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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리퍼트 대사에게 미안하니, 사드 도입?

[정욱식 칼럼] 다시 사드다(하-1)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격 사건이 '나비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기보다는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김기종 씨의 개인적 일탈 행위를 "한미동맹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한미동맹 강화론과 종북 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 자체가 정치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안중근 의사의 의거까지 운운하며 김씨의 폭력 행위를 옹호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의 '정치화'는 다각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먼저 한미관계 차원에서 한국의 대미 발언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외교사절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이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까지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하면서 한미동맹 강화를 다짐하는 걸 보면, 이는 기우로 끝날 것 같지가 않다.

문제는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발언권 약화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이에 대한 비판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전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친 후 첫 일정으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 ⓒ청와대

사드 배치 불 지피는 새누리당

사드(THAAD)의 한국 내 배치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인 원유철 의원은 8일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나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로 인한 남북관계의 긴장보다는 안보와 방어 태세 등을 봐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제가 검토한 바로는 배치 필요성이 상당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원 의원 역시 "사드 배치를 반대할 필요가 없다"며, "미군은 일차적으로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도입하려는 것"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1년 가까이 계속된 사드 논란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단순히 하나의 무기체계를 배치하는 차원이 아니라 남남갈등-남북갈등-미·중 갈등을 동시에 품고 있는 한반도 문제의 갈등 구조를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 문제는 대단히 신중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미국 대사 피습 사건에 편승해 일부 정치인들이 사드 배치 군불을 다시 떼는 것은 결코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사드 배치의 핵심적인 논점은 미·중 관계와 한국의 딜레마에 맞춰져왔다. 필자 역시 이에 대해서는 상세한 분석과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동시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사드가 과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대처에 실효성이 있는지,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전과는 한참 거리가 먼 요격 실험

사드는 현재까지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사드의 성능에 대한 1차적인 분석은 요격 실험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사일방어체제(MD) 주무 부서인 미국의 미사일방어국(MDA)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05년 11월부터 2013년까지 모두 17차례의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은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초기에는 요격 시도 자체가 없었거나, 실제 미사일이 아니라 가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도상 실험 방식이었다. 중기에는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 대상으로 삼았다. 사드가 주된 요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2012년 이후부터 실시됐다. 사드 생산 주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실험 성공률이 100%에 육박한다고 자랑하지만, 그 면면을 보면 '글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사드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거나 날씨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실험 자체가 무산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요격 대상이 탄두와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은 상태의 탄도미사일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미분리 미사일은 몸체도 크고 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실제 상황, 즉 초고속으로 낙하하는 탄두만 요격할 때에 비해 성공 확률은 압도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요격 실험이 C-17 수송기에서 떨어뜨린 탄도미사일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면 요격 대상 미사일의 속도도 느릴 뿐만 아니라 표적 확인이 이미 끝난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전과는 한참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사드는 아직까지 주된 요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지상에서 발사되어 탄두가 종말 단계에 진입한 상태, 즉 실전에 가까운 상태에선 한 번도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다.

맞추기와 탄두 파괴는 차원이 다르다

종심이 짧고 산악 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선 MD 작전이 실험 상태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물론 사드를 무용지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이 평택미군기지에 배치할 경우, 캠프 험프리와 오산공군기지, 그리고 계룡대는 방어권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40~150km 사이로 날아온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 성립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럼 평택으로부터 50km 떨어진 수도권은 어떨까? 사드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200km이라는 점에서 방어권이 포함된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사드의 최소 요격고도는 40km이다. 이에 반해 포물선을 그리면서 수도권으로 떨어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최종 하강 단계에 있기 때문에, 40km 이상의 고도로 비행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사드를 회피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300mm 신형 방사포와 신형 지대지 미사일은 계룡대까지 사거리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저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사드나 패트리엇으로 잡을 수 없다. 또한 북한은 은폐와 회피가 용이한 이동식 발사대를 증강하고 있다. 일각의 분석처럼 북한이 바닷속에서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보유한다면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막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사드를 비롯한 MD가 북한의 탄두를 맞추는 데에는 성공하더라도 탄두를 파괴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이다. MD는 직격탄(hit-to-kill)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요격 대상인 탄두의 낙하 속도는 초속 5km 안팎에 달하고, 탄피도 전체 중량의 50% 내외에 달할 정도로 두껍다. 축구 경기를 보면 강하고 빠르게 날아가는 공은 골키퍼가 손으로 막아도 골망을 흔드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MD의 근본적인 한계도 여기에 있다. 설사 탄두를 맞추더라도 탄두의 낙하지점이 조금 바뀔 뿐 그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드를 비롯한 MD는 방어적 효율성이 극히 의문시되는 무기체계이다. 이에 반해 그 부작용은 상당히 크다. 막대한 재정 부담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과 중국을 자극해 오히려 우리 안보와 국익을 위태롭게 만드는 부메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드의 대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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