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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단면, 버스 광고소음과 '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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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단면, 버스 광고소음과 '김영란법'

국가 기본의 재구축을 위하여 <31>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짓밟는 슬픈 우리 사회 
  
필자는 버스로 출퇴근을 한다. 그런데 버스를 타게 되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광고방송 소음으로 귀가 따갑고 머리가 어지럽다. 정말 짜증난다. 사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승객은 우리 사회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보통사람, 그야말로 대표적인 서민층 사람들이다. 이른 새벽에 힘든 몸을 이끌고 출근하고 저녁 퇴근 시간에 고된 업무로 지친 이들에게 쉬지 않고 이어지는 광고 소음은 지나친 괴롭힘이며 학대 행위에 속한다. 심지어 3분 내에 동일한 게임광고가 4번이나 되풀이된다. 게다가 서울시의 홍보광고 방송도 계속 이어진다. 야바위 약장수와 다를 바 없다. 승객은 속수무책, 완전히 봉이다. 가진 것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은 한없이 업신여기고 짓밟는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슬픈 모습이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하여 국민 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버스의 음성광고 소음이 크다고 생각되면 기사에게 볼륨을 줄여달라고 부탁하라는 ‘친절한’ 답변이 돌아왔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관행화된 책임회피요 책임 전가이다. 마땅히 자신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를 왜 기사와 승객에게 떠넘기는가! 
 
그 답변에 대한 반박으로 필자가 소음진동법을 거론하자 이번엔 버스 내 음성광고는 소음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소음진동법 제21조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주민의 정온한 생활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 사업장 및 공사장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을 규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2조의2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조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쾌적하고 건강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소음·진동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관리할 수 있는 시책을 수립·추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 규정상으로도 자신들의 책무임을 명문화하고 있는 것이다.
 
서민들을 괴롭히는 이러한 행태들을 바로잡는 것, 이것이 어찌 작은 일인가? 바로 이런 문제가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주창하는 ‘서민’들의 삶이요 ‘생활정치’ 아닌가? 

가장 선진화된 도시란 빈자(貧者)가 자가용을 이용하는 도시가 아니라 바로 부자도 대중교통과 도보를 선호하는 도시다. 그런데 서울 도심의 길 80%가 찻길이고 찻길의 80%를 승용차가 점유하고 있지만, 승용차의 교통 분담률은 23.5%에 지나지 않는다. 
 
용두사미 김영란법, 힘 있는 자들이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 

우리 사회의 목소리 큰 사람들은 항상 생활상의 ‘작은 일’들은 높은 자리에 있는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강변하니, 그렇다면 ‘큰 일’은 잘 수행하고 있을까? 

국가 대사 중의 대사인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살펴보자. 
 
본래 ‘김영란법’은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공무원이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관계없이 형사 처벌하자는 취지의 법이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우리 국회의원들은 모두들 ‘김영란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그 뒤 슬슬 꼬리를 내리며 차일피일 시간만 끌더니 국회 검토과정에서 이제 누더기, 용두사미로 되고 있다.

‘부정청탁 권장법’으로 전락한 김영란법  
 
권익위에서 제출했다는 검토안을 보면, 우선 부정청탁으로 간주하지 않은 예외조항을 늘려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도 추가시켰다. “우리가 남이가?”의 정신으로 힘을 가진 자들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상부상조로 뭉친 끈끈함이야말로 그들이 말하는 ‘사회 상규’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부정청탁이라고 문제 삼는 행위야말로 그들의 ‘상규’에 철저히 위배되고 저촉되는 ‘범법’ 행위에 속하게 된다. 
 
직무관련성이 없는 경우에는 금품 수수를 허용하는 내용 등도 담았다. 그렇다면 이른바 ‘직무관련성’은 누가 판단하는 것인가? 사실상 모두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든 독소조항이다. 심지어 초범은 봐주기로 한단다. 이게 도대체 무엇 하자는 법인가? 이 정도 되면 차라리 ‘부정청탁 권장법’이 아닌가? 
 
힘 있는 자들이 보여주는 슬픈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전형이다. 

1인 시위 릴레이라도 해야 하는가?

우리 정치권은 원칙을 지키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헌신할 생각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오직 출세한 좋은 직업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지위와 권력을 향유한 채 안주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와 국민이 부여한 책임과 임무를 방기한, 한낱 구명도생(苟命徒生)일 뿐이다.  

얼마 전에 롯데와 한화 프로야구 구단에 항의 혹은 호소하기 위하여 야구팬들이 1인 시위 릴레이를 실천하여 구단으로 하여금 팬들의 의사를 수용하게 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국민의 뜻을 보여줘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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