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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장그래 정당"…국민모임 쏠린 관심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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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장그래 정당"…국민모임 쏠린 관심과 우려

"낡은 진보 이미지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쓴소리도

 "새로운 진보적 대중정당 건설"을 표방하며 재야 학계·종교계 인사들이 구성한 국민모임(공동대표 김세균 등)이 12일 오후 '야권교체 없이 정권교체 없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면서 본격적인 신당 창당 행보에 나섰다.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탈당과 국민모임 합류 선언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 레이스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도흠 한양대 교수와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국민모임이 건설하려는 신당의 지향과 노선을  "비(非)중도 진보정당"으로 구체화해 발표했다. 

신자유주의 시장화로 각종 경제 모순이 누적되고 있음에도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여당을 상대로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단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도흠 교수는 "새정치연합은 신자유주의 체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원죄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여당의 독주를 막고 국민의 생존권을 지킬 의지와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 세력은 노동자와 서민에 초점을 두되 신자유주의 체제와 박근혜 정권의 야만에 피눈물을 흘리는 국민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며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 철폐 △공공성에 입각한 보편 복지 △의료·교육·주택·금융 공공화와 단계적 무상화 등을 내세웠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한 재원은 부자 감세 20조 원과 부유세 20조원, 부패방지 공적 자금 확보 50~100조 원으로 충분하다. 소득세의 최고세율은 군사정권 때처럼 70~90%로 올려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신당, 야권 분열이 아니라 야권 지지층 키운다"

이해영 교수도 새정치연합은 "호남에 가면 토호 및 지방 행정권력과 유착된 여당이지만 중앙에 오면 거대 야당으로 두 개의 정체성이 혼재돼 있다. '해리 성격장애'가 불가피하다"면서 정체성 위기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당 창당의 국민 지지도가 18.7%로 나타난 최근 휴먼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이전 여론조사보다 "부동층이 확연히 줄어든 결과가 나왔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휴먼리서치 여론조사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갤럽 여론조사에선 부동층이 31%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면서 "그것이 휴먼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15.5%로 줄었다. 야권은 분열하지 않았고 오히려 야권 지지층이 2배로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신당이 지향해야 하는 것은 이념 정당이 아닌 '가치정당'이며 동시에 '전투적 민주주의' 정당이자 비(非)중도 진보정당"이라면서 "한마디로 말해 장그래 정당"이라고도 했다. 

그는 특히 새정치연합의 '중도화'를 비판하며 "얼마 전 서울시에서 벌어진 인권 헌장 논란은 반면교사로 기억되어야 한다. 보수 기독교를 적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대권 가도에 유리하다는 식의 정치 공학적 판단은 망하는 길이다"라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진보는 진보답게 진보적 이야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좌에서 우로 간다고 중도가 진보가 된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과거 우리 정치사에서 명멸했던 수많은 중도 실험으로 낭비할 시간적 여유가 우리에게 없다"고도 했다. 

"자칫하면 '결국 새정치연합밖에 없다'는 역설 만들 것"

국민모임에 대한 우려 섞인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정치 위기 때마다 지식인이나 사회의 명망가들이 도덕성을 무기로 해 정치적 각성을 촉구하고 자극하는 역할을 했지만 위기에만 나타나는 목소리인 경향이 있었다"며 쓴소리를 시작했다. 

그는 "국민모임을 보는 순간, 때만 되면 나타나서 분개만 하고 사라지는 진보 원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 당원 사이에선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는 정서가 강하다"는 한 노동당 청년 당원의 반응을 전하며 "젊은이들 눈에 보이는 낡은 이미지를 엄연한 현실로 이해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이 논설위원은 "대중적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제1 야당을 교체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과, 그것이 아닌 다른 정당을 만드는 것을 동일시해선 안 된다. 낡은 것이 사라진다고 새로운 것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국민모임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구도를 깰 수 있는가"라며 거대 양당 체제를 깨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후 "새정치연합을 쉽게 포기하기도 어렵다. 새정치연합의 조직, 노선, 리더십 모두 사실상 붕괴됐지만 인물 경쟁력만은 여당과 비교해 처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도 했다. 

이 논설위원은 "신당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데서 고무될 필요는 없다"면서 "안철수 현상에서 봤듯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은 언제나 높지만 언제나 국민을 실망하게 했다. 섣불리 만들고 없애는 것을 또 반복한단 생각을 국민에게 주면 '결국 새정치연합밖에 없다'는 역설을 국민모임이 만들어낼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이들 외에도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와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이시백 소설가, 김성호 '대륙으로 가는 길' 부소장, 이근원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했으며 200명 정도가 이들의 토론을 지켜봤다. 

국민모임은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서 토론회를 연이어 개최하며, 조만간 신당추진위원을 확정해 4월 재보선에 출마할 후보 등을 검토해갈 계획이다. 한편, 신당 합류를 선언한 정동영 새정치연합 전 상임고문은 이날 토론회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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