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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그리고 8월 28일 청와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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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그리고 8월 28일 청와대 풍경

안에선 '유공자' 격려오찬, 밖에선 정태인 1인 시위

'역전의 용사'들이 청와대에서 다시 뭉쳤다. 28일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 타결의 '1등 공신'인 김현종 주 UN대사,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 관련자 3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 오찬을 열었다.

대통령과 FTA공신들이 청와대 안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연내 비준의 결의를 다지던 그 시간 청와대 문 앞에선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던 정태인 민주노동당 한미FTA저지 사업본부장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중단'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벌였다.

격려 오찬은 논공행상 뒷풀이?
▲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현종 주UN대사와 FTA특보였던 한덕수 총리를 대동한 노 대통령의 표정이 밝다ⓒ연합

이날 한미FTA특보를 맡았었던 한덕수 총리부터 권오규 부총리, 수석대표였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타결안에 노 대통령을 대리해 서명했던 김현종 주UN대사 등 고위급 인사만 참석한게 아니었다.

이혜민 기획단장, 농업분과장이었던 배종하 농림부 농촌정책국장, 고위급협상대표였던 김성진 조달청장 등 분과장급들은 물론 물량 공세식 홍보에 앞장섰던 방선규 국정홍보처 홍보협력단장 등 외곽지원그룹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미국산 수입쇠고기에서 척추뼈, 통등뼈 등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일회성이고 악화시킨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수입재개를 결정한 관계부처 장관회의에는 참석도 하지 않았던 박홍수 농림부 장관도 이날 오찬에는 빠지지 않았다.

이날 만찬은 한미FTA 협상타결 이후 이어진 논공행상에 대한 뒷풀이격이었다.

한미FTA 체결 이후 이어진 논공행상은 이미 푸짐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외교부 내의 비토여론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희망했던 UN대사로 영전했고 김종훈 수석대표는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 직을 꿰찼다.

고위급 협상 대표로 나서 일시 세이프가드 문제를 다뤘던 김성진 전 국제업무정책관은 차관급인 조달청장으로 영전했고 금융분과장을 맡았던 신제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은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여야 연대로 연내비준 가능성 높아

이날 오찬에서 노 대통령은 "이제 체결은 됐는데 비준이 남아 있다"면서 "미국의 비준이 어려운 상황이고 우리의 비준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가 할 도리는 다 해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말한 '우리의 도리'는 국회 비준동의를 뜻하는 것. 노 대통령은 "끝내 안 되는 일이 있더라도 할 일은 다해서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우리로서는 반드시 비준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지만 현재로서 한미FTA체결안에 대한 연내 국회비준동의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권력의 반쪽까진 아니더라도 반의 반쪽 정도는 쥔 듯한 기세를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물론 대통합민주신당의 선두주자인 손학규 전 지사까지 한미FTA 적극 찬성을 다짐하고 있다.

게다가 비준동의안 상정이 확실시 되는 9월 정기국회를 두고 여권은 '이명박 검증 국회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고 한나라당은 "몇 배로 돌려줄 것"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아홉 예비주자 가운데 유일한 FTA반대론자인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5명을 가리는 컷오프 통과도 장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 한미FTA 문제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공식적으론 '한미FTA와 무관한' 쇠고기 문제
▲ 청와대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정태인 민노당 FTA본부장. 몇 년 전만 해도 담장 안이 그의 일터였다ⓒ민중언론 참세상

노 대통령이 이미 4대 선결조건임을 인정했지만 공식적으로는 '한미 FTA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뼛조각에 이어 척추뼈 그리고 대표적 광우병 위험물질인 등뼈가 발견되는 등 점입가경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미 측은 적반하장 격으로 "이래서 빨리 뼈있는 쇠고기를 개방해 '문제의 원인'을 없애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말 노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과 전화로 약속한 대로 '합리적 재조정'으로 응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인 시위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난 정태인 본부장은 "광우병 위험물질로 분류된 등뼈가 발견된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 시켰어야 할 정부가 '검역중단'의 미봉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과정에서 뼈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재개를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 의회는 한국의 쇠고기 시장이 완전 개방되지 않을 경우 의회에서 비준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는 한미FTA의 약한고리"라고 강조했다.

등뼈 아니라 더한 무엇이 발견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은 재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혹시 쇠고기 수입도 노 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우리가 할 도리'에 포함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비준 지연 계획" vs "좀 반대가 있어도 밀고나가야"

정태인 본부장은 이날 "정기국회에서 쇠고기 문제에 대해 국정감사를 한 뒤 국정 조사를 진행하게 할 것"이라며 "국회를 통해 내용을 알리고 한미FTA 국회 비준을 지연시키며 여론을 환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날 노 대통령은 "저항이 있다고 언제나 100% 찬성을 위해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해야 될 일은 좀 반대가 있더라도 또 밀고나갈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유연성이 없는 낡은 사고체계, 보기에 따라 교조적 이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FTA비준의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좀 반대가 있더라도 밀고 나가야 한다', 어디서 참 많이 듣던 소리다. 하긴 바로 이것 때문에 이명박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으니 국민들도 그걸 바라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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