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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이 좋은 일자리 만든다?

[생협평론]협동‧② 조합과 노동이 다루어야 할 범위에 관한 문제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다양한 협동조합이 설립, 운영되고 있다. 주식회사를 포함한 전체 법인들의 설립현황에 비추어 봤을 때, 협동조합이 절대적으로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협동조합들이 기대이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이것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경제적 성과를 만드는 협동조합이라는 사업조직이 가지는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만능이 아니라 하나의 그릇일 뿐이다. 기본법이라는 그릇에 의해 만들어진 협동조합들은 얼마나 좋은 일자리들로 채워져 있을까.

협동조합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한다?

국제노동조합연맹(ILO, 2009)는 "협동조합 모델은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으나, 협동조합모델이 성공을 보장하는 만능이 아님은 분명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성공을 보장하는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협동조합은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몇 가지 장점이 있는 사업조직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첫째,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에 매우 능한 사업조직이다. 국제노동자협동조합연맹(CICOPA, 2014)은 전 세계 10개 지역의 현장조사를 포함하는 협동조합과 고용에 관한 국제보고서를 통해 노동자협동조합이 약 2억50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둘째, 협동조합은 비정규직과 같은 좋지 못한 일자리를 만들 유인이 없다. 협동조합이 여건이 안 돼서 충분한 급여를 보장할 수 없을 수는 있지만 일부러 숫자를 채우기 위해 좋지 못한 일자리를 만들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셋째,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에 비해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에도 능하다. 경영적으로 협동조합은 기업의 위기 시나 경기후퇴기에 노동시간을 조정하거나 임금유연성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반대로 협동조합의 임금하방경직성이 큰 것은 당연하다. 넷째,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협동하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섯째, 협동조합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가져 오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를 재구성하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과연 양질의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국제노동조합연맹(ILO)는 1999년 87차 국제노동회의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고, 평등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환경 속에서 남녀에게 일답고 생산적인 일을 제공하는 것이 ILO의 당면한 최우선 목표'라고 보고하였다. ILO의 보고는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이 지향해야 할 일자리와 노동조건이라는 관점에서 참고할 만한 지침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었다. 과연 협동조합의 일자리는 얼마나 좋은 조건으로 채워져 있을까?

현재 협동조합은 어떤가 - 1) 기본법 협동조합의 고용현황

2013년 11월 기재부가 발표한 협동조합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5월 말 기준으로 신고·인가 설립된 1209개의 협동조합의 고용현황은 다음과 같다.

ⓒ강민수

기본법 협동조합에 평균 임직원 수는 7.8명, 그 중, 취업자는 5.8명, 피고용인은 5.1명으로 조사되었다.

ⓒ강민수

협동조합 종사상 정규 상근직 34.4%, 자원봉사자 27%, 비정규 시간직 26.3%, 비정규 상근직 12.4%이며 주당 평균 37.7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임직원의 평균급여는 이사장 177만 원, 상근이사 165만 원, 감사 154만 원, 정규직 직원 147만 원, 비정규직 직원 114만 원, 자원봉사자는 44만 원으로 조사되었다.

2) 협동조합과 다른 형태 법인과의 비교

▲ 전체사업자 기준, **소상공인 실태조사(‘10) 결과에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고용인이 있는 자영업자의 여성 취업자 비중 적용,***300인 미만 정규직 종사자,****자체고용 ⓒ강민수

2013년 기재부가 발표한 협동조합실태조사에 의하면 협동조합의 평균피고용인 숫자는 5.1명으로 전체사업자 5.2명에 비하여 동일한 수준이며, 정규직 직원의 월 평균급여는 147만 원으로 소상공인과는 비슷하나 300인 미만 정규직 월 평균급여인 232만 원에 비해서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협동조합의 노동, 문제는 없을까 -1) 협동조합과 노동이 다루어야 할 범위에 관한 문제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업조직인데 필요에 따라 직원을 고용할 수 있다. 여기에 조합원의 자원봉사적 노동이 결합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협동조합 조직 내 소유와 경영을 둘러싼 긴장과 갈등이 발생한다. 물론 적절한 긴장과 갈등은 협동조합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유권이 경영권을 침해하거나, 경영권이 소유권을 침해하는 불균형 상태가 되면, 조직에서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소유권이 경영권을 침해하면 조직의 효율적 운영이 어려워지게 되고, 경영권이 소유권을 침해하면 조직의 민주적 운영 또한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협동조합 내 노동의 문제에 관한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독특한 지배구조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기초로 노동일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강민수
협동조합 내 노동은 협동조합 노동일반, 조합원노동, 직원노동의 3가지로 구분되어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 조합원노동이란 노동자협동조합과 같이 안정적으로 고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협동조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동의 문제로, 이는 주로 조합원의 주인된 노동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된다.

둘째, 직원노동이란 소비자협동조합, 사업자협동조합과 같은 협동조합에서 고용한 직원의 노동으로 이는 노동자로서의 직원의 권리와 의무가 보장되면서 동시에 직원이 어떻게 하면 협동조합 활동가로 성장해 나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셋째, 주식회사와 다른 협동조합이라는 사업조직이 가지는 특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동문제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조합원의 봉사와 이에 대한 실비변상 수준의 활동보조에 관한 협동조합의 전통이 조합원 노동 또는 조합에 노동을 제공하는 고용된 직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다.

2) 협동조합의 악용 가능성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어온 것 중에 하나는 협동조합이 노동시장을 왜곡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생수기 관리원, 수도 및 가스검침원, 방송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장이었던 사람이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특수고용노동자를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고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실질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에 대해 기업이 고용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협동조합을 이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협동조합의 악용 가능성에 대해 CICOPA는 '노동자협동조합에 대한 세계 선언'을 통해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일부에서 노동자협동조합이 노동시장을 왜곡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며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3) 노동자협동조합이 사업자협동조합으로 대체되는 경향

'노동자협동조합이 사업자협동조합으로 대체되는 경향'이란 좋지 못한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해설사, 과외선생, 경력단절 여성, 방과 후 학교 선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협동조합들이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업화를 위한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조건에서 협동조합으로 사업을 개시하고 경영상의 문제로 노동자협동조합을 사업자협동조합으로 대체하여 운영한다면 오히려 일자리라는 측면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이 된다. 이러한 형태의 협동조합 설립은 정부의 실업대책, 일자리 창출의 응급처방으로 협동조합이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4) 조합원의 이중적 지위가 야기하는 문제

일반적으로 우리가 기업 내 노동문제를 이야기하는 경우 이는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자와 기업 사이의 문제를 의미한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공통의 경제, 사회, 문화적 필요와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되는 사업조직으로 협동조합의 직원조합원은 노동법 상 통상적인 근로자와는 다른 특징을 가진다. 협동조합의 직원조합원은 고용된 직원임과 동시에 고용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게 되는데 이를 이유로 노동자의 고용문제와 관련되어 발생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조합원이 적극적 의사를 제기 할 수 없도록 하는 수단으로도 악용될 여지가 있다.

일례로 화이트 부부의 책 <몬드라곤에서 배우자 : 해고 없는 기업이 만든 세상>(김성오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에 따르면, 1974년 스페인 몬드라곤의 울라르코에서 벌어진 파업에 대해 경영진은 협동조합에서 파업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협동조합을 스스로 부인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파업에 따른 분쟁이 해결되는데 무려 4년의 시간이 걸렸고 울라르코 연구그룹은 1974년 파업을 평가하면서 협동조합도 시장 측면에서는 자본주의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사실, 협동조합 내부에서도 상층과 하층이 분열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된다. 아직 기본법 협동조합의 운영과 관련하여 이런 형태의 문제가 발생되었다고 보고된 바는 없지만, 협동조합이 성장하면서 충분히 발생가능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5. 협동조합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고 있는가?

현재 기본법에 의해 설립되고 있는 협동조합들은 소상공인, 청년, 여성, 예술인, 고령자, 장애인 등에게 고용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다음으로 농민, 소상공인 등이 사업적 필요에 의해 일거리를 만들거나 협동활동을 통해 공동의 판매활동을 수행함으로써 소득개선과 궁극적으로는 자기 일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편, 협동조합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보육, 돌봄, 의료, 주거 등 사회서비스를 스스로 공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협력하여 스스로의 필요를 해결하고, 일을 통해 지역 사회의 주체가 되는 방식이기도하다.

마지막으로 문화재 해설, 숲 체험, 심리치료, 청소년 진로 체험 교육, 도시농업 등 개인이나 사회에 바람직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있다. 2013년 기재부 조사에 의하면 기본법협동조합의 고용, 근무환경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비 동일한 수준이거나 우위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서는 열위에 있다.

물론 기본법협동조합의 노동조건에 대해 정확한 상태를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예상을 넘어 사회 각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협동조합이 우리가 만드는 미래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협동조합이 하나의 대안적 실체가 되기 위해서는 한계 상황으로 몰린 노동자, 소상공인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일할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의 선택지가 되어야 하며 기술․ 지식 집약적 업종 등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계간지 <생협평론>은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가 펴내는, 협동조합을 다루는 본격적인 전문잡지로서 협동경제·나눔·평화에 대한 의견들이 교환되는 공간입니다. 정보지이자 실천적 교육서로서 협동조합 활동가뿐 아니라 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 협동조합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경제·문화적 이슈를 다룹니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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