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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던진 돌, 부화뇌동하면 부메랑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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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던진 돌, 부화뇌동하면 부메랑 맞는다

[정욱식 칼럼] 남북관계, 과연 달라질까? (하)

미국이 돌을 던졌다. 살얼음판을 걷듯 대화를 모색하는 남북관계에 말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대북 제재를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추가적인 대북 제재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밝히고 박근혜 정부가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은 직후에 나왔다. 그래서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견제구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확대 해석은 금물이다. 우선 살얼음판에 돌이 떨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이 고의로 돌을 던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우연의 일치일 공산이 커 보인다. 오바마가 소니 해킹에 대한 보복으로 '비례적 대응'을 공언하던 차에 그냥 없었던 일로 지나가긴 힘들었을 것이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도 남북한이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인데,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 아닐까 한다.

확대 해석을 자제해야 할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미국의 추가적인 대북 제재 발표가 남북한의 대화와 관계 개선을 견제할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치부하면, 한국 정부의 운신폭을 제약하게 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원치 않는다'고 생각해버리면, 박근혜 정부의 자기검열이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여 남북한 당국의 태도와 대응이 중요하다. 살얼음판에 떨어진 돌이 얼음을 깰 정도로 큰 것인지 아닌지는 그 돌의 크기보다는 남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가령 북한이 미국의 조치에 대해 "물리적인 보복"을 운운하면서 방방 뛰면 얼음판에 금이 갈 수 있다. 남한이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한미공조에만 매달려도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남북한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비교적 냉정하고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지난해 12월 19일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북한은 미국을 잊고 남한은 미국을 이어야 한다

어쨌든 미국의 대북강경책은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래서 남북한의 문제 해결 의지와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도 분명하다. 이는 곧 남북한 모두 미국 의존증에서 벗어나 남북관계의 독자적이고도 자율적인 영역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북한은 당분간 미국을 잊어야 한다. 남북관계를 북·미 관계의 종속 변수로 보거나, 남북관계를 북·미 관계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관성으로부터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도구가 아닌 목적으로 바라볼 때, 상호간의 신뢰를 쌓을 수 있고 그래야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북한이 과거 여러 차례 미국의 적대정책을 문제 삼으면서 남북관계마저 차단했던 것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되돌아간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미국을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다. 우리로선 남북관계를 풀어야 할 당면하고도 고유한 이유와 목적이 있다. 더구나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는 것이 미국의 공식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한국의 입장을 가장 중시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하기도 했다.

'립 서비스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는 있지만, 이런 반문 속에 정부의 정책을 가둬둘 필요는 없다. 박근혜 정부는 그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남북관계 개선은 일치한다는 생각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 된다.

대북정책의 초점을 되살려야

정부는 가능한 빨리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미국도 이을 준비도 해야 한다. 기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초점을 잃어버렸다. 그 초점이란 바로 한반도 비핵화이다. 초점을 잃다 보니 대북정책의 수단과 목적이 길을 잃고 본말이 전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대미 외교의 초점은 미국이 잃어버린 대북정책의 초점을 다시 찾게 하는 데에 두어야 한다. 그건 바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추진이고, 가장 좋은 방법은 6자회담 재개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 스스로 대북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흡수통일이라는 망상과 북한을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 버리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정착과 통일 기반 구축'을 향해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북한도 호응하고 미국도 따라올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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