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스피드’에 열광한다. 야구팬들은 투수가 던지는 불 같은 강속구를 보며 환호하고, 스피드건에 찍히는 숫자에 흥분한다. 130km/h대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무리 잘 던져도 좀처럼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스피드건에 150km/h를 찍는 투수는 (성적과는 별개로) 화제가 되고 인기를 누린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누굴까. 흥미롭게도 지난 5년 동안, 패스트볼 평균구속 1위의 주인공은 매년 새로운 얼굴로 바뀌어 왔다. 다음 표는 투구추적시스템 Pitch f/x 상으로 집계한 2010년~2014년 연도별 패스트볼 평균구속 1위 선수 명단이다.
그렇다면 2015시즌에는 어떤 투수가 최고의 강속구 투수 왕좌에 오르게 될까. 기존에 평균구속 1위를 기록한 적이 없는 투수 중에서, 올해의 ‘스피드 킹’이 유력한 선수 5명을 꼽아봤다.
요다노 벤츄라(캔자스시티 로열스)
벤츄라는 이미 구속 관련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7년 Pitch f/x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가장 빠른 공을 던진 선발투수가 바로 벤츄라다. 2014년 4월에 기록한 102.9마일/h가 벤츄라의 기록. 킬로미터 단위로 환산하면, 시속 165.6km라는 만화에서나 볼 법한 속도가 나온다.
네이선 이오발디(뉴욕 양키스)
이오발디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강속구 투수 중 하나지만, 아직까지 널리 이름이 알려진 편은 아니다. 마이애미 말린스 소속이던 이오발디는 2014년 12월 2:3 트레이드로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당시 마이애미는 마틴 프라도와 데이비드 펠프스를 받는 조건으로, 이오발디를 포함한 3명의 선수를 양키스로 보냈다. 이 트레이드로 지난 시즌 평균 95.5마일/h의 광속구를 던진 이오발디가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게 됐다.
흔히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는 삼진을 많이 잡는 대신 볼넷을 많이 내준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이오발디는 그와 반대로 볼넷이 매우 적고, 삼진도 많지 않은 유형의 투수다. 2014시즌에도 9이닝당 1.94개의 볼넷만 허용했지만, 단조로운 구종 탓에 9이닝당 삼진도 6.40개에 그쳤다. 그러나 워낙 빠른 공을 가지고 있기에 한 단계만 앞으로 내딛으면, 충분히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수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내셔널스)
2014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4.7마일. 2010년 데뷔했을 때의 97.6마일에 비해선 다소 스피드가 줄어든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스트라스버그는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중 하나이며 88년생으로 아직 나이도 젊다. 다가오는 시즌 스트라스버그가 껍질을 깨고 기대했던 최고의 투수로 떠오를 수 있을까? 이를 지켜보는 것도 다음 시즌의 메이저리그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마이크 폴티뉴비츠(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아직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한 시즌을 소화한 경험은 없지만, 폴티뉴비츠는 충분히 강속구 후보에 오를만한 빠른 공을 가지고 있다. 지난 8월부터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불펜에서 평균 시속 96.8마일의 빠른 공을 뿌렸던 폴티뉴비츠는 이번 오프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건너왔다. 애틀랜타는 홈런타자 에반 개티스를 내주는 조건으로 폴티뉴비츠를 포함한 유망주 3명을 휴스턴에서 받아왔다.
폴티뉴비츠는 마이너리그 때부터 이미 96~100마일의 빠른 공을 뿌려대며 마이너리그 최고의 파이어볼러로 알려졌다. 트레이드 전에는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선정한 휴스턴 유망주 중 3위에 올랐고, 컨트롤에는 문제가 있지만 스터프만은 1선발급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풀타임 선발로 뛸 기회를 받는다면, 폴티뉴비츠는 평균구속 1위를 차지할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다.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즌 중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다저스를 상대로 등판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2014시즌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57경기에 나와 89.1이닝을 소화했는데 패스트볼의 평균구속은 시속 96.1마일이었다.
지난 12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단장 존 모젤리악은 다음 시즌 5선발 자리가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에게 돌아갈 것이라 말했다. 작은 체구에서 시속 100마일을 넘나드는 공을 뿌리는 마르티네스에게 마침내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을 기회와 함께 평균구속 1위 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찾아왔다. 마르티네스는 과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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