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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군사비밀보호 각서 '초읽기', 숨은 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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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군사비밀보호 각서 '초읽기', 숨은 꼼수는?

[정욱식 칼럼] 이대로 미일 동맹에 빨려들어갈 텐가

한국-미국-일본 정부 간 군사비밀보호 양해각서(MOU) 체결이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이다. <연합뉴스>가 18일 자 일본의 니혼게이자신문(닛케이)을 인용 보도한 것에 따르면, 세 나라가 "군사 관련 비밀 정보를 공유하는 각서를 체결하기 위해 최종 조율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통신은 한국 국방부의 한 관계자가 "한미일은 실무수준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며, 상당 부분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종적인 합의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는 미국 주도의 한미일 3자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에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이다. 또한 한일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그동안 금기시되어왔던 한일 군사동맹의 빗장이 풀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겉과 속이 다른 대일 외교의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두 가지 '꼼수'

한일간에 군사 관계를 연결해 한미일 삼각동맹을 구축하는 것은 미·일 동맹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리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은 그 시발점으로 간주되어왔다. 그런데 한일 군사협력에 대한 한국인들의 거부감은 대단히 강하다. 이건 2012년 이명박 정부가 국회와 국민 몰래 추진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시도 당시에 입증된 바 있다.

그 이후 한미일 정부는 두 가지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하나는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미국을 포함시킨 것이다. 이미 한미, 미·일 간에는 군사협정에 체결되어 있기 때문에, 3국 간 양해각서는 한일 간의 양해각서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여기에 미국을 끼워 넣어 한국인들의 반감을 줄이려고 한다. 실제로 한미일 3자 협정 체결 움직임에 대한 비판 여론은 한일 군사협정 추진 때보다 훨씬 덜하다. 꼼수가 통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양해각서(MOU) 형태로 추진키로 한 것이다. 조약이나 협정 형태로 추진하면, 국회의 동의 필요성이 커진다. 국회 동의 과정에서 협정문도 공개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공론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 당시에는 이랬다. 반면 국가 간의 양해각서 형태로 추진하면,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고, 그 전문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이런 방식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 한미일 양해각서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일까? 이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세 나라가 양해각서 체결 방침을 공개적으로 처음 밝힌 시점은 5월 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였다. 그런데 하루 전에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전작권 재연기를 논의키로 합의했다. 이보다 앞선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담겼었다. 그리고 10월에 열린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거듭 확인했다. 쉽게 말해 전작권 재연기와 한미일 양해각서 및 MD를 맞바꾸는 '잘못된 거래'를 해온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전작권이 재연기되면서 미국은 MD 및 양해각서와 관련해 발언권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 점은 미국 정부의 전직 고위 관료들도 지적한 바이다. 부시 행정부 때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과 오바마 행정부 국방부 차관을 지낸 캐슬린 힉스 등이 12월에 발표한 <아시아 연합방위 보고서>엔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다.

"동맹국간 정보 공유는 최우선 순위이다. 미국의 정보 공유 체계는 강력하지만, (한일간에는) 저발전 상태에 있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면 큰 이익이 될 것이다. 일본의 새로운 군사정보비밀보호법과 한국의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는 이러한 차이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한미일 MD로 가고 일본 집단자위권에 포섭되고

필자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의 본질적인 목적이 3자 간 MD 구축에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건 필자의 주장이 아니라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세 나라 사이에서 이와 관련된 비공개 논의가 시작되었던 2009년 7월에 에드워드 라이스 주일미군 사령관은 이렇게 말했다. "정보 공유가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 양자 사이에서 배타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MD에 차질을 빚고 있다. 3자 정보 공유가 이뤄지면 더욱 효과적인 MD가 가능하다."

가장 최근에는 로버트 워크 국방부 부장관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올해 8월 20~21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MD는 한미동맹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와 미국 MD가 "최대한 상호운용이 가능한 시스템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미일 3자 MD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미일 3국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미일 3자 MD 및 이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도 연결된다.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일본 해상 자위대에게 전달하는 것 자체가 양국 사이에 집단적 자위권이 공유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본 군국주의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이, 또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가장 경계해야 할 한국이, 일본 재무장을 도와주고 있는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인 것이다.

내년으로 굴욕적인 한일협정이 50년째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이대로 가다간 한미일이 군사동맹으로 가는 원년이 될 수도 있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한일관계의 물밑 속에선 미·일 동맹이라는 거대한 힘이 움직이고 있고, 철학도 없고 능력도 없는 박근혜 정부가 속절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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