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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영란법' 통과를 막는 자들은 누구인가?

[민교협의 정치시평] 노조·시민사회 등도 적극 개입해야

총리가 되기 전 이완구 후보자의 청문회 과정에서 소위 '김영란법'을 통과시켜 "기자들 검경 불려다니게" 운운한 그의 발언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언론은 그의 언론관을 문제 삼았지만, 진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그가 이 법이 통과되지 않도록 힘써 왔다고 말한 대목이다. 이렇듯, 한 개인의 힘만으로 국민의 관심사였던 이 법안이 무력화될 수 있을까? 과연 한 개인만의 이해관계로 법안 통과가 미뤄질 수 있을까? 이는 단지 언론계와의 관계 문제에 불과한 것일까? 철없는 자의 떠벌임이나 징징거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로 소위 사라져버릴 뻔 했던 '관피아' 등, 우리 사회의 각종 기득권 집단들의 결탁으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이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직자들의 부패 행위를 일으키는 원인을 사전에 제거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법안이다. 세월호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추악한 부패 사슬 구조에 분노한 국민적 관심 속에서 '김영란법' 원안에는 있었지만 정부 논의과정에서 빠졌던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는 대가성과 직무 관련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이 다시 법안에 포함되는 등,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할 경우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여기서 말하는 금품은 금전·유가증권·물품과 부동산 등의 사용권, 골프 등의 접대와 향응 또는 교통·숙박 등의 편의 제공 등이 총망라된다. '김영란법' 제8조 1항에 따르면 공직자는 자신의 직무 관련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하여 어느 누구로부터도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정부나 공기업의 부서 내 회식에서 제3자가 참가해 회식 비용을 내는 등 유착과 부패의 한 고리가 차단될 수 있다.

또 이 법이 시행되면 국회의원조차도 업계나 이익단체의 청탁을 일방적으로 들어줄 수 없게 된다. 로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형벌 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해당사자가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하는 경우 이해당사자에게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또한 이 법안에 따르면 공직자는 자신 또는 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업무에 대해 회피를 신청해야 한다.(제11조 제1항, 제3항) 예를 들어 고위공직자가 특채될 경우 재직했던 민간업체, 단체 등과 그 업무내용이나 고문 및 자문 등의 내용을 이해충돌방지담당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전관예우 등 관피아 특혜와 같은 추악한 적폐도 일정정도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이 법안(제5조 1항)은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에 대해 직접 또는 연고관계나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사인, 즉 민간인이 기관 또는 협회를 위해 공직자에게 부정 청탁을 했다면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또한 공직자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법안은 규정하고 있다. 법 제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이 법안은 그 집행단위가 바로 그들 자신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전망이 어둡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후보자 시절 '김영란법'을 막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법안 적용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국회의원들은 물론, 법무부, 안전행정부 등 다른 부처의 반발로 처벌요건이 완화된 정부안이 만들어졌고, 지난해 7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된 이 법안은 누더기가 됐는데도 10개월여 동안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적 요구에 따라 마지 못해 국회에서 논의가 된지 수 개월이 지났지만, 기득권 세력에 의한 유무형의 노골적인 방해로 아직도 통과가 되지 못 하고 있다.

특히 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 포함되면서 이를 이용한 기득권 세력의 반대는 노골적이다. 법안 내용의 왜곡과 과장, 그리고 억지 논리로 무장한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의 공격이 거세졌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물론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주문한 바 있었던 대통령까지도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법안 수정을 요구하는 등 법에 대한 공격은 실로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의미에서긴 하지만, 한겨레 등 일부 진보 언론조차 검찰과 경찰 권력의 강화와 적용 범위의 광대함 등을 우려하며 이 법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진영을 막론하고 격렬한 비판과 토론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요한 것은 또 법안이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또 다시 법 집행 단위의 문제가 은폐된 채, 향후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편법으로 추악한 관행이 이어질 경우 마치 법 자체가 문제가 있는 식으로 총체적 무력화의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매매 방지법나 사학법, 차별금지법, 종교인 과세법, 세모녀 법, 그리고 세월호 특별법 등등 수많은 법들이 어떻게 관료와 정치인, 기업인들과 언론들, 그리고 사회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발악하는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누더기가 되거나 통과되지 못 하거나, 아니면 논의조차 없이 그냥 폐기되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김영란 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제가 되지는 못 했지만, 매우 중요한 법안이 최근 발의되었다. 지난 17일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의원은 범죄자가 범죄행위를 통하여 벌어들인 불법이익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일명 불법이익환수법)을 여야 국회의원 총 104명의 동의)를 받아 대표발의하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 법안은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법세습과 범죄수익의 환수에 관한 법의 사각지대를 제거하고자 하는 법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이는 재벌, 그 중에서도 삼성에 타겟을 맞춘 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조직범죄 뿐 아니라, 기업 등의 편법적 범죄수익 환수에 관해 법리가 발달한 유럽 등지에서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성매매 산업, 조직폭력, 돈세탁, 세금 포탈, 배임과 횡령 등이 사실상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등 반사회적인 조직범죄가 전 사회적으로 만연한 한국에서 일부 거대 자본만을 목표로 해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물론 재벌의 반사회적 범죄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형사적 몰수, 민사적 몰수·환수, 또는 두 가지 절차를 모두 사용, 실질적인 처벌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지배 헤게모니 블록 연합 전체를 겨냥하지 못 할 때, 이 법안 역시 효력을 발휘하지 못 할 것이다.

두 법안은 그 적용 대상과 범위 등에서 서로 전혀 다른 별도의 법안이지만,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폐해를 국민에게 전가해서 사회를 파탄으로 이끌어 온 탐욕과 부패로 점철된 지배 블록 연합에게 일정정도의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 매우 중요한 법안들이다. 정당 정치, 선거 정치의 게임에 빠져 진보세력조차 철저하게 외면해 왔던 우리 사회의 실제 지배 세력들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과 경찰 권력의 강화 등 국가 권력의 법 악용 가능성, 법 적용 대상의 문제 등은 충분히 우려되는 지점이기에 시민사회의 적극적 개입과 통제권 확보를 통해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등의 보완책이 마련될 필요는 분명히 있지만, 그 어떤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과 박영선 의원 발의 법안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

정당 권력의 교체 여부와는 상관없이, 혹은 그 뒤에서 그것이 민주정치이 양 현혹시켜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추악한 힘이 드러나게 된 것은 너무나 슬프게도 세월호 사건이었다. 세월호 희생자의 영령들이 우리 사회에 죽음으로서 문제의 본질을 호소하고 있다. 법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이 법안의 집행자 자신이 그 적용 대상자인 상황에서 스스로를 단죄하고 지금까지 누려왔던 범죄적 수익과 무한 권력을 스스로 포기할리 없다. 법은 법조 마피아에게 맡기고, 범죄는 검경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자본은 물론이지만, 이들과 얽혀 있는 각종 관료 마피아 뿐 아니라, 핵, 토건, 의료, 교육, 종교, 언론, 성산업 등등 우리 사회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강고한 연대체를 형성,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모든 폐해를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는 지배 블록 연합 구조에 파열을 내고 복지 국가로 전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진보적 정치 세력, 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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