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15세 여학생을 성추행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업주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음식점 사장 A(44)씨에게 징역 2년의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아울러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에서 200시간 수강을 명했던 성폭력 치료 강의도 80시간으로 줄여줬다.
A씨는 지난해 1월 자신이 운영하는 삼겹살집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B학생을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학생이 기름을 묻은 그릇을 닦아서 설거지대에 넣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니 '실수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B학생을 추행했다. 용돈 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B학생은 이틀 후 일을 그만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고등학생 피해자가 고용주인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이유가 없고, 피고인이 1주일 뒤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안 해야 할 행동을 했다'며 사과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추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의 법정 대리인과 합의했으며, 부양해야 할 어린 두 자녀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겁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판결이 논란이 되자, 알바노조는 이날 논평을 통해 "끊임없이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은 오늘날의 법원이 만든 '알바' 일터의 현실"이라며 "성폭력이 발생하는 권력관계를 은폐하고 가해 점주들을 비호하는 법원이 알바 성폭행 사건의 2차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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