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업체인 코오롱에서 정리해고된 최일배 정리해고 분쇄투쟁위원회 위원장이 11일 단식에 접어든 지 37일 차를 맞았다. 노동시민사회 단체 회원 37명은 하루 동조 단식에 나서며 "이제는 코오롱 이웅열 회장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리해고 10년, 3650인의 화답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날 경기도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 기업 코오롱에 맞서 10년 동안 싸우는 10여 명의 노동자들과 최 위원장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에 힘을 보태기 위해 우리 37명은 오늘 하루 동조 단식에 들어간다"며 "남은 것은 코오롱 이웅열 회장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전 지부장은 "거리에서 10년을 보내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이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웅열 회장이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부자가 됐으면, 이제는 양심적으로 노동자의 삶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37일째 단식 중인 최일배 위원장은 동조 단식에 나선 사람들에게 "고맙다. 고맙다는 말밖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힘겹게 말했다.
1983년 17살 나이에 코오롱에 입사했다가 2005년에 정리 해고된 김혜란 씨는 "37이라는 숫자를 세기도, 말하기도 싫다"며 "언제부턴가 날짜를 세면 싸움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까봐 날짜를 세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17살 때부터 22년간 이 회사에서 일했는데, 지금은 코오롱에서 일한 게 너무 비통하고 원통하다"며 "최일배 위원장이 37일째 단식까지 하고 있으니 10년간의 싸움을 끝내야겠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리해고 제도, 비정규직 악법은 이 나라에서 폐기해야 한다"며 "2014년 12월이 가기 전에 (코오롱 정리해고 문제를) 끝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 우리도 우리지만,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도 같이 나가자"고 당부했다.
지난 2005년 2월 당시 재계 순위 23위였던 코오롱은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구미공장에서 길게는 수십년간 일하던 노동자 78명을 정리해고했다.
앞서 2004년 노사는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임금 30% 삭감에 합의했지만, 코오롱 측은 그해 12월 구미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1400명 중 430명을 희망 퇴직시켰다. 나머지 노동자들에게는 임금 15%를 삭감하면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2005년 2월 78명을 정리해고했다.
노동자들은 부당 해고라고 소송을 걸었지만, 2009년 대법원은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해고자들은 지난 10년간 단식, 고공농성, 3보 1배, 회장 집 면담 요청 등을 해왔으며, 지난 2012년부터 3년째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편, '정리해고 10년, 3650인의 화답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오는 13일 오후 3시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정리해고 10년, 3650인의 화답' 집회를 열고 코오롱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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