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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정서 두 명 뇌종양, 말이 되나?"

반올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4명 뇌종양 산재 신청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반도체를 만들던 노동자 2명이 뇌종양에 걸렸다. 같은 시기, 같은 조로 근무했던 두 노동자가 퇴사 후 2014년에 각각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2일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자산업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주간을 선포하고, 삼성전자에서 일한 뒤 뇌종양에 걸린 4명에 대해 산재를 신청했다.

같은 시기, 같은 공정, 같은 뇌종양

신모(29) 씨와 정모(33) 씨는 각각 2004년부터 2010년까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인쇄·외관검사·포장(MVP : Marking, Visual, Packaging) 공정에서 같은 조로 함께 근무했다가 퇴사 후인 2014년 둘 다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 뇌종양으로 산재를 신청한 신효선 씨(왼쪽)와 뇌종양 산재 인정 소송을 벌이고 있는 한혜경(오른쪽) 씨. ⓒ프레시안(김윤나영)

신 씨와 정 씨는 마킹 설비에서 반도체 칩에 삼성 로고와 제조일자를 레이저로 마킹하는 일을 했다. 신 씨는 "설비 안에 흡입기가 있지만, 설비에 갈색 분진이 자주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제품을 집어 확인할 때 고무 타는 냄새가 나고 머리가 아팠다"고 말했다.

반올림은 "레이저 마킹 작업은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 물질들이 공정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는 작업"이라며 "또 반도체 칩을 직접 취급하면서 검사 업무를 수행하므로 노동자들은 칩에 잔류한 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 했다.
신 씨는 퇴사 이후인 2014년 11월 어지럽고 메스껍고 토하는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갔다가 정밀진단 결과 2014년 12월 뇌종양을 진단 받았다. 투병 중 옛 동료들이 같이 일했던 정 씨도 뇌종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한다.

신 씨는 정 씨에 대해 "퇴사 후 알고 보니 나만 뇌종양에 걸린 게 아니었다"며 "그 언니는 원래 건강했는데, 같이 일하는 동안 머리 아프다고 하고 몇 달 생리를 거르고, 쓰러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올림은 신 씨와 정 씨, 2003년 삼성전자 천안공장에 입사해 LCD 제조 공정에서 8년간 검사 업무를 하다 뇌종양으로 숨진 고(故) 최호경 씨와 삼성전자 기흥공장 설비엔지니어로 18년간 근무했던 오상근 씨 등 총 4명의 산재도 신청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2인 1조 근무 뒤 백혈병 산재 인정 전례 있어

이번 산재 신청은 △ 같은 공장, 같은 공정에서 비슷한 시기에 일했던 발병자가 있다는 점 △특정 공정에서 발병자가 많이 나온 점 △ 안전 문제가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알려진 비교적 최근 시기에 일했던 노동자들에게서 뇌종양이 발병한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8월 2심에서 최종 승소한 고(故) 황유미 씨, 고(故) 이숙영 씨는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2인 1조로 근무하다 비슷한 시기인 2005년, 2006년 각각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혈액 암의 일종인 백혈병은 통상 10만 명당 2~3명이 발병하는데, 당시 법원은 "비슷한 시기 2인 1조 근무자가 백혈병에 걸린 것은 우연이 아니고, 작업 환경 때문"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신빙성 있다고 보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뇌종양은 통상 10만 명당 3명 정도 발병하는 암으로, 75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최고치를 보인다. 같은 조에서 근무했던 두 노동자가 같은 뇌종양에 걸릴 확률은 매우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공정에 뇌종양 발병자들 몰려 있어"

뇌종양 발병자들이 고온 테스트(MBT : Monitoring Burn-in TEST) 공정과 그 바로 뒷공정인 인쇄·외관검사·포장(MVP : Marking, Visual, Packaging) 공정에 몰려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반올림은 "반도체 칩을 만지고 얼굴을 만지면 피부에 빨갛게 트러블이 생기는 것을 노동자들은 '디바이스독'이라고 불렀는데, MVP 공정뿐 아니라 바로 전 공정인 고온 테스트 공정에서 일했던 노동자들도 디바이스독 피해를 많이 호소했다"며 "고온테스트 공정에서 일했던 뇌종양 피해 제보자만 4명"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IBM사 전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퇴직 노동자는 일반 인구보다 뇌와 중추신경계 암 발병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2008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실시한 역학조사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뇌와 중추신경계 악성신생물 발병률은 일반 인구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반올림은 "반올림에 제보된 뇌 및 중추신경계 악성신생물 발생은 총 19명으로, 2008년 조사된 9명보다 10명 이상 많다"며 "특정 공정의 뇌종양 발병에 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뇌종양 산재 판결 오락가락

전자산업 종사자 뇌종양 발병에 대한 산재 결과는 나뉜다.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일했다가 뇌종양으로 숨진 고(故) 이윤정(사망 당시 32세) 씨는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산재 인정 판결을 받았지만,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이 패소 결과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했다가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한혜경(36)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에서 패소해 항소를 제기했다.

한혜경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는 "개선된 라인에서도 둘 다 뇌종양 판정을 받은 것이 말이 되느냐"며 "뇌종양은 직업병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죽은 노동자를 두 번 죽이지 말고 하루 속히 산재를 승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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