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연찬회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아무도 산행에 동참하지 않았다. 특히 연찬회에 불참한 박근혜계 의원들은 전날 캠프 상임고문을 맡았던 서청원 전 대표의 초청으로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찬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한지붕 두가족'이나 다름없는 한나라당의 상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친박모임? 우연히 그렇게 됐겠지"
전날 비가 뿌렸고 이날도 날씨가 흐려 등산을 미루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 후보는 "비가 와도 태풍이 와도 가 보자"며 일정을 강행했다.
오전 9시10분께 등산 출발지점인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해 일행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 이 후보는 곧바로 왕복 2시간 코스인 노고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을 시작한 지 30여 분 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확인한 해발 1219m 지점에 도착해서는 일행들과 "파이팅"을 3번 외쳤다. 대통령 선거일인 12월 19일을 염두에 둔 것.
함께 산에 올라간 기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 후보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기로 작정한 듯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 여부에 대해서는 "정치 이야기는 여의도에서만 하자. 이 맑은 지리산에서 세속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말문을 막았다.
전날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서청원 전 대표의 초대로 한 자리에 모였다는 소식에 대해서는 "우연히 그렇게 됐겠지"라고만 했고, 전날 연찬회에 참석했던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이날 산행엔 따라 나서지 않은데 대해서도 "구분할 필요가 있나"라고만 말했다.
다만 '국세청의 이 후보 재산검증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만 "정치가 후진이다"고 비판하면서 "그런 식으로 이기려고 하면 되나. 실력으로 이겨야지"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전날 늦은 시간까지 연찬회 참석 인사들과 술자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올라 나경원, 임태희 등 소수의 젊은 의원들만이 그 뒤를 쫒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
이에 노고단 정상 입구에서 '호남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김덕룡 의원은 "우리 이명박 후보가 너무 빨리 올라가서 우리 당원 동지를 낙오자로 만들었다"며 "앞으로는 우리를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고 좌중들은 "맞다"며 화답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 후보는 "온 몸을 던져 12월 19일을 향해 나가겠다"며 "이 결의는 어느 누구도 꺾지 못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후보 뒤로는 '정권교체 이명박', '하나 된 한나라'란 플래카드가 바람에 따라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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