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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복지 지출이 충분?…거짓말!

[복지국가SOCIETY]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누더기 입은 대한민국

출범 이후 한때 60%까지 고공행진을 했던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집권 2년 차를 막 넘긴 지금 겨우 30% 수준을 유지하는 데까지 추락하면서 심각한 민심이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이는 누적된 인사 실패와 함께 대선 당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의 후퇴가 결정적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새롭게 제기된 증세와 복지 논쟁이 이런 분석의 타당성을 지지해주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과 증세 논의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며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기만 했던 집권여당이 당의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입을 통해 스스로 말하고 있듯이 '증세 없는 복지'는 결국 국민을 속이는 거짓정책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 "중 부담-중 복지" 제안은 상당히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정치권의 기존의 복지 논쟁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공론화된 "중 부담-중 복지"는 그동안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우리나라가 복지 후진국을 극복하고 역동적 복지국가를 통해 '적정 부담-적정 복지'를 실현하자는 주장"과 복지국가 건설의 일정시기 동안에는 유사한 정책방향이기도 하다.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여당이 우리나라가 최소한 복지 후진국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는 데 동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지금부터 본격적인 복지국가 증세 논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여당 발 증세-복지 논쟁으로 인해 심지어는 지난 대선 당시에 제1야당이 기초연금을 포함한 보편적 복지 정책에서 정치적 주도권을 보수여당에게 빼앗겼던 것과 같이, 이번에도 야권의 정책의제를 여당에 빼앗겼다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DP기준)이 각각 2만 달러와 3만 달러 진입 시점에서 주요 선진국들의 복지수준은 어떠했는지, 이에 대한 상대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복지 지출의 현실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30-50클럽' 진입의 의미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8년 만인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2016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8800달러 수준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향후 원-달러 환율 수준의 큰 변동이 없을 경우 올해 중으로 3만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진입하면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와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경제대국으로서 소위 '30-50클럽'에 가입하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지난 2012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의 '20-50클럽'에 진입한 이후 3년 만에 우리는 다시 '30-50클럽'으로 도약하는 외형상 영광스러운 국가가 된다. 현재 '30-50클럽'에는 경제 선진국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6개 국가가 포함된다. '20-50클럽' 가입 이후 3년 내에 '30-50클럽'으로 도약한 국가는 영국(2년)과 일본(3년) 이후로는 우리가 처음이다. '30-50클럽'이 외형상의 경제적 업적 지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경제개발 50여년 만에 이 반열에 당당히 진입했다는 사실은 대단히 큰 성과임에는 틀림이 없다.

실제로 196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경제 후진국에서 출발하여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나라가 이와 같은 경제적 성과를 달성한 것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외형상의 경제적 치적에 걸맞게 우리 국민들의 안정적 삶의 토대가 되는 전반적인 사회시스템은 얼마나 갖추고 있는 것일까? 이후의 글에서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와 3만 달러 진입 당시의 우리나라와 경제선진국들 간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을 비교하여 시사점을 얻어 보기로 하겠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점의 사회복지 지출 비중

우선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진입 시점인 2007년도의 우리나라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의 비중은 7.5% 수준이었다. 같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점에서 스웨덴의 경우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의 비중은 무려 29.3%였다. 우리나라의 3.9배다. 스웨덴이 인구 970만 명의 작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번에는 우리나라보다 인구 규모가 조금 더 큰 나라인 프랑스(인구 6600만 명)나 독일(인구 8000만 명)과 비교해 보자. 우리는 여기서도 그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진입 당시의 프랑스나 독일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24~28% 수준이었다. 2만 달러 진입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3.2~3.7배에 달했다. 또한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을 선도하면서 '저 부담-저 복지' 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미국도 인구가 무려 3억 명이 넘음에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점에서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의 비중은 13.1%로 우리나라의 1.5배에 달했다.
▲ 자료 : OECD

다음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 시점에서 주요 경제 선진국들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의 비중을 비교해 보자. 이들 국가들 중에서 2만 달러 진입 당시 보다 사회복지 지출의 비중이 축소된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특히 독일의 경우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23.8%에서 27.2%로 무려 3.4%포인트나 확대되었다. 심지어 '저 부담' 국가인 미국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동안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2.3%포인트나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에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의 비중이 7.5%에서 10.4%로 증가했음에도, 주요 복지국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여전히 '복지 후진국' 상태에 머물고 있다.

▲ 참고 :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의 비중은 2014년 기준. 자료 : OECD.

이명박 정부 시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 수준과 관련해서 "기존 선진국들의 높은 1인당 국민소득 수준과 비교할 때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 비중이 결코 낮지 않다"(2012년 1월 12일, <조선일보>)라고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국제 비교 자료만 보아도 당시 박재완 장관의 말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수장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현재의 복지제도만으로도 2040년이면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OECD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2015년 2월 13일, <한겨레>)라고 주장했다.

이는 2014년 현재 GDP 대비 10.4% 수준인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앞으로 25년 후인 2040년이면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의 자연증가만으로도 22.6% 수준으로 늘어나 현재 OECD 국가들의 평균인 21.6%와 비슷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경환 부총리의 말은 자연증가분을 제외하고는 우리의 경제수준에 걸맞은 정책적인 복지 지출의 확대는 고려하거나 시도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이처럼 보수정부 7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져왔고 지금도 담당하고 있는 경제 부처 수장들의 '잘못된 현실 인식'과 '안일한 대책 수립'으로 인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 비중은 2014년 현재 28개 OECD 회원국 중에서 28위를 차지해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 획기적으로 늘려야

문제는 이들 '30-50클럽' 국가들이 국민소득 2만 달러이던 시기와 국민소득 3만 달러이던 시점에서 왜 그렇게 많은 비용을 사회복지에 지출했느냐, 바로 이 부분이다. 그것도 해당 시점에서 우리나라 보다 약간 많은 정도가 아니라 '3배 내지 4배'나 되는 엄청난 정부 재정을 투입했던 이유가 중요하다. 비록 우리나라보다 먼저 산업화를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규모의 인구에 비슷한 수준의 1인당 국민소득을 가지고 있다면, 그 국가들의 사회복지지출은 나름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들이 우리보다 서너 배나 많은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을 했던 이유는 그것이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 일정 수준에 이르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 시장의 힘만으로는 일자리를 더 이상 창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또 사회복지 지출을 통한 가처분 소득 증가와 구매력 향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인구가 고령화되고, 산업구조가 요소투입 형에서 지식기반 형으로 전환될수록 보편적 복지를 통한 보육, 교육, 의료, 주거, 일자리 및 노후 보장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결국, 보편적 복지가 경제 성장에 유리하고, 복지국가가 지속적 성장을 보장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지난 시기에 '30-50클럽' 국가들은 복지국가를 선택했다.

한 인간의 경제적 수준에 걸 맞는 행동과 인식이 수반되지 못하면, 그 사람은 단지 돈만 있는 졸부라는 평판을 얻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 사회 역시 경제적 발전에 상응하는 사회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게 되면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천박한 사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1인당 소득 수준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높아지고 있음에도 이전보다 국민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 오히려 더 악화되는 중요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외형적 소득 수준에 상응하는 사회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 전반의 경제적 삶과 유리된 경제 성장을 지속한다면, '왜 우리가 경제 성장을 지속해야 하는지?' 이에 대한 사회 전반의 지지와 당위성을 상실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이런 방식의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도 어렵다. 불가능하다. 경제 선진국인 기존의 복지국가들이 전반적인 소득 수준의 향상에 맞춰 복지 지출을 확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우리 사회가 지향할 "중 부담-중 복지"의 목표 대상이 독일이냐 미국이냐는 논쟁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앞서 우리의 경제 수준에 비해 사회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 이에 대한 정확한 현실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가 얼마나 허황된 억지 주장인지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바탕으로 여야 정치권은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무엇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지난 7년 동안 줄기차게 주창해왔던 '복지국가 증세'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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