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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남북관계, "존중한다"는 말 한마디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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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남북관계, "존중한다"는 말 한마디가 필요한 때

[창비주간논평] 朴대통령, 대북 혐오감을 먼저 버려야

북의 2015년 신년사가 발표된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가 부쩍 커졌다. 무엇보다도 북이 최고위급 회담, 즉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령 유일체제인 북한에서 정상회담은 북한의 표현 그대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푸는 “대통로”다. 두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상기해볼 때, 회담이 열리면 북의 양보가 충분히 예상된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보다 더 실질적인 것은 고위급 접촉 재개에 대한 북의 반응이다. 응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지난해 말 회담 재개를 먼저 제안한 우리 측의 행동이 주효했다.

사실 2015년 북의 신년사가 공세적 대남정책을 담으리라는 점은 예상되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지금의 남북관계에서 북의 이니셔티브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두 차례의 남북정상 간 합의를 우리 측이 먼저 깼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북은 계속 약속을 지키라 하는데 애초부터 그 합의를 달가워하지 않았던 반대파 정권으로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야 하니 우선 말에서부터 밀리는 것이다. 북으로서야 ‘6·15선언을 지키라’ ‘10·4선언을 이행하라’고만 해도 되니, 가진 것 없이도 매해 연초부터 공세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는 김정일 사후 3년상(喪)을 벗고 새로 시작하는 첫해인 2015년이 더불어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통일문제에서의 김정은 리더십 구축은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이다.

북의 신년사가 시사하는 바

이 두 가지 사실은 일반인도 예측하기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통일부에는 더욱 쉬운 일인데, 그래서 재빨리 선수를 쳤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북관계 재개의 신호탄이 될 고위급 접촉의 공은 북으로 간 것일까? 남으로 온 것일까?

여기서는 하나씩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 먼저 북이 조건을 까다롭게 내건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것이다. 북의 조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강조된 것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이다. 그 외에 ‘인권소동’건도 있고 제도통일이라는 표현으로 우회된 우리 정부의 흡수통일 추구도 있다. 만약 북이 군사훈련 중지를 관계개선의 전제로 걸었다고 이해한다면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없었는가? 물론 있었다.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라면 어떤가? 아마도 군사훈련 부분보다는 압박을 덜 느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부분만을 떼어서 결정적 장애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북이 강조한다고 읽히는 것은 흡수통일에 관한 것이다. 신년사의 맥락에서도 제도통일 추구에 대한 비판 끝에 7·4공동성명의 민족대단결 조항과 6·15공동선언의 체제 인정의 의미가 이어지고 있다. 북이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자는 주장까지 펼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명목적으로는 6·15공동선언의 흐름을 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지하듯이 6·15공동선언은 2항에서 체제 인정에 기초한 통일과정에 의견접근을 이루게 되면서 3항의 인도적 문제, 4항의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 문제가 쉽게 풀렸다. 그렇다면 북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인권소동’도 제도통일(흡수통일)의 구도 속에서 우리를 먹겠다는 것 아닌가?’ 결국 통일론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북이 내건 조건들은 고위급 회담의 전제는 아니다. 그러므로 회담은 북에 의해 시작된다. 그러나 회담이 지속되는 문제는 다른 문제다.

2015년,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하여

박근혜 대통령은 12일경 공개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날까지 좀 더 기다려봐야 할 일이지만, 아주 잘 나와도 지난해(2014년)의 ‘통일대박’만큼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12일의 대통령 발표에 담길 콘텐츠는 큰 의미는 없다. 읽어낼 표지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표지는 북을 어찌 보느냐에 관한 것이다. 단적으로 대북 혐오감의 표현 방법이다. 여기서 우리는 2014년 대통령의 언술에 담긴 그 혐오를 다시 꺼내볼 필요가 있다.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대통령 연설의 간판격인 8·15경축사와 2014년의 야심작 드레스덴 연설이 대표적이다. 이들 연설에서 대통령은 긍정적인 대북제안의 한편에 분노와 혐오의 언어를 담았다. ‘북한의 남침, 위협, 거리에 방치된 배고픈 아이들과 자유와 행복을 위해 국경을 넘는 탈북자’를 언급했다. 대통령도 예상했겠지만 북은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 

다른 하나의 표지는 ‘종북(從北)’의 언어 문제다. ‘종북’은 그 바탕이 적대감인 탓에 남북을 공히 겨냥하는 언어가 되어 있다. 이 언어는 ‘통일대박’과 어울려 이중의 효과를 낸다. 하나는 현혹의 효과인데, 지지세력의 결집이다. 60대 이상에게는 안보심리를 자극하며 20대에게는 정복의 미래를 충동질한다. 다른 하나는 차단의 효과인데 국내 반대파와 북을 겨냥한다. 철저한 정치 프레임이다. 2014년에 이 프레임으로 정부와 여당은 효과를 보았다.

이러한 이중의 표지 외에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더해진다. 1월 6일에 법원이 “당국의 대북전단 살포 제지는 적법하다”고 일차 판단을 내렸으니 정부가 취할 최종 조치의 의미는 매우 분명해질 것이다. 그밖에 미국의 대북제재가 더 큰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는데, 그것도 대통령의 태도 여하에 따라 한반도에 관철되는 수위가 정해질 것으로 본다. 물론 박근혜정부의 부화뇌동만을 상상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오바마보다 열배는 더했던 부시 정부의 압력 속에서도 남북관계를 끌고 갔던 힘과도 비교하지는 않겠다. 다만 남 탓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2015년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잘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있다. 허공을 향해 대화하자고만 삿대질해서 될 일이 아니다. 존중한다는 한마디 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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