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대한 한미 압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협력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류 장관은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14 한반도국제포럼'기조연설에서 "한미 양국은 압박 차원에서 공조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력"했지만 "북한에 대한 관여 차원의 공조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이 도발과 고립 대신 대화와 협력을 선택한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가져올 성과를 체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류 장관은 "이는 북한 주민의 인권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길이기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장관의 이날 발언은 미국이 핵과 인권 문제로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그는 "이런 방향에서 한미 양국 간에 역할분담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혀 남한이 향후 대화·협력 기조를 통해 북한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 3년 차에 들어서는 내년에 본격적인 남북 관계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사전에 미국의 협조를 요청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류 장관의 이날 연설도 미국 주요 인사들에게 미리 이에 대한 설득을 구하고 설명을 하는 차원에서 나오게 됐다는 해석이다.
한편 류 장관은 "앞으로 북한은 김정은 정권의 안정을 위해 대화와 도발을 오가는 모순된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남북관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여전히 필요성이 있고 유효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