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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마을과 복지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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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마을과 복지가 만난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서울의 '동 마을복지센터' 실험을 주목하자

이웃들이 자꾸 죽어간다. 살아가는 희망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우리 사회의 좌절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

보편복지 논쟁이 촉발되면서 복지에 투입되는 예산과 관심이 증가했다. 대한민국에서 복지국가를 향한 꿈을 꾸는 사람들도 꽤 생기고 있다. 그런데도 한편 여전히 희망을 포기하는 이웃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언제가 한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간다 해도, 현재의 고통을 살아야 하는 개인으로서는 그때까지 기다리며 인내하고 감수할 수 없다. 지금 존재하는 제도 복지, 현재 진행되는 복지를 확대하려는 노력만으로는 쓰러져가는 이웃들의 희망을 지탱해주고 있지 못하다.

이것은 우리가 결코 회피해선 안 되는 분명한 현실이다. 제도권 복지가 미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웃이다. 어려운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의 돌봄이 절실하다.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함께 해결해나갈 비빌 언덕이 있다면 고통은 조금이나마 덜어질 것이다. 이제 수직적인 복지정책과 전달체계가 아닌 이웃들의 관심과 연대로 스스로 진화하고 발전하는 복지생태계도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마을과 복지생태계
우리 사회는 오래전부터 십시일반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았다. 물론 국가가 맡아야 할 기본 역할이 충분하지 못해서 그 책임을 이웃이 감당해야 했던 불편한 이유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삶의 가치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90년대 초반부터 지역의 풀뿌리 시민단체와 좋은 이웃들이 마을단위에서 실천하며 복지정책의 여백들을 메우고 살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복지정책에서 마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희망온돌프로젝트'였다. 당시 10월에 취임하고 첫 번째 겨울을 맞은 박원순 시장은 종래의 복지정책만으로는 추운 겨울 위기를 맞는 이웃들을 구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직시했다.

이에 기존의 마을단위에서 이웃들과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 자발적 나눔을 더 활성화해 추운 겨울을 넘어가고자 했다. 그 결과 그 해 겨울에는 얼어 죽거나 배가 고파 죽는 사람이 다행히 나타나지 않았고, 그 경험이 바탕이 되어 서울시는 본격적으로 나눔의 지속적인 순환을 위한 복지정책을 본격적으로 고심하게 되었다.

▲ 2012년 동대문구 나눔반장 위촉식 사진. ⓒ문종석

우선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시복지재단이 나서 여러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복지관들과 함께 마을공동체에 기초한 복지관의 변화를 주제로 잡은 '마을지향복지관 사업', 주민을 복지의 주체로 세워나가기 위한 주민조직화사업으로서 '나눔이웃 사업', 다양한 마을살이를 통한 복지공동체 활성화 사업 등은 모두 주민이 중심이 되는 지역 복지생태계 구축 사업들이다.

이와 동시에 마을단위에서 다양한 이웃들이 서로 함께 연대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나섰다. 마을공동체의 성장은 마을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확산할 것이기에 지역 복지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할 것이다.

동 마을복지센터 실험을 주목하라

2015년 들어 복지생태계 구축과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함께 엮는 대담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동 주민자치센터'를 '동 마을복지센터'로 재편하는 사업이 그것이다. 서울시는 2015년 우선적으로 4개의 자치구를 시범으로 시작하여 점차로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동 주민자치센터'를 '동 마을복지센터'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의 동 주민자치센터의 복지서비스 역할에 자치의 본질인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강화하려는 구상이다. 행정 중심의 복지시스템을 찾아가는 복지, 능동적인 복지로 전환하는데, 이 과정에 마을공동체의 활성화와 주민 참여를 결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복지행정으로 막을 수 없는 복지 사각지대를 적극 해소하면서 마을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더욱 튼튼히 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아직 기초적인 청사진에 불과하다. 여전히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도는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있고, 서울시 복지정책은 능동적이지 못해 온 게 현실이다. 또한 현재 진행되는 '동 마을복지센터' 개편방향을 보면, 마을은 주변으로 밀려나고 복지행정서비스 강화나 복지인력 확대 등 수동적인 행정개편으로 축소해 보려는 시각도 엿보인다. 과거 동사무소를 주민자치의 중심으로 변화시킨다면서 주민자치센터로 개편했지만 이것이 얼마나 형식적인 변화로 그쳤는지를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동 마을복지센터'를 만드는 시도는 한국 사회의 주민자치와 복지국가로 발전에 중요한 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는 형식적 주민자치에서 마을공동체가 참여하는 주민자치, 주민들이 참여하는 복지정책 수립과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주민참여 복지, 이를 통해 마을 중심 복지생태계 구축이라는 전략이 담겨 있다.

그동안 풀뿌리시민단체나 마을의 크고 작은 주민 모임에서 시도했던 마을복지, 복지의 새로운 생태계 구축의 성과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지방행정과 협치를 통해 '마을복지 만들기'에 나선 셈이다. 이러한 시도는 개인주의화되고 파편화되어가는 주민들의 생활 방식을 개선하고 행정서비스의 일방주의까지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

위로부터 수립된 복지계획에 종속된 복지행정은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외면해 왔다. 그래서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아래로부터 복지계획'이 필요하다. 이웃의 실태를 몸으로 파악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활에서 느껴온 주민들이 새로운 복지시스템을 작동하게 할 것이다.

마을복지의 모델 사례로 일본 나고야시가 종종 인용된다. 나고야시는 지역사회 주민 리더들이 영역별 '민생위원'으로 활동하며 주민생활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마을의 복지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와 함께 논의한다. 마을공동체와 행정이 함께 복지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아동민생위원은 마을의 신생아 출산 정보를 행정으로부터 제공받아 실제로 아동 양육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이웃들을 직접 들여다보고 어려운 문제가 없는지 돌아보고 해결해나가는 활동을 벌인다. 이렇게 복지정책과 마을공동체의 결합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마을복지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 독거 어르신의 생일날 함께 축하하는 이웃들. ⓒ문종석

복지와 마을이 만나자

2015년,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주민참여와 마을공동체를 지향하는 마을운동의 참여자들과 복지국가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동 마을복지센터'라는 새로운 실험을 벌이고 있다. 마을과 복지의 만남, 멋진 복지생태계를 이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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