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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금당해 '쇼'를 강요당한다면?

[주간 프레시안 뷰] '오랑'이를 풀어주자

대한민국은 인간에게도 잔인한 사회이지만, 동물에게도 그렇습니다. 독일의 몇몇 주 헌법에서는 '동물은 지구 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라고 규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많은 동물들은 학대받고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기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 등 다양한 처지에 있는 동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이슈가 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동물원'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어린이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동물원'을 찾습니다. 그러나 그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생태학자인 박병상은 <탐욕의 울타리>(이상북스 펴냄)>에서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의 처지를 아래와 같이 묘사합니다.

"떠들썩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항생물질과 화학농약에 오염된 먹이를 먹으며 제한된 운동밖에 할 수 없는 자연의 이웃들은 로마의 콜로세움부터 오늘의 동물원까지, 인간의 울타리 안에 들어온 이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213쪽)

사실 입장을 한번 바꿔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내가 동물원에 있는 동물이라면 어떨까요?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아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리고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없고, 울타리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행동반경이 강제로 제한되어 있다면?

게다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쇼'라는 이름으로 해야 한다면? 그것을 위해 강제로 훈련까지 받아야 한다면?

물론 '사람과 동물은 같지 않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오랑우탄과 같은 영장류의 경우에는 윤리적 논란도 있습니다. 과거에 흑인 노예들을 아프리카에서 붙잡아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고 가 강제노동을 시킨 것과 비교를 하기도 합니다. 지금 오랑우탄과 같은 영장류를 잡아서 낯선 땅의 동물원으로 끌고 오는 것이 과거 흑인노예들에게 하던 것과 뭐가 다르냐는 것입니다.

게다가 동물원으로 이런 동물들이 들어오는 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학대논란도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 <한겨레>는 경기도 고양에 있는 '쥬쥬동물원'과 관련된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쥬쥬동물원에는 '오랑'과 '우탄'이라는 이름의 영장류(오랑우탄)가 있었습니다.

이 오랑우탄들은 TV 동물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동물 스타였다고 합니다. 이 덕분에 쥬쥬동물원은 꽤 유명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중 '우탄'이 손을 힘껏 쥐지 못하도록, 동물원 쪽이 '우탄'의 손 인대를 끊는 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한 제보자가 신문사에 제보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직후인 2012년 6월에 우탄은 '악성림프육종'이라는 질병으로 사망했습니다. 뭔가 석연치 않은 대목입니다.

만약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공포 영화의 소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미 '우탄'은 죽었고, 물증은 없는 상황입니다. 쥬쥬동물원 측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남은 '오랑'은 어떻게 됐을까요? 그는 '생태설명회'라는 이름으로 동물쇼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농구화를 신고 국방색 작업복을 입고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자전거도 타고 킥보드도 탄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랑'은 여전히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있습니다.

▲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임순례 대표(오른쪽)와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A동물원 쇼 공연으로 학대받고 있는 '오랑'이의 보호를 주장하며 '프리 오랑' 프로젝트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서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프리 오랑(Free Orang)'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오랑'이를 동물쇼에서 해방시켜 생태적인 공간으로 옮겨 보호하자는 것입니다. 본래 오랑우탄은 숲에서 사는 동물입니다. 그렇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자는 것입니다.

이미 오랑우탄과 같은 영장류의 전시·공연을 금지하자는 운동은 미국 등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동물원이 '오랑'이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영장류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오랑'이가 쥬쥬동물원으로 오게 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것입니다. 밀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본래 오랑우탄과 같은 멸종위기종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의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수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수사했는데, '몰수' 처분을 내리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에 돌고래에 대해서는 몰수 처분을 내려, 바다로 돌려보내게 한 사례가 있는데, '오랑'에 대해서는 그런 판단을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오랑'의 처지는 대한민국의 많은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의 처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입니다. 그래서 생명존중의 관점에서 동물원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휴식과 즐거움을 얻기 위해 가는 동물원이 정작 동물들에게는 '지옥' 같은 공간일 수 있습니다.

* 동물보호단체 '카라' 바로가기 (http://www.ekar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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