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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공의 적'이 여기 있다!

[초록發光]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결정은 무효다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7일 새벽 1시,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을 통해서 승인 결정을 내렸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곧바로 보도 자료로 그 결정을 알렸다. 전문가들이 충분한 검토를 통해서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보도 자료의 어디에도 지난밤에 있었던 격렬한 논쟁과 이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이제 안전이 보장되었다는 월성 1호기가 30~40일 후에는 가동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환경·사회단체들과 녹색당 등은 기자 회견과 정당 연설회 등을 열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이 보기에 이번 결정은 국회에서 벌어지는 '날치기 통과'와 다를 바 없었다.

노후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근 기술의 적용 문제, 부지 인근에 존재하는 여러 단층 등의 위험성 평가 그리고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지역 주민 의견 수렴 절차의 적용 문제 등, 여러 이견과 쟁점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장과 정부·여당 측 위원은 표결을 강행하면서, 안정성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을 밀어붙였다.

이 일을 지켜보면서 전문가의 역할과 규범을 곱씹어 생각하게 되었다. 흔히 핵발전소와 같이 복잡한 기술적 사안과 관련된 결정은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전문적 지식에 근거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법률에 의해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원자력 안전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자리를 채우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즉, 원자력 안전 문제는 전문가들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원들이 전문가로서 사회가 기대한 바대로 행동했는지, 따라서 최선의 선택이 이루어졌는지 의심스럽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수명 연장을 신청한 월성 1호기의 안전성에 대한 중대한 이견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까지 참여한 민간 검증단의 검토 결과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그것과 상이했다. 그러나 이런 의견차를 비전문가와 전문가 사이의 이견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원자력 공학 분야의 전문가들 사이에도 이견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의 서균렬 교수나 원자력 발전 설계 전문가 이정윤 대표(원자력 안전과 미래)는 월성 1호기가 최선의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이견 표출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오히려 생산적인 것일 수도 있다. 오히려 이견 표출과 토론 없이 정부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관철되어 온 그간의 원자력 정책이 더욱 문제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이견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에서 다루어질 수 제도적 조건이 마련되어 있었다.

위원 모두를 정부가 선정하도록 된 원자력안전위원회법이 2013년에 개정되면서, 야당 추천 몫으로 반핵 운동에 참여해 온 전문가(김혜정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위원장과 경주환경운동연합 의장 출신인 김익중 동국대학교 교수)가 2명 참가하고 있었다.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여당 추천 위원과 다르게, 야당 측 위원들이 이견들을 주목하고 관련 쟁점들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예를 들어, 김익중 위원은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한 설비 보완 시 최신의 기준을 적용하였는지를 집요하게 따졌다. 서균렬 교수나 이정윤 대표가 문제 제기하고 있는 지점과 동일하다. 특히 체르노빌 핵사고 이전에 건설되어 월성 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은 기술(소위 'R-7')이 쟁점이 되었다. 이 기술은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인 1991년부터 건설된 월성 2, 3, 4호기에는 적용된 것이었다. 김 위원은 24년 전에 나온 '최신 기술'을 수명 연장 시 안전성 보장을 위해 적용하라고 주장했다. 상식적인 주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타당한 요구였다. 원자력안전법에서도 수명 연장 심사 시에 최신의 기술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익중 위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표결 직후 언론에 기고문을 실었다.

"결국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들 (R-7 기준에 따른) 설비 없이도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한 셈이다. 안전성을 높일 설비가 없으면 안전하지 않다. 이건 전문지식이 아니라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한겨레> 2015년 2월 28일자)

그는 이 쟁점이 해결되지 않은 채 표결을 통해 수명 연장이 결정이 된 것은 "규제 기관의 일원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충분한 검토도 없이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애써 싸웠고 불합리한 일에 동참할 수 없어서 퇴장을 했다. 그래도 그가 참여하고 있는 규제 기관이 내린 결정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었다. 책임지는 전문가의 태도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김익중 위원의 '고집'이 지켜질 수 있었다면, 국민들은 전문가들에게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핵발전소 수명연장 문제의 결정 권한을 위임한 것에 큰 후회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표결을 참여했던 다른 전문가들의 모습은 분노를 자아낸다. 조성경 위원이 대표적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가 개최되기 직전, 조성경 위원이 이해상충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원자력안전위원회법에 규정된 조항을 위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법은 최근 3년간 "원자력 이용자 또는 원자력 이용자 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한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10조 1항 5호). 그러나 조성경 위원은 2010~11년에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규 핵발전소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으로 1800만 원 정도의 회의 참석비 등을 받으면서 활동했다.

이 보도 이후 조성경 위원은 사퇴를 촉구 받았지만 사퇴하지 않고서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게다가 조성경 위원은 새벽 1시의 표결을 강행하는데 앞장섰다. 조성경 위원은 "원자력 안전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서 '인문·사회' 분야를 대표하고 있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협소한 기술 관료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원자력 안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독립성, 투명성, 민주성의 원칙을 엄격히 요구하는 역할을 그녀에게 기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새벽 1시의 표결 처리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피해 경찰차를 타고 귀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참여한 두 위원의 대조적 모습은 공공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전문가의 자격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단순히 지식과 경험이 많다는 것만으로 전문가에게 국민들의 안전과 관련된 공공 정책의 결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법률이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자신과 관련 집단의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전문가는 그가 아무리 훌륭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격을 잃게 된다. 또 전문가가 합리적으로 제기된 이견과 쟁점에 대해서 검토하고 토론하기를 기피한다면, 그의 식견과 경험과 무관하게 공공 정책 결정권을 위임받을 자격이 없다고 할 것이다. 표결에 참여한 이은철 위원장과 6인의 위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결정한 원자력안전위원회 대부분의 위원들은 사회가 기대하는 전문가의 규범을 준수하지 못했다. 그럴 경우,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 최선의 결정을 할 것이라고 믿고 전문가들에게 결정권을 넘겨준 국민들은 어찌 해야 할까. 이것은 법률을 제정하면서 전제하고 있는 전문가와 국민들 사이의 계약 위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 결정은 정당하지 않은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한 명으로 내가 원자력안전위원회 결정에 승복하지 못하는 이유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결정은 무효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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