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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민주화'에서 '골프 활성화'…박근혜의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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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민주화'에서 '골프 활성화'…박근혜의 '폭주'

[주간 프레시안 뷰] '경제 민주화' 실종 사건

'경제 민주화' 실종 사건

"'창조 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 민주화'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공정한 시장 질서가 활성화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입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창조 경제'와 '경제 민주화'가 필수적이라는 얘깁니다.

"이제는 (경제 민주화 관련) 법도 어지간히 통과됐고…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박근혜 대통령. 2013년 7월 10일 언론사 초청 오찬간담회)

"경제 민주화 법안들은 이제 일단락됐다."(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 2013년 7월 16일 기자간담회)

불과 6개월 만에 대통령의 공약은 실행 완료를 선언하며, 이렇게 사라졌습니다.

그리곤 '경제 활성화', '경제 혁신'이라는 말이 '경제 민주화'를 대신했고, 세월호 참사 후 "국가 대개조"를 약속했던 박 대통령은 이 말을 슬그머니 '국가 혁신',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급기야 지난 2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 보고에서 '경제 민주화'는 사라졌습니다. 2013년 업무 보고에서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와 통행세 관행, 순환출자 해소에 주력하겠다던 모습과는 100퍼센트(%) 달라진 모습입니다. 오히려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100% 규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죠.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공정거래위가 부추기고 있는 겁니다.

결국 박 대통령 본인의 지론이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로 되돌아온 겁니다. 뻔한 얘기를 새삼스레 끄집어낸 이유는 '경제 활성화' 또는 '경제 혁신'이 '골프 활성화'까지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막 가자는 거죠.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골프 활성화' 전말

이번 주에 느닷없이 '골프 활성화'가 등장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 전 티타임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과 환담하며 "올해 10월에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트컵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골프대회이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데 (제가) 명예회장으로 있다"며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골프가 침체돼 있으니, 활성화에 힘을 써 달라는 건의를 여러 번 받았다"고 운을 뗐습니다.

'규제완화'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경환 부총리가 가만히 있을 리 없죠. "국내에서 골프 관련 특별소비세·개별소비세 (등이 붙어) 말씀하신 대로 너무 침체돼 있어 외국에 가서 사실은 많이 한다"고 말했다는군요. 최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에 해외 골프 수요를 국내로 끌어오겠다며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한 기억을 떠올렸을 겁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방안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했습니다. 한 마디로 골프와 관련된 '줄푸세'를 지시한 겁니다.


'경제 민주화'에서 '경제 활성화'로, 그리고 '골프 활성화'까지 대통령의 폭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연 대통령의 한 마디는 무섭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이 "조만간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부처 간 조율을 거쳐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골프장 이용료에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농특세, 부가가치세 등을 합쳐 라운드당 2만1120원의 세금이 부과되고 체육진흥기금(3000원)이 붙습니다. 골프장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취득세 등의 세율도 다른 업종보다 높은 편이죠.

문제는 담뱃세 인상 논란, 세제개편의 역진성 논란, 건강보험 시스템 개혁 취소 등 세제와 관련해서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는 가운데 과연 '골프세'만 내릴 수 있을까요? 아마도 할 겁니다. 이미 한번 해 본 일인데다 부자와 자기들에게 도움이 되는 (장관들은 얼마나 골프를 마음 놓고 치고 싶었을까요?) 일은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정부니까요. 박 대통령이 국제 골프대회의 명예회장이라지 않습니까.

'증세 있는 중복지' '증세 없는 복지 축소' '증세 없는 복지'

새누리당이 사실상 박 대통령을 탄핵했습니다. 비박계로 알려진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된 것은 새누리당 의원 다수가 내년 총선에서 "박 대통령 팔기"가 통하기는커녕 오히려 손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겠죠.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는 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수준의 복지만 유지하려 해도 증세를 하거나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면서 "증세를 한다면 사회 정의나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가난한 그룹이 억울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법인세도 성역으로 둘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부담-저복지'에서 이른바 '중부담 중복지'(중간 수준의 증세로 중간 수준의 복지를 달성하겠다)로 가자는 겁니다. 분명히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한 거죠.

같은 날, 김무성 대표도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거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복지 축소를 향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미 지난해 11월, 김무성 대표는 무상급식·무상보육 TF를 출범시켜 복지예산 축소 수순을 밟고 있으니까요. 즉, 그는 "증세 없는 복지 축소"를 주장하는 셈입니다.


한편 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구조조정 등으로 (복지 재원을) 확보하고 그래도 안 되면 국민 공감을 얻어 증세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직도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강변하는 겁니다. 문제는 담뱃세, 세액공제, 건강보험료 파동을 통해 국민들이 이 뻔한 거짓말을 믿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현재 여권은 '증세 있는 중복지'(유승민), '증세 없는 복지 축소'(김무성), '증세 없는 복지'(최경환)으로 나뉘어 있는 셈입니다. 물론 박 대통령이 말을 바꾸지 않는 한, 이 뻔한 거짓말은 계속될 겁니다. 더구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감세'가 필수적인데, 어찌 '증세'를 하겠습니까? 모든 정책의 상위에 '줄푸세'가 버티고 있습니다.

교황청, TPP 비판하다

봄이 오면 한국은 또 하나의 대논쟁에 휘말리게 될 겁니다. 바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들어갈 것인가'를 둘러싼 갈등입니다. 정부는 일본이 TPP에 들어갔는데, 한국이 빠지면 해외 부품 수출에서 큰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완전한 비밀로 진행되고 있어서 그냥 '한미FTA+'(한미FTA보다 더 강한 협정)라고만 알려져 있는 TPP에 대해 지금 구체적인 얘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교황이 TPP를 비판했다는 사실만 미리 알려 드립니다.

교황청(Holy See)의 토마시와 눈치오 대주교는 2013년 12월 제9차 WTO 장관회의에서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과 TTIP(미국과 EU의 FTA)를 비판했습니다. 특히 의약품 특허 강화와 해외 투자자들의 과도한 법적 권리를 문제 삼았죠. 세계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이런 견해를 대주교들이 발표한 것은 사전에 교황의 승인이 있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TPP에 관한 교황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소수자가 부의 기하급수적 성장을 경험하는 동안, 광범위한 대다수를, 이 한 줌의 무리가 누리는 번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시장과 금융투기의 절대적 자율을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의 결과다. 결국 공동선을 향한 경계의 임무를 부여받은 국가의 권리가 완전히 상실되었다. 이리하여 새로운 독재가 탄생했다.

때론 보이지도 않고 때론 가상적인 이 독재는 일방적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법과 규칙을 강요한다. 이러한 정책이 때로 WTO에서 협상을 벌이는 무역규칙이나 양자 간 또는 지역 FTA에 각인되는 더 나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많은 나라들은 지역무역협정이나 양자 간 무혁협정을 통해 무역을 자유화하게 되었다. 지난 15년간 이러한 협정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지금은 이들 지역협정을 확대해서 TTIP(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 즉 미국과 EU의 FTA) 나 TPP와 같은 초지역협정으로 만드는 명백한 경향이 생겨났다. 명백하게 지역협정의 확대는 무역자유화를 진전시키려는 발걸음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 협정이 불가피하게 진정한 다자간 협정에 도달할 가능성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상 지역협정에 가입하면 그 나라는 다자간 수준의 무역자유화 노력을 기울일 유인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오직 다자간 시스템만이 명확하고 평등한 체제라는 것을 안다. 이 시스템에서는 작고 가난한 나라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는 비대칭적인 지역무역협정에서는 손해를 본다. 발전도상국이 지역협정과 양자 간 협정에서 약속하는 가장 위험한 양허는 구명 의약품의 독점을 강화하는 조항과, 이들 나라가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발전을 추진할 정책적 공간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전자는 의약품에 대한 접근과 이용 가능성을 줄이고 후자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법적 권리를 부여한다."

정말 경제학에 능통한 교황입니다. 비바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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