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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석유 전쟁 vs. 기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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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15년, 석유 전쟁 vs. 기후 전쟁

[초록發光] 인류 미래 달린 두 개의 전쟁

작년(2014년) 페루 리마에서 열린 20차 유엔 기후 변화 당사국 총회(UNFCCC COP20)의 평가가 분분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국제 기후 레짐이 의무적, 규제적, 집합적, 다자적 방식에서 자발적, 탈규제적, 개별적, 양자적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는 코펜하겐 총회(COP15)의 실패를 기점으로 시작된 패러다임의 변화, 즉 세계무역기구(WTO) 패러다임이 주도하는 흐름과 정부 기구와 비정부 기구 간의 거버넌스 후퇴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 등 온실 기체 의무 감축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 선진국들이 이런 변화를 주도했고, 의무 감축의 부담을 꺼려하는 후발국 일부가 여기에 동의했다.

특히 선진국의 온실 기체 의무 감축을 규정한 교토 의정서 1차 공약(2008~2012년)의 실패와 2차 공약(2013~2020년)의 퇴행이 이런 레짐의 변화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이제 기술 관료와 경제학자들은 기존 방식보다 더 부드러운 접근이 효과적일 것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경직된 체제에서 유연한 체제로, 하향식 모델에서 상향식 모델로, 이런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2020년 뒤에는 온실 기체 감축에 선진국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놓여 있던 '방화벽'이 사라지게 되고, 공약(commitments)은 기여(contributions)로 대체된다. 하지만 리마선언문에서 인정한 것처럼, 2020년에 온실 기체 배출량이 정점을 찍어 2도 상승으로 제한한다는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 파리 당사국 총회(COP21)는 기후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국제 박람회로 보는 게 낫겠다.

기후 전쟁은 석유 전쟁과 한 몸이다. 2도 상승으로 제한하려면 화석연료 확인 매장량의 80%는 땅속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계산도 있는데, 이는 화석연료 카르텔을 해체해야 가능한 일이다. 최근 록펠러재단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는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석유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듯하다. 산유국과 석유 기업들은 온실 기체 감축이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서는 동맹을 맺지만, 석유 시장을 놓고서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셰일 혁명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거부가 국제 경제 성장 둔화세와 맞물리면서 나타나고 있는 석유 공급 과잉 사태가 그렇다.

석유 시장을 장악하려는 주요 산유국의 치킨 게임은 적어도 단기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낳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석유 경제에서 단맛을 보고 있다면,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는 정권 위기가 거론될 정도로 쓴맛을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치적, 군사적 힘겨루기는 끝나지 않았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50달러대로 떨어졌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위기는 항시 존재하기 마련이고, 자본주의 질서에서 유가의 시소게임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유가 하락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경향이 저성장 시대의 경제 침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사회적 관심이 재생 가능 에너지보다 화석 에너지에 쏠려 녹색 사회로의 전환이 탄력을 받지 못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이렇게 기후 전쟁과 석유 전쟁이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파리 총회는 우리에게 무엇이어야 할까. 작년 리마 총회가 열리고 있을 무렵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리우+20에 관한 보고서(The Road to Dignity by 2030 : Ending Poverty, Transforming All Lives and Protecting the Planet)>를 발표했다. 당연히 기후 변화 대응을 중요한 화두로 다루고 있는데, 기후 정의를 달성해야 한다는 내용도 짤막하게 들어가 있다.

그러나 기후 정의에는 도덕적 원칙,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윤이 아니라 민중과 지구와 평화를 위해서 국제 협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지역 전환에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올해 파리 총회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중남미의 알바(ALBA) 국가들이 기후 변화에 맞서는 연대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제안한 '세계 사회 운동 총회'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2015년 올해는 국내에도 기후와 에너지 이슈가 많다. 핵 발전과 석탄 화력 발전, 송전탑 논란은 계속되고 있고,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전략'이라는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다. 언제 제출할지 모르겠지만, 2020년 이후의 온실 기체 감축 목표와 계획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리마에서 "climate-smart"로 선전했던 '비의무 감축 국가 가운데 가장 야심찬 감축 목표 설정(2020년)'보다 더 야심찬 내용을 담아야 하는 부담(?)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기후 변화 과제를 창조 경제 실현의 기회로 삼으려면, 그리고 분단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남북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려면, 명심할 게 하나 있다. 양(羊)은 온순함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격정을 숨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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