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됐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낮았던 측면이 컸다. 당초 한도로 정했던 규모보다 많은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서 이번 합병은 일단 없던 일이 됐다.
결과적으로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일련의 사업재편 중 처음으로 실패를 맛보게 됐다. 다만 이번 합병 무산이 당장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만큼 시장상황에 따라 합병이 재추진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 순항하던 사업재편, '삐끗'
삼성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재편을 진행중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가 3세로의 승계작업과 함께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이 옛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으로 매각된 것이 신호탄이었다.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에스원에 매각하고, 식자재사업을 분리한 후 올해 사명도 제일모직으로 변경했다. 지난 6월에는 주식시장 상장계획을 발표, 내달중 상장을 앞두고 있다.
삼성SDS도 삼성SNS 합병이후 5월에 상장계획을 밝혔고, 최근 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상태다. 삼성SDS 상장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등은 승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삼성은 또 삼성코닝정밀소재를 매각했고, 옛 제일모직의 소재사업을 삼성SDI에 합병시켰다. 삼성SDI 합병은 지난 7월1일자로 마무리됐다. 삼성종합화학의 삼성석유화학 합병도 이뤄졌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들간 지분정리도 단행됐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되던 사업재편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에서 어긋났다. 지난 9월 삼성그룹은 "당분간 추가적인 계열사 합병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말 그대로 이번 합병이 1차적인 사업재편의 마무리수순이었다는 의미다.
삼성SDS 등의 사례는 물론 주식시장의 관심 등을 볼때 제일모직 상장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지배구조 영향은?
합병이 무산됐지만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제일모직이나 삼성SDS와 같이 오너 일가의 지분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17.61%를 가지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삼성SDI로 지분율은 13.1%다. 삼성SDI는 삼성전자의 지배를 받는 회사인 만큼 과거에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전자 아래 위치하는 구도였다.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 삼성전자 이래 합병법인이 위치하는 모습이었다. 본연의 사업경쟁력 제고와 함께 계열사간 지분구조가 단순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당장 지배구조에는 문제가 없지만 삼성이 추진해온 사업재편의 첫 실패사례라는 점에서 내부적인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의 구상이 어긋났다는 점은 내년이후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주가 흐름 등을 볼때 합병 시점을 결정하는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일단 삼성중공업은 합병 재추진 가능성과 관련 "시간을 두고 신중히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혀놓은 상태다.
비즈니스워치=프레시안 교류기사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