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원전 노동자가 바로 '핵 마피아'인가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원전 노동자가 바로 '핵 마피아'인가요?"

[초록發光] 무엇이 찬핵을 만드나?

무엇이 찬핵을 만드나? 

한 번도 상상해 본적 없던 핵발전소 사고가 이웃 나라에서 발생했다. 이후 국내의 핵발전소를 둘러싼 부정과 비리들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고, 국민들은 관성적으로 안전하리라고 믿었던 핵발전소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자, 이제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들이 생길까?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니 모든 국민이 적극적으로 핵 발전을 반대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에너지 정책이 나올 것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이뤄 질 것이다. 충분히 가능하고 당연한 기대이지만 이런 생각은 오히려 순진하다는 비웃음만 받게 된다.

탈핵이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는 과정은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고 그 긴 사이에 숱한 왜곡이 일어난다. 그리고 긴 시간과 왜곡의 결과가 전혀 바뀌지 않는 현실이 되면서 국민들은 실망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이 처음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 정부와 산업계의 '어쩔 수 없는' 핵 발전을 수긍하기 시작한다.

왜 국민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처럼 핵 발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일까? 왜 더 적극적으로 탈핵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늘 손에 꼽히는 이유 중 하나가 국민들이 핵 발전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찬핵 진영도 국민들이 핵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런 선택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탈핵이나 찬핵이나 모두 국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전제하고 논쟁한다. 이런 논쟁은 핵발전소 사고를 일으킨 부품이 무엇인지, 문제가 된 부품이 얼마나 큰지 그래서 그 부품이 핵발전소 가동에 진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없는지 따위를 검증하는 논쟁으로 흘러가곤 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서 국민들이 핵 발전을 판단함에 있어 지식의 유무는 중요한 변수가 아님이 확인됐다. 그보다 지금의 답보 상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치권과 정부의 문제가 크다. 그것은 한 번도 핵 발전을 주요 의제로 삼아본 적 없는 주요 정당의 미천함을 드러낸 것이다. 오히려 최근 속속 밝혀지는 '핵 마피아'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치권이야말로 지금의 핵 마피아를 키워 온 주역이라 봐야 할 것이다.

산업계, 학계, 정계 등 다양한 영역에 포진되어있는 핵 마피아의 민낯이 드러나고, 비리가 밝혀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한국수력원자력 고위직 뿐 아니라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핵발전소 노동자들은 정말 핵 마피아의 일원일까?

2006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진행한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의 의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 정책의 방향에 대해 원자력, 화력 중심의 정책을 유지해야한다고 하면서도 대안에너지를 많이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핵 전문가와 일반인의 의식 격차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핵발전소 종사자들조차도 한국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과 핵폐기물(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핵 발전 노동자들도 그들의 업무와 작업 환경 등에 따라 인식과 의견의 차이가 다소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핵 발전과 사회의 안전이 공존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보인다. 더불어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에 대해서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여긴다.

이러한 의견은 핵발전소 내부 깊은 곳까지 들어가야 하는 노동자 일수록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그들이 핵을 찬성하든 하지 않던 현실에서 그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그것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핵 마피아라는 누명은 너무도 억울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핵 발전 노동자들이 나서지 않고 침묵한다면, 그것은 핵 발전 산업에 대한 동조이고 마피아의 일원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 그러기에 핵 없는 사회로의 연착륙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이나 '녹색 일자리'와 같은 의제의 확산과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는 핵 발전 노동자들 개인이 더 나은 작업 환경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핵 마피아라는 오랜 누명을 벗어나는 방법이다.

핵발전소 부지 선정, 핵폐기물 처리, 노후 원전의 폐기 등 당분간 탈핵이라는 의제는 우리사회에서 지속 될 것이다. 그리고 삼척의 주민 투표와 같은 사례를 통해 핵 발전이 주요 정치 의제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남은 도전은 탈핵 진영과 핵 마피아라는 누명을 쓴 노동자들과의 연대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탈핵의 진영을 형성할 때 기존 핵 마피아와의 정면 승부가 가능해 질 것이다.

국제노총(ITUC)의 사무부총장 웰링턴 쉬베베(Wellington Chibebe)는 "노동조합은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를 위한 투쟁의 최전선이다"이라고 이야기한다. 탈핵과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핵 발전 노동자들이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데 기여하길 바라며, 핵 발전 노동자들의 해방을 꿈꿔 본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