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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난 뼛속까지 제주사람…고마움 보답"

[언론네트워크] 4.3평화상 심사위원, 제주에 로펌 분사무소 개소한 강 전 장관

40대 중반의 나이에 한국 최초의 여성 법무부장관을 지내고, 첫 여성 법무법인 대표, 첫 여성 민변 부회장을 역임한 법조인.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첫'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바로 제주출신 강금실(57) 전 법무부장관이다. 강 전 장관은 2003년 참여정부에서 제55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법무부 장관이 됐다.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개혁적인 업무 추진과 발랄한 언사로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이 때문에 연예인 이효리에 빗대 '강효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강 전 장관이 2년여만에 고향 제주를 찾았다. 그동안 총선이나 대선 등 선거 유세 때만 제주를 방문했지만 이젠 고향 제주에 기여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시동을 걸고 있었다.

<제주의소리>는 7일 오후 2시 제주시 연동 더호텔에서 4.3평화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강 전 장관은 만났다.

▲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제주의소리

강 전 장관은 "4.3평화재단에서 4.3평화상을 제정했는데 심사위원의 한사람으로 위촉됐다"며 "그동안 법무부장관 때 제주도민들이 저를 사랑해 주셨고, 도와주셨다. 그리고 정당에 몸담고 있는 동안 선거 때만 와서 표를 달라고 호소만 했는데 고향 제주도민들께 송구스럽고, 기여도 못했었는데 영광스런 4.3평화상 심사위원으로 위촉해 주셔서 너무 기쁘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 딸'이라는 별칭이 있다는 말에 강 전 장관은 예의 그 특유의 웃음 '호호호'라고 웃으며 "이제는 아줌마, 할머니가 됐다"고 웃어넘겼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정부 공식 4.3 보고서인 '4.3진상조사보고서' 발간에 대해서도 일익을 담당했다. 법무부장관으로 당연직 4.3중앙위원회 위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벌써 12년이 지났다. 감회가 새롭다. 참여정부 초기에 4.3과 관련해서 중앙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 당시 제주4.3이 새롭게 역사적으로 정립되고, 오늘의 4.3으로 이어지는 기점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법무부장관으로 4.3중앙위원회에 참석해 법과 원칙의 관점에서 여러가지 발언을 했다"며 "4.3을 통해 기억해야 할 정신적 유산, 그리고 여러가지 피해에 대한 회복은 인간 보편의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4.3을 폄훼하려는 보수세력의 준동에 대해 그는 "한국 사회가 20세기 낡은 이데올로기 사로잡혀서 갈등이 남아 있는데 슬기롭게 뛰어넘어야 한다"며 "당장 과거의 낡은 방식으로 남아있는 갈등에 대해 너무 연연해 할 게 아니라 통 큰 자세로 함께 끌어안고 가는 게 좋다"고 쿨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2006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었고, 새정치민주연합 전신인 민주당 최고위원을 역임하는 등 2012년까지 정치권에 있었다. 원희룡 지사처럼 정치 복귀 얘기를 꺼냈더니 사회 봉사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때 '제주의 딸'이라며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서울에 거주하는 재경 도민들도 저를 너무 사랑해 주셨고, 후원해 주셨다"며 "원희룡 지사는 원래 정치인으로 출발했지만 저는 참여정부 초기 대통령 참모로서 법무부장관으로 시작해 정치까지 발을 딛었지만 지금은 원래 직업이었던 변호사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로펌 고문변호사로 사회활동을 재준비하면서 올해부터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현역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사회봉사로 사회에 기여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 전 장관은 지난해 공익법인 '선'을 출범시켰다. 여성과 사회적경제 등 여러 영역에서 인권과 공동선에 기여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고, 올해보터 '사회경제포럼'을 주최할 계획이다.

▲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제주의소리
또 강 전 장관은 고향 제주의 발전과 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제주에 로펌 분사무소를 최근 개소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원' 제주 분사무소를 개소한 이유에 대해 강 전 장관은 "장기적으로 제주도에서 공익을 위해서 기여할 부분 찾아서 찾아서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할 생각했다"며 "또 현재 제주도가 글로벌화, 기업화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데 그에 따라 많은 새로운 복잡한 법률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로펌 전문가로서 기존 법률영역과 법률서비스가 아닌 새롭게 발생하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업무영역이 있다면 찾아서 제주도의 이익 관점에서 법률가로서 기여하고자는 한다. 그래서 분사무소를 내게 됐다. 앞으로 자주와서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제주 법조계의 우려를 의식한 듯 변호사의 업무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 특히 공익적 부분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하겠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제주 분사무소는 현재 제주도변호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문성윤 변호사와 함께 이끌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밖에서 본 제주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강 전 장관은 "최근 3-4년 전부터 제주도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졌다"며 "누구나 가서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 평화와 생태적 삶이라는 가치관이 제주도가 부합되는 곳"이라며 "난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력이 있는 도지사가 오셨기 때문에 발전시킬 부분은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가되, 부정적인 측면은 엄격하게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적극적 법률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기꺼이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공동체나 국가가 발전할 때에는 정책이나 전략을 잘 짜야 한다"며 "제주만의 중심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개방해야 한다. 무조건적 개방도 위험하고, 그렇다고 개방을 안하고 자기 것만 지키는 것도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화를 받아들이되 내 정체성을 잘 잡고 가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제주도민이 도지사를 잘 뽑으신 것 같다. 비록 저와 당이 다르지만 원희룡 지사를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잘 하실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강 전 장관의 집안은 4.3의 간접적인 피해자다. 강 전 장관의 아버지는 용공조작 사건으로 유명한 '유지(有志) 사건'의 대표적인 희생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 유지산건은 1950년 8월 초순 제주지역 법원장, 검사장, 제주읍장 및 변호사, 사업가, 교육자 등 16명의 지역유지급 인사들이 인민군환영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는 혐의로 제주지역 계엄사령부로 연행된 대표적 사건.

당시 제주농고 교감이었던 부친 강계돈(康季敦)씨는 무고혐의로 구속돼 다음해 4월에 열린 부산지방법원 공판에서 징역 2년이 받았다가 그해 11월 대구고법에 항소한 끝에 1952년 1월15일 무죄로 풀려났다. 결국 이 사건은 훗날 계엄사령부(제주도 해병대 정보참모실)가 용공조작한 사건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강 전 장관 가족은 제주를 떠나 육지에 나가게 됐다.

강 전 장관은 이 사건 관련해 스스로 말을 꺼냈다. 그는 "어릴 때부터 4.3의 얘기를 듣고 자랐다. 저는 뼛속까지 제주도 사람이다. 아버지는 '유지사건'에 연루돼 무고죄로 구속됐다가 나중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저의 아버지의 억울함을 밝히는 무죄기록을 공개적으로 기록해서 명예를 회복시켜준 제주도와 제주도민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뼛속까지 제주도 사람이라고 말하는 강 전 장관. 고향 제주를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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