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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라떼' 강에서 뱃놀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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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녹조라떼' 강에서 뱃놀이를?

[함께 사는 길] 지자체들의 위험한 도박

드넓은 하천 둔치는 하천 생태계뿐 아니라, 부지런한 농민들이 씨를 뿌려 농사를 짓는 농지 구실도 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농민들을 다 내쫓고, 생태공원이란 이름의 인공공원을 조성했다. 4대강사업의 주요 사업 중 하나였다. 지금 생태공원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4대강사업 후 강변에 조성된 생태공원은 보 주변을 제외하곤, 그 관리 주체가 해당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다. 그런데 지자체들은 그동안 생태공원을 대부분 방치했고, 생태공원은 잡풀이 무성한 잡초공원이 되어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태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방치되는 게 한편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낙동강을 중심으로 지자체들이 생태공원을 활용해 뱃놀이사업에 각종 레저사업들을 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어 문제다.

실패한 4대강 생태공원

4대강사업으로 조성된 생태공원은 4대강 전체에 무려 234곳, 낙동강에만 95곳이다. 여기에 총연장 1757킬로미터(km)의 자전거길을 더하면,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총 수변공간이 된다. 이 수변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무려 2조 원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썼다. 준공 이후에도 해마다 들어가는 유지관리비 때문에 앞으로도 국민 혈세가 투입되어야 한다.

▲ 달성호에 띄운 유람선. 4대강사업 완공 후 이곳은 해마다 심한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정수근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수변공간이지만, 효과는 전무하다. 생태공원은 16개 보 주변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채 잡초로 뒤덮여 이른바 '망초공원', '잡초공원'으로 불린 지 오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생태공원은 사람들이 사는 곳과 떨어져 있어, 평소엔 사람 구경도 하기 어려운 곳에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공원이 될 수 없는 곳에 공원을 만들었으니, 공원 관리가 잘 될 리 없다.

지난 '낙동강 소송' 당시 국토해양부는 4대강사업으로 잘 조성된 생태공원이라며 재판부를 대동하고 '담소원' 현장검증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 담소원은 준공 당시의 꽃밭은 온데간데없고 잡초만 무성한 잡초공원이 되어있다.

낙동강 구미보 아래 '강정 생태공원'은 준공 당시 심은 나무 대부분이 고사했고, 잔디 대신 잡풀만 무성한 채 방치돼 있다. '해평습지'의 대체 습지로 조성된 곳이기도 한 이곳은 잡초마저 잘 자라지 못해 마치 '사막공원'처럼 황량하다. 철새를 비롯한 동물은 더더욱 구경하기 힘들다. 정부가 치켜세운 대표적인 생태공원이 이런 지경이니, 다른 곳을 더 언급해 무얼 하겠는가.

문제는 애초에 공원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공원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하천 둔치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하천의 영역이자 자연의 영역이고 야생의 영역이다. 즉,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이자 산란처 역할을 하던 곳을 인간을 위한 공원으로 만든 것 자체가 문제였다. 이런 곳은 '4대강 식 인공공원'으로 만들기보다는 차라리 지금과 같이 방치하는 편이 생태적인 면에서 오히려 더 낫다. 왜냐하면 식물 사회는 자연천이 과정을 거쳐 안정화가 될 것이고, 야생동물에게도 비교적 안전한 은신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4대강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최근 각 지자체마다 생태공원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대강사업 준공 이후 만 2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제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속내를 드러내도 괜찮다는 것인 양, 각 지자체가 앞다퉈 시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4대강에 선착장·카누체험장·모터보트 체험과 같은 수상레포츠장이나 야구장·오토캠핑장·레포츠 광장과 같은 레저타운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 낙동강에서 발생하는 녹조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곳에서 물놀이는 위험하다. ⓒ정수근

본심 드러낸 지자체들

이미 상주시는 낙동강 제1경 경천대 주변에 카누체험장을 만들었다. 4대강사업 이전의 경천대는 넓은 모래톱과 낮은 물줄기가 빚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낙동강 제1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경천대는 모래톱이 사라지고 거대한 호수로 바뀌면서 '제1경'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그 모습을 잃었다. 이런 곳에 카누를 띄워 물놀이를 즐기게 하겠다는 발상은 역사와 문화를 모르는 이들의 추태요, 전혀 경천대 답지 않은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태임에 틀림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주시는 상주보에 선착장과 오토캠핑장 운영을 추진 중이다. 달성군은 달성보 2km 위 고령교 아래 낙동강 변에 이미 야구장을 지었고, 그 5km 상류 사문진교의 화원유원지에서는 지난 10월 3일 유람선을 띄워 본격적인 '뱃놀이 사업'을 시작했다. 돛단배도 아닌 대형 유람선을 띄운 것인데, 달성군은 '식수원 낙동강'에 기름이 유출될 수도 있는 동력선을 띄운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여기에 고령군은 고령군 우곡면 일대에 55km에 이르는 거대 레저활동 공간을 조성한다고 선언했다.
낙동강이 어떤 강인가. 15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이다. 그래서 낙동강은 전체가 상수도보호구역으로 특히 취수장 부근에는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오던 곳이다. 그런 곳에 승용차가 마음대로 드나들고, 유람선이 강을 휘젓고, 사람과 자전거가 마음대로 활보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로 인해 당연히 발생하게 될 쓰레기와 오염원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설상가상, 지금의 낙동강에서 수상레포츠 운운한다는 것은 참으로 난센스다. 왜냐하면 수상레포츠를 즐기기에 낙동강은 이미 너무나 위험한 공간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해마다 심화되는 녹조 현상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성 물질을 낙동강에 풀어놓고 있다. 녹조 현상은 늦봄부터 늦가을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독성 녹조가 창궐한 '녹색 강'에서 무슨 수상레포츠란 말인가. 4~5급수의 강물에서도 잘 죽지 않는 잉어나 붕어 같은 물고기도 죽어나는 '녹조 강'에서 레포츠란 것을 즐기다, 만에 하나 독성 조류에 감염돼 누군가 사망하는 일이 생긴다면 책임은 누가 지겠다는 것인가.

맹독성 조류가 기승을 부린다는데도, 어떻게 태연히 수상레포츠 운운할 수 있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집단적인 '안전불감증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무책임한 지자체의 한심한 과욕이 아닐 수 없다.

▲ 준공 2년이 지난 담소원의 모습. ⓒ정수근

식수원 낙동강은 지켜야 한다

낙동강을 식수로 삼고 있는 지자체가 식수원에서 벌이고 있는 '도박'은 위험천만한 것이고, 지탄의 대상이다. 더군다나 군민과 시민들을 위험천만한 독성 조류에 그대로 노출시키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용기에서 나오는 행동인지 모를 일이다.

지금 경북뿐 아니라 경남의 모든 낙동강 변 지자체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호수가 된 강에서의 뱃놀이가 아니라, 독성 조류가 창궐하는 낙동강을 어떻게 하면 예전의 안전한 낙동강으로 되돌릴 것인지 방법을 찾는 일이다.

하루빨리 호수가 된 강을 흐르는 강으로 되돌리는 일에 다름 아니다. 고인 물이 썩듯 고인 강도 썩게 마련이다. 지난 3년간 '녹조라떼' 현상이 이를 그대로 증명한다. 그러니 하루속히 막힌 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 특히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은 이를 명심하고, 지금 당장 낙동강에서 벌이고 있는 뱃놀이 사업과 강변개발사업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만약 사업을 그대로 강행한다면, 경남과 부산 시민들뿐 아니라 '취수원 낙동강'을 지키지 못한 대구·경북 시민들의 공분까지 살 것이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경북과 경남 지자체가 손잡고, 낙동강을 제대로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만 한다. 낙동강은 경상도민의 생명수이자, 이 나라의 젖줄이고, '영남 땅'이라는 이 거대한 생명체의 대동맥인 까닭이다.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함께 사는 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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