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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윤지숙과 박근혜, 그리고 이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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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윤지숙과 박근혜, 그리고 이완구

[기자의 눈] '100퍼센트 대한민국' 약속, 어디로 갔을까?

점심 때면, 짜장면 생각이 자주 난다. 종영을 앞둔 드라마 <펀치> 때문이다. 이 드라마 팬이라면, 다들 공감할 게다.

검찰을 배경으로 삼은 이 드라마는, 세 인물 사이의 협력과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검사 박정환(김래원 분),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 분), 법무부 장관 윤지숙(최명길 분). 앞의 두 사람을 한데 묶는 고리가 짜장면이다. 박정환과 이태준은 한때 같은 목표를 쫓는 동지였지만, 박정환이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적으로 돌아섰다. 그래도 이들은 함께 짜장면을 먹는다. 시청자도 입맛 다시게 하는 소리, 후루룩 쩝쩝. 그렇게 면발을 입에 쓸어 넣는 모습은, 돈과 권력을 삼키는 식욕 역시 만만치 않으리라는 걸 보여준다. 아울러 짜장면은 두 사람의 공통분모, 가난했던 유년의 상징이다. 다들 기억하듯, 그 시절에는 짜장면 한 그릇이 대단한 호사였다.

드라마에서 '가난한 선인과 부유한 악인'의 대립 구도가 사라진 지 꽤 됐다. <펀치> 역시 마찬가지다. 가난을 극복하고 성공했다는 점이 재능과 노력을 증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선한 품성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다. '밉지 않은 악인' 캐릭터는 이 지점에서 탄생한다. 고도 성장기를 살아낸 세대, 대부분은 어린 시절이 가난했다. '개천에서 난 용'의 성공담을 듣고 자랐고, '정직한 실패는 바보짓'이라고 배웠다. 박정환과 이태준이 나쁜 짓을 해도, 아주 미운 마음은 들지 않는 건, 그들이 나, 아니면 나와 가까운 누군가와 꼭 닮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얄미운 인물은 개혁적인 법무부 장관 윤지숙이다. 그녀 역시 악하기는 검찰총장 이태준과 다를 바 없다. 다만, 권력을 향한 식탐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태준과 달리, 법조 명문가 출신인 윤지숙은 "이태준 같은 사람이 검찰을 장악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라는 명분을 내건다. 그게 차이다.

가난했던 과거의 기억을 끊임없이 불러내며, 현재의 악행을 정당화하는 이태준이 새누리당의 은유라는 리뷰를 봤다. 또 이런 이태준에 대한 거부감에만 기대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윤지숙을 보며, 야권이 떠올랐다는 글도 있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는데, 지난 회 마지막 장면에서 생각이 달라졌다.

고상한 척 하던 윤지숙, 명분으로 자기를 감싸던 그녀가 갈 데까지 갔다. 자신의 목줄을 쥔 검사 신하경(김아중 분)을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한다. 법조계 원로의 딸, 공주 같은 그녀는 더 이상 고상한 명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100퍼센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지금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반쪽짜리 총리 임명 동의안이 가까스로 가결됐다. 마침 이날은 <펀치> 18회가 방송된다. 드라마 홈페이지에 있는 윤지숙 사진에서 박 대통령 얼굴이 겹쳐 보였다.

▲ '펀치' 캡처 화면. 윤지숙(최명길 분)이 신하경 검사(김아중 분)을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하는 장면.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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