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관련 보도에 대해 사죄하지 않으면 소속 기자들을 살해하겠다는 협박문과 흉기가 든 소포가 일본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 본사에 배달돼 일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6일 신문에 따르면 '매국 아사히신문에 고함'이라는 제목의 협박문과 약 20cm 크기의 단도가 지난 15일 도쿄 주오(中央)구에 위치한 본사에 배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협박문에는 신문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및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대한 보도와 관련, 일본 중의원 선거 투표일인 14일 정오까지 계열사인 아사히TV 방송을 통해 사과하라는 요구가 적혀있었다.
이어 협박문에는 만약 <아사히신문>이 사과하지 않으면 "모든 취재 현장에서 아사히신문의 기자를 찾아내는 대로 죽일 것"이라며 "일본 민족 정신 재건의 첫걸음이다"라고 적혀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은 협박문과 흉기를 받은 이후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해당 협박문과 흉기는 가나가와현(神奈川県)의 한 우체국에서 12일 접수된 기록이 있지만, 소포에 쓰여있는 주소는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본 우익의 도 넘은 협박…대체 왜?
<아사히신문>은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기사 때문에 우익들의 표적이 돼왔다. 신문은 지난 1982년 9월 2일 자에 태평양전쟁 당시 야마구치현(山口県)에서 동원부장으로 일했던 요시다 세이지가 제주도에서 200여 명의 젊은 한국 여성을 '사냥'했다는 진술이 있었다고 보도했고, 그의 증언을 인용해 모두 16차례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그런데 1996년 요시다 세이지는 자신의 증언에 허구적인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진술했고 이후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의 갈등 사안으로 번진 2014년, 일본의 보수 우익 진영은 <아사히신문>의 기사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이에 신문은 자체 검증 작업을 실시했고 검증 결과 요시다의 증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 이와 관련된 16건의 보도를 취소했다.
그러자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등 일본 내 우익 성향의 일간지를 비롯해 각종 미디어에서 <아사히신문>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우익 성향 매체들은 <아사히신문>이 위안부 문제를 조작했다면서 고노 담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담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정부도 이들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9월 1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사히신문>의 오보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명예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일본 작가인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는 "(아사히신문) 관계자 전원을 국회에 불러 청문회 내용을 TV로 방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일본 우익의 주장처럼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오보로 판명된다고 하더라도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한국 정부와 <아사히신문>의 공통된 입장이다.
외교부는 일본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작성 당시 요시다 세이지의 증언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며, 요시다의 증언이 허구라고 해서 강제성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역시 보도를 취소하면서도 "여성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강제성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