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논문 중복 게재, 양도세 탈루 등 현인택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현 내정자는 "과오가 전혀 없다고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대부분 의혹을 부정했다.
현 내정자는 지난 1995년 '정책연구'지 논문과 1996년 '전략연구'지에 논문을 중복 게재했다는 지적에 대해 "누차 말했지만 제가 학술지에 기고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논문이 실렸다는 주장이지만 중복게재 자체에 대한 해명으로는 부족하다.
청문회를 앞두고 학술진흥재단에 등재된 논문 편수가 줄어든 데 대해서도 "2008년 6월에 고려대 논문 등재 시스템과 학진 시스템 합쳐지는 과정에서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며 "그것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지 논문을 없앤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증여세, 양도세 등 세금 탈루 의혹과 관련해 현 내정자는 "세금 등을 탈루한 적이 없다"며 "모든 절차가 정당하게 이뤄졌다"고 버텼다.
부친 소유인 성일운수가 보유한 제주도 땅을 이른바 '3각 매매'를 통해 사실상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주장에 그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현 내정자는 "직원들에게 회사를 양도해도 운영할 수가 없었다"며 "타인에게 팔면 직원들이 갈 곳도 없어진다. 그래서 제게 (직원들이) 사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이와 관련해 "특수관계자(성일운수 고 모 공동대표)에게 양도하고 난 후 3년 이내에 직계 존비속(현 내정자)에게 (다시) 양도하면 증여가 된다"며 "세법상으로 3년 이내에 후보자나 동생, 어머니도 이 땅을 살 수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 내정자는 "불법 증여가 아니다. 매매관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설명했지만, 해당 토지를 재매입한 이유가 결국 "직원들의 부탁"이어서 불법성에 관한 해명은 사실상 없고 감정에만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마저 "매매를 가장해 부친에게 재산을 증여받은 것"이라며 "의심할만한 충분한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선숙 의원은 성일운수가 지난 2001년 임금 체불 등으로 직원들에게 소송 당한 사실을 지적하며 "상황이 이런데도 '가족같은 직원' 운운하는 것은 증여 여부를 떠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자녀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현 내정자는 "아이를 중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편의상 주소를 50일간 옮긴 것이다. 다른 방안이 없었다"며 "위장 전입인 경우에는 전입 목적이 큰 이익을 얻는 것이어야 하는데(나는 그렇지 않다)...많은 양해가 있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결국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현 내정자의 해명은 그간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의 입을 통해 나온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현 내정자가 유일하게 인정한 건 교통 위반에 관한 것 뿐이었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교통법규 위반을 12건 기록했다. 법을 경시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현 내정자는 "교통 법규를 위반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이야기 들어보니 납득할 만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내정자의 이같은 태도를 적극 엄호해 눈총을 사기도 했다. 진영 의원이 "오늘 청문회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혹에 대한 해명으로) 납득할 만하다"고 엄호했다.
김충환 의원은 "기본적으로 훌륭한 인물"이라고 추켜세웠고 윤상현 의원은 청문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0년 이상 살아오면서 한두 가지 문제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만 구상찬 의원은 "공직에 의욕은 있지만 공직자의 자세를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해 눈길을 끌었다.
정진석 의원은 "현 내정자의 의혹과 관련해 제가 정리하겠다"고 나서며 "추후에 탈법과 부정한 사실이 밝혀지면 모든 공적, 도덕적 책임을 지겠느냐"고 질문하자 현 내정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자연스럽게 지난 의혹에는 면죄부가 부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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