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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짓말에 태양도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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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짓말에 태양도 눈물을 흘린다

[초록發光]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역주행

올해도 예외 없이 시간에 쫓겨 주마간산으로 이루어지는 국정 감사를 놓고서 그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빠지지 않았다. 정부 정책 실행에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국정 감사 기간을 통해 정부 정책의 실상이 언론에 노출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하겠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정책 실상이 이번 국정 감사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는데 그 퇴행적 행보가 다방면에서 목격되었다. 신·재생 에너지 의무 발전량을 할당받은 발전사들이 할당량 이행에 어려움을 보이자 정부가 나서서 의무 할당량 목표 달성 시점을 2020년 10%에서 2024년으로 늦추고 이행 연기 물량을 3년 범위에서 분할 이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연도별 의무 공급량 비율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목표량만 하향 조정한 것이 아니라 화력 발전소의 온배수를 신·재생 에너지로 분류하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방안을 도입, 다시 한번 발전사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의무 할당제 정책 도입으로 신·재생 에너지 공급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공언하던 정부가 스스로 세운 목표량 달성이 어려워지자 발전사의 과도한 부담을 이유로 아예 목표치 자체를 낮추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퇴행은 사실 지난 9월 19일 확정된 신·재생 에너지 보급 계획에도 드러나 있었다. 제4차 신·재생 에너지 보급 계획은 3차에서 확정되었던 2030년 신·재생 에너지의 1차 에너지 비중 11%를 2035년으로 늦추어 놓았던 것이다.

신에너지, 부생가스, 산업폐기물을 재생 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 국제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은 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 목표량을 높여도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의심이 되는 현재, 아예 목표량을 하향 조정해버린 것이었다.

신·재생 에너지 관련 정부 예산도 2011년 이래로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예산 1조35억 원에서 올해 2014년도 예산은 8500억 원 수준으로 감소했고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은 올해 예산보다 10% 이상 감소한 76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 및 확보를 위한 연구 개발(R&D) 예산이 2011년 2500억 원에서 2014년 2300억 원, 내년 예산안도 2200억 원 수준으로 2014년 대비 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유엔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하여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 체제 하에서 우리나라의 기여 방안을 2015년에 제출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녹색기후기금도 1억 달러까지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은 사실 이런 대외적인 약속을 국내 정책을 통해 이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석탄, 석유 발전 설비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 설비로 점차적으로 대체해나감으로써 국내 온실 기체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새로운 기후 체제에서 우리나라가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은 이런 대외적인 천명과는 다른 길로 들어서고 있다. 공급 목표를 최소한 유지하여 정책 의지를 보여주고 의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게 하는 할당량 제도 자체를 개선하는 방안을 채택하는 대신 아예 목표량을 낮추어버린 것이다.

발전사들이 의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는 원인에는 사실, 의무 할당 제도의 핵심인 재생 에너지 인증서(REC) 현물 거래 시장이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면서 시장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점도 있다.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소규모 신·재생 에너지 사업자들이 시장 참여를 포기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현물 시장에서 계약 체결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면, 이들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고 이후에 목표 재설정을 언급했을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서 정부가 이와 같은 퇴행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동안 국내에서는 협동조합 형식을 빌려 소형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하나둘 증가하면서 밑으로부터의 재생 에너지 확대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2012년 말부터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태양광 발전 협동조합이 2014년 9월 현재 전국적으로 23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만 10여 개에 이르는 협동조합이 2300명이 넘는 회원이 소속되어 약 400킬로와트 용량의 햇빛 발전소를 설치하였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시민들이 대안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에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 이들 협동조합 출현의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소형 발전소들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의무 할당제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이들 협동조합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물 거래 시장의 참여를 전제로 발전소를 건설했지만 인증서를 시장에서 팔지 못하게 되면서 여러 협동조합들이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히 복잡한 인허가 과정이나 발전소 부지 선정에서 오는 어려움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의 재생 에너지 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은 시장 규모로는 작은 것이기는 하지만 재생 에너지에 대한 사회적인 수용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발전사들의 의무 미이행을 우려하여 공급 목표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이러한 새로운 협동조합 운동을 적극 지원하여 밑으로부터의 재생 에너지 확대를 꾀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과제로 보인다.

의무 할당제 하에서라도 소형 발전 사업자들에게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제한적으로 도입하거나 현물 거래 시장을 이들 소형 발전 사업자들에게 유리하게 새로이 디자인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거대 발전사를 향하는 정책이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부합하는 정책으로 신·재생 에너지 정책 전환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이는 대외적으로 천명한 새로운 기후 체제에 우리 정부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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