수술을 받으며 폭발적인 증가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95명의 투수가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올해는 9명으로, 2012년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95명의 수술 선수는 거의 구단당 3명 꼴이다. KBO리그와 NPB에서 매해 서너 명이 수술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왜 MLB는 로스터를 당장 확대하지 않는 것일까.
#1. 로스터 확대와 6인 로테이션으로의 변화가 부정적인 이유, 긍정적인 이유
물론 로스터의 확대와 6인 로테이션 도입이 쉽지 않은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반대로 로스터를 확대하고 6인 로테이션을 도입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각각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부정적인 이유
- 로스터의 확대는 구단의 입장에서 볼 때는 선수단의 총 연봉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에 꺼려지는 일이다. 게다가 선수의 입장에서도 반길 일만은 아니다. 개개인의 연봉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더 잘 던지는 투수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이 더 좋은 성적을 보장할 수 있다. 6인 로테이션이 될 경우, 구단은 2000만 달러가 넘는 고액 연봉을 받는 선발 투수가 연간 6회 덜 등판하게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 2010~2014년 선발 투수의 등판 데이터에 따르면, 4일 휴식 후 등판한 투수는 평균 6이닝,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5일 휴식 후 등판한 선수는 평균 6이닝,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했다. 즉,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하루 휴식을 더 취한다고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않았다.
긍정적인 이유
- 로스터의 확대로 인해 선수단의 총 연봉이 증가하는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투수가 한 명 늘어남으로써 늘어난 총 연봉은 투수당 연봉이 낮아지게 되면서 지금과 별다르지 않은 연봉체계가 구축될 확률이 높다. 투수 당 18~20% 덜 등판하게 되기 때문이다.
- 현재 메이저리그 투수 연봉의 33%가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투수들에게 지급되고 있다. 만약 6인 로테이션을 통해 선수들의 부상을 줄일 수 있다면, 투수 당 연간 6회가량의 등판 감소는 충분히 감수해볼 만하다. 게다가 선발 투수의 체력을 비축할 수 있어서, 포스트시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 메이저리그의 투수들은 지금까지는 4일 휴식 후 등판에 더 익숙해져 있지만, 5일 휴식 후 등판에 적응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류현진의 경우 4일 휴식 후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한 반면, 5일 휴식 후 등판에서는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했다. 이는 익숙함에서 오는 차이라고 볼 수 있다.
- 하루 휴식을 더 하는 것은 더 건강한 상태에서 던질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 메이저리그는 어느 때보다도 수준급 투수들이 풍부한 시기다.
#2. MLB는 투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MLB의 30개 팀은 매해 약 10만 km에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며 162경기를 25인 로스터로 치러야 한다. 주 1회 고정적인 휴식일을 가지며 MLB보다 많은 로스터(KBO리그 26인 등록/25인 출전, NPB 28인 등록/28인 출전)로 운영되는 동양 리그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가혹한 조건이다.
선발 투수들은 동양 리그에 비해 하루 덜 쉬고 등판한다. 무리해서라도 공을 빠르게 던지지 않으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15년 동안 투수들의 평균 구속은 평균시속 2마일(3.2km/h)이 증가한 반면, 토미 존 수술을 받는 선수는 9배가 증가했다.
MLB의 팬들은 빠른 시간 안에 슈퍼스타가 되리라고 기대했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1년간 보지 못했다. 스트라스버그가 돌아오자 맷 하비가, 맷 하비가 돌아올 무렵에는 호세 페르난데스가 자리를 비웠다. 텍사스가 총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투자한 다르빗슈가 수술을 받았고, 류현진이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갈 위기에 놓였다
얼마 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저스틴 벌랜더는 "구단들이 마이너리그에서 투수들을 과잉보호하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투수들이 적응을 못 해서 부상 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로 한 번도 시즌 중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았던 벌랜더라면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그 당사자도 심각한 구속 저하를 보인 시즌도 있었고, 지난 시즌에는 떨어진 구속과 함께 성적 부진에 시달렸다.
과거에는 벌랜더보다 훨씬 더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들이 있었다. 가깝게는 랜디 존슨이 그랬고 놀란 라이언 등 수많은 투수들은 현재 기준으로는 지독하게 혹사당했음에도, 오랜 기간 무시무시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구단 운영의 기준이 이런 소수의 '초인'들에게 맞춰져서는 안 된다.
평균적인 선수들이 '덜' 다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로스터의 확대와 6인 로테이션(5일 휴식 후 등판)의 도입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 될 수 있다. 팬들은 좋아하는 선수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뛰는 것을 지켜보고 싶어한다. 이제 6인 로테이션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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