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해고자였다"고 스스로 말했다. 해고 6년차, 그는 80만 민주노총 조합원의 지휘관이 됐다. 애초에 당선을 염두에 두고 나온 선거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변'이 만들어졌다. 민주노총 19년 역사상 최초로 치러진 직선제가 만든 결과물이었다.
새해 1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한상균 신임 위원장은 자신의 '성공'의 숨은 조력자로 박근혜 대통령을 꼽았다. "공안탄압에 노동탄압까지 자행하는 박근혜 정권의 실정"이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하여금 '즉각적인 총파업'을 공약으로 내건 한상균 위원장의 당선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30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가진 당선자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민주노총의 힘으로 작동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선택지는 이미 나와 있는만큼, 국민 속에 파고들어 역사적 소명을 안고 총파업을 차분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장그래 살리기 국민운동본부' 제안할 것…총파업은 이미 시작됐다"
한상균 위원장은 "총파업 투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임기가 시작되는대로 민주노총을 투쟁본부로 전환하고 공무원연금 개악 및 노동법 개악에 맞서는 싸움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내년 2월 12일 예정된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의 구체적인 방법과 일정은 확정할 계획이다.
민주노총만의 총파업을 넘어서기 위해, 한상균 위원장은 전날 나온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 "'장그래 살리기 국민운동본부'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가정 마다 비정규직이 없는 가정이 없고 정리해고의 고통에서 자유로운 집이 없다"면서 "장그래를 죽이려는 법을 정부가 '장그래를 살리겠다'는 것처럼 연출하는 데 맞서 국민 모두와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비정규직법 개정 뿐 아니라 정규직에 대한 이른바 '일반 해고' 기준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내년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보다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 민주노총의 자체 전망이다.
신임 집행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 책임론을 넘어 정규직을 향해 마침내 칼을 빼들었으며, 비정규직을 위한답시고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고착시키려 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이 싸울 조건을 만들어줬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29일 발표된 개악안은 1996년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 때보다 더 (심각한) 메가톤급"이라며 "민주노총의 실력이 부족할 수는 있으나 총파업에 대한 의문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그래만 살릴 수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과도 대화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한 위원장은 "장그래만 살릴 수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여야 정당 대표, 관련 모든 기관과 대화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노사정 대화에 참여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 한 위원장은 이처럼 답했다. 그러나 그는 "양보를 전제로 들러리를 서는 대화의 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정성을 가지고 노동자를 정확한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한국 사회에서 희망이 없느 '장그래'를 살리기 위해 어느 누구와의 대화도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경영진, 사태 해결 바라는 마음들 외면해선 안 돼"
한상균 위원장은 쌍용자동차 출신이다. 쌍용자동차가 정리해고 문제로 한창 갈등이 증폭되던 시절, 쌍용차지부의 수장이었다.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최근 이들에 대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고, 최후의 희망을 잃은 해고 노동자들은 70m 높이 공장 안 굴뚝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상균 위원장은 "(해고된 노동자들이) 6년 만에 처음 간 곳이 공장 안 굴뚝"이라며 "그들의 절규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은 쌍용차지부장이 아니라 민주노총 위원장인만큼 (쌍용차 문제 역시) 하나의 투쟁 사업장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더 힘들게 투쟁하는 사업장은 민주노총에 차고 넘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리해고의 상징이며 시대적 아픔으로 각인되는 쌍용차 사태가 2015년에는 희망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며 "쌍용차 경영진도 사태 해결을 바라는 마음들을 외면하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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