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지아드 아부 아인 장관이 이스라엘 정착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이스라엘군에 맞아 숨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이 "참을 수 없는 야만적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나서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인 장관은 1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투르무스아이야 지역에서 올리브 나무를 심는 방식의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 아인 장관을 비롯한 시위대는 이를 저지하려는 이스라엘군과 충돌했다.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은 아인 장관의 가슴을 소총의 개머리판과 헬멧으로 가격했다. 군의 폭행에 쓰러진 아인 장관은 폭행 직후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후송 도중 숨졌다.
이에 마흐무드 압바스 PA 수반은 "아부 아인 장관을 죽인 것은 참을 수 없는 야만적 행동"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PA 측은 아인 장관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아인 장관의 사망에 이스라엘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아부 아인 장관의 죽음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역시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하려던 것이 아니었다며 "폭도 200여 명이 정착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은 PA 측에 공동조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애도 성명도 이어졌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스라엘군의 과잉대응을 매우 우려한다"며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잔혹한 죽음을 깊이 애도한다"며 이스라엘 정부가 이번 사망사건을 신속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아부 아인 장관은 장관급인 분리장벽·정착촌 반대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아인 장관은 지난 1982년 이스라엘에 구속돼서 종신형을 받았지만 3년 뒤 포로교환 때 석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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