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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통과, 정부가 정말 해야 할 일은…

[황재옥 칼럼] 北 인권 문제 목적, 압박인가 개선인가?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의 상징성과 실효성
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이 18일(이하 현지시각)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찬성 111표, 반대 9표, 기권 55표라는 압도적 다수로 채택되었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무시로 일관하던 북한이, 올해는 ICC 회부 문제 때문에 결의안 자체의 채택을 저지하기 위해 초가을부터 안간힘을 쏟았으나 결국 실패했다.
유엔 차원의 북한인권 결의안은 1997년 8월 21일 유엔 인권소위원회에서 처음 채택되었다. 그 이후 유엔에서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은 매년 이어져 오고 있다. 식량 부족과 자연재해로 250여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 탈북자가 증가하면서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초의 결의안에는 북한주민이 받고 있는 고립과 고통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그들에게 도움을 줄 것을 국제사회에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유엔에서의 북한인권 문제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임명,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활동 등 방식으로 지속적이고 강도 높게 제기되어 왔다. 그 결과 마침내 인권침해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ICC)에 회부하라고 안전보장이사회에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이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매년 유엔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채택되어 왔지만, 올해 결의안은 북한이 미리부터 총력을 기울여 채택 저지 외교를 벌일 만큼 내용이 강력했다.

결의안에는 김정은을 '콕' 집지는 않았으나 북한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고문, 공개처형, 강간, 강제구금 등에 대한 우려와 함께 그에 대한 책임 규명을 위한 구체적 조치가 담겨 있다. 결국 북한의 최고 책임자까지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북한당국도 예전과는 다른 행보, 대응을 보였던 것이다. 유엔이 인권 문제의 'ICC 회부 권고'를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결의안은 압도적 지지로 채택됐기 때문에 다음 달 유엔총회에서도 무난히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의 ICC 회부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본다.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제3위원회 표결 시에 반대를 했기 때문에 안보리에서 중국이 이를 찬성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최룡해가 갑자기 러시아를 방문한 것으로 보아 러시아도 안보리에서 ICC 회부에 최소한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결의안은 ICC회부를 규정했다는 점에서 이전 결의안들과는 차별성이 있고 상징성도 크지만, 실효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 18일(현지시각) 유엔총회 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권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와 북한의 공방(攻防)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와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는 북한 동포들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움직임만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북한 동포들의 인권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는 여지를 키우는 쪽으로 문제해결책을 찾는 데 앞장 설 것인가? 당연히 우리는 후자를 택해야 한다. 북한 주민이 우리 동포고, 북한은 좋든 싫든 통일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인권 개선의 모멘텀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북한인권 관련 최근 동향을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하여 작년 3월 '북한인권실태조사특별위원회'(COI)를 출범시켰다. 작년 7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COI는 올해 2월, 최종보고서를 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3월 북한 인권침해 책임자를 국제 법정에 넘기는 내용의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자 지난 9월 13일, 북한의 '조선인권연구협회'가 북한 최초의 인권백서를 발간했다. 북한당국의 인권에 대한 자기변명의 수준이라 할지라도 북한이 인권백서를 발간했다는 것은 분명 변화였다. 9월 중순에는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유럽을 순방하고, 같은 시기 리수용 외무상은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을 방문했고, 이어 러시아도 방문했다.

북한 고위 외교관들의 순방 외교목적은 국제사회가 문제 삼는 인권문제에 대한 북한당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대북 인권압력을 어떻게든 완화해 보려는 것이었다.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유럽연합에게 올해 유엔총회 대북인권결의안 내용을 완화시켜 줄 것을 요청하고, 인권대화 용의를 표명했다. 리수용은 인권관련 입장을 담은 문서를 유엔 회원국들에게 회람시켰다. 지난 22일에는 유엔 차석대사가 현장실사도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유엔은 그러한 북한의 행보와는 무관하게 원래의 일정대로 움직였다. 10월 초에는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를 반 인권행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한다"는 내용의 유럽연합 북한 인권결의안 초안이 유엔에서 비공개 회람되기도 했었다. 그 후 북한인권과 관련한 초강력 태풍급 결의안이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통과되었다. 이제 다음 달 열리는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공식 채택되는 형식적인 절차만이 남았다.

이번 결의안의 핵심은, '북한 최고위층의 정책에 따라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됐다'(7항)는 것과 '북한인권상황의 ICC회부, 가장 책임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는 문제에 대한 검토, 이에 대해 안전보장이사회가 적절한 조치를 해 줄 것을 요청한다'(8항)는 것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총회 결의이지만 북한 당국은 이번 결의안 채택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쯤 되면 앞으로 북한은 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한 단골 반응 행태였던 무시와 반발만으로는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물론 북한이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자체를 전면 거부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북한이 결의안에 담긴 내용을 이행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북한체제 자존심이 달린 문제인 데다가 특히 결의안이 '최고 존엄'(김정은)까지 걸고 들어갔기 때문에 북한이 순순히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결의안 채택 과정 중에 보여준 북한의 행보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결의안 채택 과정 중에 북한이 보여준 대응은 사실상 지난 수년간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침해에 대해 기울여온 관심과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바꿔 말해서 최근의 북한 행보에서 북한 인권상황 개선의 모멘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 '북 인권 7자회담'을 선도하라

북한이 유럽연합과 유엔을 상대로 인권대화를 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무엇보다 북한인권과 관련해 진일보한 현상이다. 북한이 인권대화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 가을 두 차례에 그치긴 했지만, 필자는 그러한 대응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북한-유럽연합 간 인권대화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에 민감한 북한 당국이 2001년 유럽연합과 인권대화를 시작했다. 유럽연합은 북한의 경제개발과 사회안정을 지원하면서 장기적으로 북한의 인권상황도 개선해 나가려 했다. 당시 유럽연합은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함과 동시에 정상적인 북한-유럽연합 관계의 유지가 양립 가능하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대화를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일관되게 요구함과 동시에 민간교류도 병행했었다.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국제사회의 행위자, 즉 국가나 단체들은 2000년대 초반 유럽연합의 접근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최룡해의 방러 등 북한의 외교적 행보를 볼 때 북한도 외교적 환경의 개선을 강력히 원하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인권상황 개선의 명분을 주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공언한 인권대화는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유엔 연설에서 북핵문제와 함께 인권문제를 강도 높게 거론했다. 그러나 북한인권에 대한 우리의 문제 제기는 다른 나라와는 그 목적과 차원을 달리 해야 한다. 북한주민들이 제3국인들이 아니고 북한 인권문제는 결국 우리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침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9월 하순 유엔에서 북한의 참가를 거부한 가운데 열린 '주요국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인권 관련 국제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초점은 달랐지만, 약간의 시차를 두고 남북이 공히 인권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북한인권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문제제기는 해야 하나, 우리는 다른 나라와 스크럼을 짜고 북한을 압박하는 대열에 서면 안 될 것이다. 현실성 있는 전략에 따라 북한인권 개선을 선도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목적이 압박이 아닌 인권상황 개선이라면,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실질적 개선의 모멘텀으로 만들어야 한다. 압박을 통해 북한의 대내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북핵문제도 벌써 해결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압박 이외의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권문제에 관한 한, 매번 북한의 진정성을 문제 삼던 관성부터 벗어나야 한다. 북한주민의 실질적 인권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원칙과 정책을 새롭게 짜야한다. 인권대화를 하겠다고 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선 우리 정부가 주도해서 북한과 다자(多者) 인권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미·중·러와 협조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북핵 6자회담 모델을 원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점에서 '북 인권 7자회담'(북핵 6자회담국+유럽연합) 을 열어놓고 인권이 개선되는 정도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 규모를 늘려 나가는 상호주의적-단계적 접근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원인이 어디에 있건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우리 동포이다. 그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작은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정부가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무력화시키라는 뜻이 아니다. 유엔 결의안을 살려 두고, 그걸 장외압박수단으로 활용해가면서 북한을 인권대화 장으로 끌어들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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